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리뷰] 아연도금강판, 천만톤 생산 시대 열다

- 포스코‧현대제철 설비투자 기반으로 몸집 불려 - 수출 시장 공략도 성과···10년 새 200만톤 증가

2020-05-21     최양해 기자
냉연강판은 ‘철강제품의 꽃’이라고 불린다. 얇은 두께와 미려한 표면을 갖춰 자동차, 가전 등 여러 산업에 사용된다. 이런 냉연강판의 상품성을 더욱 높여주는 작업이 있다. 바로 아연 등을 도금해 내식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른바 아연도금강판, 표면처리강판 등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그동안 시장성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이 시간에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앞선 10년 간 국내 아연도금강판 업계의 변화를 통계로 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공급과잉 우려에도 생산능력 쑥쑥
2010년대 국내 아연도금강판 생산능력은 쑥쑥 컸다. 10년 만에 연간 생산량이 200만톤 이상 늘었을 정도다. 시기별로는 2010~2014년까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년마다 백단위 숫자를 7→8→9로 갈아치웠다. 2017년에는 연간 생산량 1,000만톤을 넘기기도 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아연도금강판은 용융아연도금강판(GI)과 전기아연도금강판(EGI) 등 아연을 도금한 강판 전체를 포함한다. 통계는 한국철강협회 품목별 생산‧판매실적 기준이다.

이처럼 2010년대 국내 아연도금강판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업체 모두 이 기간 자동차용 강판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돈 보따리를 풀었다.

특히, 현대제철은 2010년대 초반 국내 아연도금강판 생산량 증가를 주도했다. 현대하이스코(2015년 이전) 당시 당진과 순천에 잇달아 CGL(연속용융아연도금라인) 설비를 놨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준공된 CGL은 4기, 확대된 생산능력만 165만톤 수준에 달한다.

현대제철 입장에선 당연한 투자였다. 당진2냉연공장이 준공되면 냉간압연능력이 600만톤까지 늘어나게 되니 자동차강판 중심의 하공정 투자가 필요했다. 현대제철은 이후에도 2016년 당진공장, 2018년 순천공장에 추가로 CGL을 준공했다.

포스코도 국내외 현장 곳곳에서 아연도금강판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국내에선 지난 2017년 4월 준공한 광양 7CGL이 대표적이다. 연간 5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이 설비가 가동되면서 광양제철소의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능력은 연간 350만톤까지 늘어나게 됐다.

◆ 연간 450만톤 수출···해외 시장공략 통했다
10년간 연간 수출입 실적 추이는 다소 다른 양상을 뗬다. 수입보다는 수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국내 메이커의 아연도금강판 수출 실적은 2010년 270만톤으로 시작해 2019년에는 466만톤까지 껑충 뛰었다. 늘어난 생산능력에 발맞춰 해외 시장공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행보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글로벌 자동차강판 수요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 다만, 세계 자동차 수요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피크카(Peak Car)’ 가설과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대체 소재와의 경쟁이 심화됐다는 점은 해결과제로 꼽힌다.

아연도금강판 수입량은 10년간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2011년 들어 수입량이 한 차례 널뛴 것을 제외하면 100만~140만톤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가장 많은 수입량을 기록한 것은 2017년으로 연간 148만 4,733톤이 수입됐다.

한편, 2020년대 아연도금강판 설비 투자는 2010년대만큼 폭발적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동차 생산 증가세가 더뎌졌고, 대체재의 거센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