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철 스크랩 구매 중단 파장은?

- 포스코 구매 라인업 파행 불가피 ... 압축 생철 시장 혼란 예고

2020-04-09     손정수 기자
▲ 포스코의 갑작스러운 철 스크랩 구매 중단에 관련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포스코가 오늘(9일) 중 철 스크랩 구매 중단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13일부터 전면 구매 중단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구매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유통업체들은 6월 이전에 구매가 재개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갑작스러운 구매 중단으로 철 스크랩 시장이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1) 포스코 구매 방식 ´논란´

포스코의 ‘구매 방식’에 관련 납품사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포스코는 20개 납품사를 거느리고 있고, 20개 납품사 밑에 100여 개의 하부상이 있다. 포스코 구매는 압축에 특화돼 있다. 특히 생철과 경량압축의 핵심 구매자였다. 이 때문에 대한제강이나 한국철강의 구매 중단과 파장이 다르다.

포스코의 이번 구매 중단은 구매의 일관성과 납품사들과의 교감이라는 점에서 다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포스코는 2010년 CK메탈 사건, 2015년 길로틴 사건에 이어 2016년, 2017년, 2018년에도 한두 달씩 구매 중단을 한 바 있다. 포스코의 슈레더 구매 중단을 CK메탈이 도산했고, 길로틴 제품 구매 중단으로 길로틴 업체들이 곤경에 처한 바 있다.

포스코는 구매를 중단할 때마다 납품사에게 이렇다 할 해명이나 양해도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있다. 이번 구매 중단도 매번 반복되는 ‘일관성 없는 구매’의 연장이라는 시각도 있다.

2) “더 이상 포스코 못 믿겠다?”

“코로나19로 재난소득을 얘기하고, 고통분담을 말하는 순간에 포스코 구매 중단으로 직원들 해고 혹은 임금 삭감을 통보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관련업체들이 잇달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가격 폭락과 매출액 급감, 코로나19로 구매 환경악화 등으로 악전 고투하고 있는 납품사들에게 구매 중단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무리한 불만 표출도 아니다.

납품사들은 이번 구매 중단이 포스코의 구매 시스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연래 행사처럼 반복되는 포스코의 갑작스러운 구매 중단으로 더 이상 포스코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팽배하다. 이미 포항제철소 납품사들은 현대제철이나 동국제강 등 인근 제강사에 납품권을 확보한지 오래다. 포스코가 구매와 중단을 반복하면서 납품사들이 떠 난 것이다.

그나마 납품 시스템이 명맥을 이어오던 광양제철소도 이번 구매 중단으로 시스템 유지냐 붕괴냐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납품사들은 붕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포스코의 구매 특징 때문이다. 포스코는 압축물을 중심으로 구매를 해 왔다. 특히 국내 제강사가 기피해 왔던 경량압축 최대 구매자이기도 하다. 포스코의 구매 중단은 압축 업체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압축업체들은 포스코 납품을 위해 비싼 가격에 소재를 구매해 왔다. 포스코가 압축물 구매를 중단하면 이들업체들의 시장에서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구매 중단의 지속 여부에 따라 압축업체들의 생존이 갈릴 것이라는 지적인 것. 압축업체들이 도산하게 되면 포스코 구매라인업의 주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면 구매 중단보다 구매량을 줄여서라도 생존의 길을 터 줄 것으로 납품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구매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포스코 관련업체에 대한 구애의 손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포스코 납품에 염증을 느낀 납품사들이 다른 제강사로 이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 납품사 관계자는 “포스코의 구매 재개를 기다릴 계획이지만 장기화되면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3) 생철 등 공급부족에서 과잉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자동차 공장들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생철 신다찌 등 A급 철 스크랩이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의 이번 조치로 생철 구매시장의 한 축이 무너지게 됐다. 또 현대제철도 A열연 가동률을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지난해 말처럼 생철이 또 다시 갈 곳을 잃을 수 있다.

경량류는 고가 구매 업체인 포스코 경량압축 업체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더 하락할 가능성도 생겨났다.

이 때문인지 포스코의 구매 중단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세아베스틸의 가격 인하가 발표됐다.제강사의 가격 인하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올해 70만 톤을 구매할 계획이었다. 이중 국내분은 50만 톤으로 한달 평균 4만 여톤에 달하며 대체로 생철과 경량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