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리뷰] 강관, 10년째 내수 정체 · 수출로 해답을 찾았지만...

- 내수 시장 290만톤 전후 10년간 정체 ... 내수 성장 기대 어려워 - 수출로 돌파구 마련했지만 외부 요인에 직격탄 -"수출 경쟁력 확보 중심의 새로운 활로 모색해야"

2020-05-19     손정수 기자
지난 10년간 강관업계는 내수 정체를 수출로 돌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수출의 퇴조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강관업계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통계를 중심으로 강관업계를 회고 했다.

☆ 내수 시장 정체 돌파구는?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 국내 강관 소비(국내 출하 +수입)은 388만 톤이었다. 2019년에는 392만 톤으로 10년간 변동폭은 고작 4만 톤에 불과하다. 국내 강관 소비가 390만 톤 전후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수요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6년으로 416만 톤이다. 가장 적은 해는 378만 톤을 기록했던 2015년이다. 최고 소비와 최저 소비간의 차도 10%도 안되는 38만 톤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볼 때 지난 10년간 강관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가 매우 안정돼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향후 10년간 소비도 현 수준이거나 다소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신규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후 배관재 교체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체재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내수 정체 돌파구는 수출이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강관업체들을 울고 울린 것은 수출이다. 내수 성장이 정체되면서 내수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없는 것이 강관업계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다른 산업처럼 수출로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 지난 10년간 총 출하에서 수출이 차지한 평균 비중은 36.6%이다. 2014년에는 최대 49%까지 늘어난 바 있다. 수출을 중단하면 가동률이 37% 하락하게 되는 구조다. 수출을 해도 가동률이 낮은데 수출까지 못하게 되면 공장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 강관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강관업계의 수익성의 키는 수출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수출은 환율과 각국의 수출입 정책과 같은 대외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내수 시장과 달리 수출입은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다.

최대 수출고는 지난 2014년 314만 톤이다. 최저는 지난해의 138만 톤이다. 2017년 218만 톤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급감했다. 특히 강관산업은 미국 수출로 울고 웃었다. 미국의 중국산 강관에 대한 반덤핑으로 한국산 강관의 수출 길이 크게 열리면서 호조세를 보였지만 2014년 OCTG 강관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등으로 수출이 크게 줄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수출을 주도했던 기업 중 중견 기업들이 심한 몸살을 알았다. 아주베스틸의 경우 2015년9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넥스틸도 위기 돌파를 위해 미국행을 고민하는 등 다양한 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수출 부진은 국내 시장의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력 수출 기업인 세아제강 현대제철 등이 국내 구조관 시장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 세아제강이 구조관 업체인 동아스틸을 인수했고, 현대제철도 2017년부터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구조관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도 수출 부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수출에서 일격을 당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구조관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한 것이다.

☆ 정체된 강관업계 돌파구는 없나?

강관업계는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졌다. 내수 시장의 성장은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에 따른 교체 수요 정도는 기대해 볼 수 있지만 건설경기 위축으로 신규 수요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경쟁 소재와의 경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수출도 뚜렷한 기대를 갖기 어렵다. 구조관의 경우 동남아시아에 수요가 있지만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열연 생산업체들의 정책적 후원이 없다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어렵다.

에너지용 강재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의 경우 이미 각종 규제로 수출이 막힌 상태이다. 중동 러시아 등 신규 수요 개척이 필요하지만 일본 등 기존 공급사들과 일전을 해야할 상황이다.

한국 강관사를 둘러싼 환경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 강관업계가 현 난국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범용품 중심에서 고기능 고성능 강관 생산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산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고기능 코팅 강관이나, ICT 등 연관 산업을 접목한 강관 생산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열연코일 생산업체와의 협업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강관은 성장성이 거의 없다. 강관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소재 중심의 가공에서 벗어나 강관 자체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