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얼마나 오르는 거야?

- 수요 부진과 일본 내수가격이 가격 상승 억제 ... 일부 제강사 5월 수급 변수로

2020-04-27     손정수 기자
남부지역은 기간 특별구매, 수도권은 가격 인하 유예 등 사실상 철 스크랩 가격이 반등하면서 상승 폭에 대해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강사들은 철근 등 철강 제품 시황 악화로 상승 폭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당수 유통업체들도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큰 폭으로 떨어진 만큼 상승 폭도 클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 한국 철 스크랩 가격 포지션은?

이번 가격 인상으로 남부지역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은 톤당 27만 5,000원(보조금 제외), 경량A는 25만 5,000원 정도로 오르게 됐다 지난 3월 셋째 주 수준과 2월 거래가격에 다소 못 미친다.

2월 비슷한 가격대의 H2 수입가격은 톤당 27만 원~28만 원(내륙 운반비 1만 원 포함)이었다. 지난주 H2 수입가격의 평가 금액은 24만 7,000원이지만 거래 중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일본 공급사들의 오퍼가격은 H2 FOB 기준 2만 1,000엔 이상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노전 가격은 27만 7,000원 정도이다. 이번 인상으로 사실상 일본산 수입품 시황가격 수준으로 회복됐다.

동아시아의 가격 지표 중 하나인 대만과 비교하면 아직 3만 원 정도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남부지역 제강사의 중량A 평균 구매가격은 톤당 34만 9,000원이었고, 대만의 HMS No.1&2 80:20 평균 수입가격(컨테이너 기준)은 톤당 31만 6,000원이었다. 한국의 중량A가 톤당 3만 4,000원 비쌌다. 지난주 대만의 HMS No.1&2 80:20 평가 금액은 남부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과 같은 27만 5,000원이다. 지난해보다 중량A가 3만 4,000원 싸다.

거리가 좀 멀지만 터키의 수입가격과 비교한다면 지난해 터키의 HMS No.1&2 80:20 평균 수입가격은 톤당 33만 4,000원으로 한국의 중량A보다 톤당 1만 5,000원 낮았다. 지난주 터키의 평가 금액은 31만 7,000원(257달러)으로 한국의 중량A보다 톤당 4만 2,000원 높다. 터키의 수입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국이 지난해보다 5만 7,000원 낮은 것이다.

일본 내수가격과 비교하면 한국 내수가격이 고평가 돼 있다. 도쿄스틸 우츠노미야공장의 H2 구매가격은 1만 8,500엔으로 21만 2,000원 수준이다. 지난해 남부지역 경량A 구매가격대비 2만 1,000원 낮았지만 지난주에는 4만 3,000원까지 벌어졌다. 일본 내수가격에 비해 2만 원 이상 한국 내수가격이 비싼 것이다.

한국의 내수가격을 국제가격과 비교해 보면 일본보다는 비싸고, 대만이나 터키의 수입 가격 보다 싸다. 한국 내수가격은 일본의 내수와 수출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산 수출 가격은 대만이나 베트남 제강사의 구매가격에 영향을 받고 있어 이들 지역의 수입가격도 한국 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본산의 경우 내수 부진으로 고전을 하고 있고, 주력 수출국인 한국의 수요 부진도 부담이다. 국제가격만 놓고 보면 일본의 동남아시아 수출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한국 내수 가격을 끌어 올리는 지렛대 역할은 하기 어렵다.

일본 내수가격은 한국 내수가격대비 저평가가 상당기간 이어지고 있다. 또 일본 공급사들의 오퍼가격을 제강사가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내수가격과의 격차는 예전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공급사들의 공급가격이 2만 2,000엔(H2 FOB)로 오르지 않는다면 한국 시장을 자극할 요인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 철 스크랩 수요는?

철 스크랩 소비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일반 용해용 철 스크랩의 1~2월 구매량은 267만 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2% 늘었다. 국내 철 스크랩 구매량은 전년대비 0.8% 정도 늘어난 258만 톤을 기록했다. 수입은 34.7% 감소한 73만 톤에 그쳤다. 철 스크랩 소비 감소가 수입에 직접 영향을 준 것이다.

3월~4월 소비는 코로나19 영향과 건설경기 부진으로 더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철 스크랩 주 소비처인 철근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4월 성수기에 진입했지만 수입을 포함한 국내 철근 수요는 85만 톤 안팎으로 추정된다. 예년에 비해 15~20만 톤 가량 적다. H형강도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감산이 이어지고 있고, 전기로 열연과 고로사들의 생산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됐다.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아 판단이 쉽지 않지만 철근에서만 한 달에 약 15만 톤 정도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의 5월 생산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4월보다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제강사들은 철근 수요 부진에 대응해 가격만은 잡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즉 감산을 통해 가격 중심의 시장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판재류와 특수강류도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이미 포스코는 구매를 중단했고, 현대제철도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률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세아베스틸도 연초의 증산기조를 접고 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제강사들은 철 스크랩 소비가 적어 가격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철 스크랩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적다. 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일본의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제품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는 가격과 수익성이다. 제강사들이 할인을 대부분 폐지함에 따라 제품과 철 스크랩간의 스프레드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지난해 철근과 철 스크랩(중량A)간의 스프레드는 평균 30만 6,000원, H형강은 44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1~4월 평균 각각 31만 7,000원과 46만 6,000원으로 확대됐다.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스프레드는 고정비 상승액 이상으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철 스크랩 가격은 기대 이상의 상승이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전세계 경기 둔화와 국내 철강 경기 악화가 철 스크랩 시장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제강사들은 2~3만 원 정도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골든위크로 제강사의 공급 부족이 심화하거나 가격 인상 후 유통량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은 있다. 특히 일부 제강사의 수급 차질 가능성도 엿 보인다. 그러나 지난 2월의 단기 고점을 회복은 역부족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