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리뷰] 철근, 다시 맞이한 내리막

-약 10년의 수업료 치른 가공 수주 -2018년 이후 국내수요 하락세 뚜렷

2020-05-18     김영대 기자
철근 시장의 지난 10년은 생존을 담보로 치열한 움직임이 펼쳐지던 시기였다. 수요 감소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생산업체들이 철근 가공시장에 뛰어들었으며, 과잉공급을 의식한 제강사가 가동률 하락을 방지하고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출 판로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등의 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다.

강산도 변하는 10년의 세월동안 철근 시장에 찾아온 변화는 무엇인지 그리고 과거를 거울삼아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전망은 어떨지 생산업체들의 수급 실적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고점 찍고 다시 내리막 초입
철근 시장은 생산과 출하가 거의 동등한 선에서 등락을 함께 하고 있다. 생산과 판매 지표 모두 2010년 이후 2017년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2018년 이후부터는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1년에는 모든 지표가 최저점을 기록했다. 철근 생산의 경우 880만, 판매 870만, 내수와 수입을 더한 국내 수요는 859만 수준으로 집계됐다.

제강사가 철근 가공시장에 진입한 것도 이 즈음이다. 지표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수요 감소와 건설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제강사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당시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가 시급해진 제강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공시장에 뛰어들었다.

안타깝게도 제강사의 가공시장 진입은 약 9년이 지난 지금 잘못된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경쟁 입찰 과정에서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제강사의 수익성 악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최근 제강사는 다시금 가공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동률 확보 차원 수출량 급락
수출입 실적은 2012년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수출 우위시장에서 수입 우위 시장으로 변모한 것. 특히, 수출 실적은 10년 사이 91.2% 급락했다.

사실상 내수 위주 품목인 철근의 수출은 공장 가동률 확보 차원의 방안으로써 국내 수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내 수요가 많아지면 수출량이 줄어들고 반대의 경우는 수출량이 늘어나는 식이다.

실제 국내 수요가 감소세를 보였던 2011년 이전에는 과잉공급을 우려한 제강사가 수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반면, 2012년 이후에는 국내 수요가 점차 살아남에 따라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0년 69만 톤을 기록했던 철근 수출량은 최근 10년 새 국내 수요가 가장 높았던 2017년 4만 톤까지 떨어졌다가 수요가 다시금 줄어들자 2019년 6만 톤까지 늘었다.

이밖에 수입의 경우 국내 수요가 가장 낮았던 2011년 43만 톤으로 최저점까지 떨어졌다가 2016년 131만 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수입량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산 철근이 가격 경쟁력을 잃자 급격한 감소세를 드러냈다.

■향후 시장도 불투명 대책마련 시급
지난 10년간의 생산, 판매, 국내수요, 수출입 실적 등을 살펴보면 국내 철근 시장은 지난 2018년 이후 내리막길을 맞이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지난 10년 간 지표가 가장 좋지 않았던 2011년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과 매월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 등을 고려해볼 때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수 위주의 품목인 철근의 경우 타 품목에 비해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장기화되는 분위기를 보면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요 감소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과거 공장 가동률 확보 차원으로 진행되던 수출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제강사 입장에서 시장을 안정화시킬 선택지가 줄어든 셈이다.

그나마 수입 철근의 국내 유입이 줄어들어 시장이 유지되고 있지만 설비 보수와 합리화 등에 따라 각 제강사들의 생산능력이 이미 수요보다 과잉된 상태에서 추후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