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냉연도금업체의 잔인한 ‘死월’

- 가전‧자동차 산업 휘청이자 판매량 뚝 - 코로나19로 수출길까지 막히며 이중고

2020-04-24     최양해 기자
컬러강판, 고탄소강 냉연 등을 제조하는 중견 냉연도금업체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 여파가 이달 들어 더욱 확대되면서 그야말로 ‘死(사)월’을 보내고 있는 것.

주로 타격을 입은 건 가전과 자동차향 판매 비중이 높은 중견업체들이다. 가전용 컬러강판을 생산해 판매하는 A업체는 주요 수출국인 멕시코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생산 공장이 셧다운에 돌입한 것은 물론,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물량도 이달 들어 뚝 끊겼다.

설상가상으로 셧다운 기간도 연장됐다. 지난 20일부터는 멕시코 현지 공장이 재가동될 예정이었으나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추세 탓에 무산됐다. 이 여파로 최근에는 국내 공장 가동까지 잠시 멈추기도 했다.

A업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5월 말까지는 현지 생산 공장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고 관리 측면에서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낀 황금연휴 기간에 국내 설비 가동을 한차례 더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비중이 높은 고탄소강 냉연업계도 수요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이달 들어 설비 가동률이 평소의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중견 B업체의 경우는 4월 30일~5월 5일 연휴 기간 본사와 공장 휴무를 동시에 진행키로 결정했다.

B업체 관계자는 “테네코코리아, 한국타카타 등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에서는 이미 주 4일 근무체제로 돌아선 곳이 많다. 5월에는 주 3일만 공장을 돌려야할 정도로 일거리가 없다. 이들 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우리로서도 무작정 재고를 쌓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의 경우 규모에 상관없이 고충을 겪고 있다. 경남 소재 모 부품사는 판매볼륨은 크지 않지만, 독보적인 아이템으로 수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왔다. 그러나 올 들어 수출길이 막히며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까지 내몰렸다.

업계에서는 수요산업 공급망의 밑바닥부터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대비 악조건을 견딜만한 기초체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냉연도금업체들로서는 당분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