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리뷰] 냉연, 새로운 돌파구 필요할 때

- 안정적 수급 속 자가소비 줄고 수출 비중 확대 - 여전히 높은 車 의존도 ··· 피크카 등 대비 필요

2020-05-19     최양해 기자
‘정중동(靜中動)’. 지난 10년간 국내 냉연강판 시장을 요약할 수 있는 단어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급이 이어진 가운데 자가소비는 줄고, 수출은 증가하는 양상을 뗬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앞선 10년간 국내 냉연강판업계가 남긴 흔적을 통계로 돌아봤다. [편집자주]

◆ 한 차례 반짝였지만 박스권 맴돈 수급
2010년대 냉연강판 수급은 대체로 박스권을 맴돌았다. 생산은 연간 850만~890만톤 사이를 오갔고, 판매는 연간 830만~890만톤 선에서 움직였다.

다만, 2014년 한해는 평균치를 훌쩍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당해 냉연강판 생산량은 934만 5,103톤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판매량은 915만 4,906톤에 달했다. 생산과 판매 모두 최근 10년간 기록한 실적 중 가장 높았다. 유일한 900만톤대 실적이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은 이듬해까지 이어지다 2016년부터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간 생산 및 판매량이 모두 850만톤 대로 떨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자동차업계의 부진과도 밀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가지 더 특징적인 것은 자가소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2010년(55.1%)과 2011년(52.0%) 50%를 넘었던 자가소비 비중은 2019년(44.3%)에는 10% 포인트 이상 줄었다. 메이커들의 적극적인 수출 확대 전략이 뒷받침된 결과로 보인다.

◆ 쭉쭉 늘던 수출입 실적, 잠시 소강상태?
연간 수출입 실적은 2016년까지 쭉쭉 늘다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출의 경우 2010년 385만톤에 머물던 물량이 2019년 461만톤까지 늘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2년 연속 500만톤 고지를 밟기도 했다. 수급 실적에서도 드러나듯 2010년대 중반 들어 냉연강판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2016년 이후로도 460만톤대 물량을 꾸준히 유지했다. 앞으로도 수출 활로를 모색하려는 메이커들의 움직임이 맞물리며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의 경우 비슷한 듯 다른 양상을 뗬다. 수급이 늘었던 2010년대 중반까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더니 2017년부터는 물량이 크게 줄었다.

실제로 가장 많은 양이 수입된 2016년(90만 7,507톤)과 가장 적은 양이 수입된 2018년(43만 560톤)의 차이는 47만여톤으로 2년 새 줄어든 물량치고는 간극이 꽤나 컸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수입량(50만 9,389톤) 또한 10년 사이 두 번째로 적은 양이었다.

◆ ‘피크카’와 ‘포스트코로나’···새 활로 모색 필요
종합적 관점에서 보면 지난 10년간 냉연강판 수급은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업계 상황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었다. 이전부터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긴 하지만, 앞으로 마주할 ‘피크카(Peak Car)’에 맞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판매 활로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피크카는 자동차 생산 및 소비가 정점을 찍고 급격한 하강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차량을 더 이상 ‘소유’하는 개념이 아니라 빌려 타고 나눠 타는 ‘공유’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통계만 놓고 봐도 이 같은 피크카 가설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395만여대. 10년 만에 연간 400만대 저지선이 무너져 내렸다. 내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한 마지노선을 연간 400만대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상경보가 울린 셈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자동차 생산도 주춤했다. 2019년 한해 세계 자동차 생산대수는 전년 대비 4.9% 감소한 9,322만 9,080대로 집계됐다. 이처럼 갈수록 국내외 자동차 생산대수가 줄어든 여파는 자동차강판용 냉연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를 강타한 코로나19도 경각심을 높이는 대목이다. 특히 자동차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냉연강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연쇄타격을 그대로 맞았다는 점을 되새겨야한다.

실제로 최초 발원지인 중국에서 자그마한 배선뭉치 부품이 넘어오지 못하자 전 세계 자동차 공장 곳곳이 멈춰 섰고, 냉연강판 수요는 당연히 뚝 떨어졌다. 3월 이후에는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까지 확산세가 퍼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도 했다.

향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결국 냉연업계로서는 현재 판매비중이 높은 자동차산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로부터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에 몰두할 시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