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업계, 포스코 철 스크랩 구매 정책 ´눈총´

- 2주만에 한달 인하 폭 모두 회수 ... 포스코 잇단 인상에 가격 상승 기대감 조기에 커질 수도

2020-08-03     손정수 기자
▲ 포스코가 광양 3고로 재가동과 함께 최대 생산 판매 체제로 전환했다. 철 스크랩 소비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월10일 재가동에 들어간 광양3고로 화입식
포스코의 들쭉날쭉한 철 스크랩 구매 정책이 관련 제강사의 눈총을 다시 받고 있다. 제강사들은 하절기 철 스크랩 가격 상승 폭은 첫 가격 상승 시점에 달린 것으로 보고 최대한 늦추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발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하절기 철 스크랩 시장 운영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24일 최대 1만 5,000원의 특별구매를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8월 1일부터 기준 가격을 최대 1만 5,000원 올린 것. 생철 압축의 경우 2주 만에 3만 원을 올렸다. 전기로 제강사들이 6월 말 이후 약 4만 원 가량 내린 후 버티기에 들어간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수입 시장에서도 포스코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일본산 H2 수입가격에 상승 시동을 먼저 건 데 이어 제강사들이 강한 저항선을 쳤던 2만 4,000엔(H2 FOB)도 가볍게 넘었다.

최근 포스코발 철 스크랩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의 철 스크랩 구매가격 인상은 구매 정책과 연동된 것이라는 점에서 관련 제강사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13일부터 6월 21일까지 철 스크랩 구매를 중단했다. 철 스크랩 소비량 감소와 재고 조정을 위한 조치로 알려져 있다. 이 기간 포스코의 철 스크랩 재고는 8만 5,000톤에서 5만 톤으로 약 41.2% 줄었다.

구매 재개 이후 가격 인상을 감행하면서 적극적인 철 스크랩 구매에 나섰지만 하절기 진입에 따른 거래량 감소와 2개월간의 구매 중단에 따른 조달 시스템 약화, 포스코의 생산량 증가에 따른 소비량 증가로 좀처럼 재고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철 스크랩 업계와 전기로 제강사들은 포스코가 무리한 구매 중단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구매 정책을 가져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포스코 2개월 넘는 구매 중단 하더니... 결국


제강업계 관계자는 “세아베스틸의 구매 중단, 현대제철의 A열연(미니밀) 폐쇄로 포스코의 구매 여건이 매우 좋아졌지만 무리한 재고 조정으로 가격을 올려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포스코의 구매 중단 시기에 납품사들이 매우 힘들었다. 재고 조정의 속도를 조절했다면 납품사들도 덜 힘들었고, 하절기 휴가기에 무리한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강사들은 포스코의 가격 인상이 전체 시장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 주요 전기로 제강사의 재고 여유가 많아 경쟁사들이 추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포스코의 가격 인상으로 시장의 가격 상승 기대감이 더욱 공고해지면 가격 상승 시동도 제강사들이 당초 예상하고, 기대했던 15일 이후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제강사들은 휴가철에 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경우 상승폭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인상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를 원하고 있다.

한편 전기로 제강사들은 포스코의 들쭉날쭉한 철 스크랩 구매 정책의 배경에 철 스크랩에 대한 포스코의 고유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원료에서 철 스크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철 스크랩 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보다 단기 대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던 것. 지난 2개월간의 구매 중단도 이러한 포스코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이 전기로 제강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철 스크랩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없다면 포스코의 들쭉날쭉한 철 스크랩 구매 정책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로 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자료 : 스틸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