"철 스크랩 물량 잠김 더 세졌다"

- 2020년 물량 잠김 현상 강해지고 터짐현상은 약해져 - 제강사의 정책 변화와 영남권 낮은 재고율이 잠김 현상 불러온 듯

2020-08-14     손정수 기자
▲ 2016년 이후 주간 재고 변동율
철 스크랩 소비 감소와 자급도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 여건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들어 철 스크랩 물량 터짐 현상은 적고, 잠김 현상은 심해 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권은 수도권에 비해 재고 부침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나 영남권 제강사의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스틸데일리가 매주 조사하는 7대 제강사의 재고 변동을 2016년 1월부터 이번 주까지 살펴보면 총 237주 중 상승이 52%, 하락이 48%로 나타났다. 사실상 상승과 하락이 반반씩 교차했다. 제강사들은 정책적으로 가격 상승은 짧게, 가격 인하는 길게 가져갔지만 재고 흐름만 놓고보면 제강사의 정책이 재고 흐름에 반영되지 않았다.

변동폭은 상당했다. 전주대비 최대 감소는 수도권 -17.9%, 남부지역은 -19.0%였다. 최대 증가폭은 수도권이 +30.5%, 남부가 +31.4% 였다. 수도권과 남부 모두 물량 터짐과 잠김의 골이 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심한 경우 전주대비 20%에 육박하는 재고 감소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10% 이상 재고가 급감하는 기간도 남부가 12주, 수도권이 7주였다. 제강사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5~-10% 감소도 남부 35주, 수도권은 42주나 됐다. 수도권에서 10%이상의 재고 감소는 대체로 휴가철인 8월초와 연말 재고조정을 거친 후인 1월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남부는 이같은 시기적 요인에 더해 시황적 요인도 가세해 부침이 더 컸다.

철 스크랩 수급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전주대비 -3~+3% 구간은 남부가 105주, 수도권이 88주였다. 수급이 큰 변동이 없는 구간에선 남부지역이 수도권보다 철 스크랩이 꾸준히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10% 이상 폭발적인 재고 증가는 수도권이 17주, 영남이 13주였다.

올해 들어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졌다. 물량 잠김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와 수도권 모두 전주대비 역대 최고 감소는 올해 기록했다. 남부는 5월 첫째 주에 -19%, 수도권은 8월 둘째 주에 17.9% 줄었다. 특히 남부지역은 최고 감소 1~3위를 모두 올해 기록했다.

남부지역의 경우 10% 이상 감소한 12주 중 올해가 5주였다. 수도권도 7주 중 올해가 3주나 됐다.

철 스크랩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물량 잠김 현상은 더 심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물량 터짐 강도는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10% 이상 전주대비 재고가 증가한 남부 13회, 수도권은 17회였다. 이중 올해 10% 이상 전주대비 재고가 늘어난 기간은 남부가 2주, 수도권은 4주였다.

- 대체 왜 잠김이 심해졌나?

물량 잠김 현상이 더 심해진 것은 제강사의 정책 변화 때문이다. 올해 전기로 제강사들은 1) 수익성을 이유로 재고 일수를 줄였고 2)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입 철 스크랩 구매량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가 제강사의 시장 대응력을 약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거래 패턴, 이익 실현 구조의 변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제강사의 철 스크랩 재고는 크게 줄었다. 7대 제강사의 연평균 재고는 2016년 95만 8,000톤, 2017년 97만 3,000톤, 2018년 99만 2,000톤, 2019년 95만 8,000톤, 2020년 90만 4,000톤으로 집계됐다. 불과 2년 사이에 평균 재고가 1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재고 감소는 소비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보통강 전기로강 월평균 생산은 2016년 132만 톤, 2017년 131만 톤, 2018년 147만 톤, 2019년 137만 톤, 2020년 상반기 월평균 129만 톤을 기록했다. 2020년 보통강 전기로강 생산은 2018년 대비 11% 줄어 철 스크랩 재고와 비슷한 감소율을 기록했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소비가 줄어든 만큼 재고도 줄인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상황이 좀 다르다. 2020년 수도권 제강사의 평균 재고는 59만 7,000톤으로 2018년의 60만 3,000톤, 2019년 59만 7,000톤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남부지역은 2018년 38만 9,000톤, 2019년 36만 6,000톤, 2020년 30만 7,000톤으로 재고가 크게 줄었다. 영남권의 재고 일수 감소가 전체 시장 불안을 낳은 것이다. 영남권의 낮은 재고가 결국 역대급 재고 감소를 불러 온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의 급감도 재고 부침을 키운 요인으로 해석된다.


수입은 공급부족인 한국 시장의 완충역할을 해 왔다. 수입 철 스크랩은 올해 상반기까지 전년대비 33.6%나 줄었다. 국내 구매량이 6.1%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수입 급감으로 수급 완충력이 약해진 것이 올해 철 스크랩 재고의 부침을 크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제강사가 수입을 줄인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대량 수입을 발판으로 철 스크랩 시장의 조절자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국내 철 스크랩 구매 경쟁에 나서면서 시장이 더 다이나믹 해졌다. 재고의 부침이 커진 것도 이러한 정책적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입을 줄여 원가를 낮추겠다는 제강사의 수익성 중심 구매 전략이 실질 구매가격을 하락으로 이어졌는디 따져봐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기회 손실이 커졌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시장 여건의 변화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발생량이 줄어들면서 유통업체들의 재고 확보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발생량 감소로 적정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선 예년보다 1~2주 정도 더 비축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유통업체들의 재고 보유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여기에 거래 관행의 변화도 가세했다. 구좌업체들은 제강사의 인센티브가 이익의 중심이 됐다. 구좌업체들은 꾸준한 납품과 약정량 달성이 이익의 근간이 됐다. 중소 유통업체들은 재고 평가 이익이 이익의 근간이 된 것. 이에 따라 가격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재고를 모아 두고, 가격이 고점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방출하는 잠김과 폭발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제강사 관계자는 “철 스크랩 업체들의 이익구조가 바뀐데다 제강사와 유통, 유통과 유통간의 거래 신뢰가 약한 것이 냉탕과 열탕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시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강사의 구매 전략은 당분간 작금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철 스크랩 재고 부침과 물량 잠김 현상도 높은 수준에서 나타날 개연성이 남아 있다.

수요도 줄고 자급도도 상승했지만 제강사의 구매 불안정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거래 비용도 동반해서 늘어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