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해외 철 스크랩 납품사 지난해 악몽 재현?

- 현대제철 수입 철 스크랩 소비 급감한 듯 ... 러시아 철 스크랩 납품 연기 요청 - 일본산 계약 잔량 대폭 줄였지만 소비 급감에 직격탄

2020-04-06     손정수 기자
▲ 현대제철이 수입 철 스크랩 배선을 늦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철 스크랩 야드
해외의 현대제철 철 스크랩 납품사들이 바빠졌다. 현대제철이 납품을 늦춰 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경기 악화로 판로가 막힌 납품사들에게 현대제철 납품마저 늦어질 경우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 납품사들은 최대한 납기내 납품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5월 선적 예정이었던 러시아 철 스크랩 납품량을 제한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입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러시아 철 스크랩 납품사에게 5월에 1카고씩 제한적으로 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주력인 일본 철 스크랩도 납품을 늦춰달라는 요청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이 수입 철 스크랩 납품 연기를 요청하는 것은 1) 감산에 따른 소비량 감소 2) 국내 철 스크랩 입고량 증가 3) 생산 원가를 고려한 저가 원료 우선 사용 등으로 수입 철 스크랩 사용이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업계는 “러시아 철 스크랩 배선 지연 이유로 당진제철소의 전기로 열연 감산이 주된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측은 “전기로 열연은 이미 30% 정도 감산을 하고 있고, 추가 감산 여부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납품 지연 요청은 일본 철 스크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제철의 4월 철근 판매 계획은 3월과 비슷하다. H형강도 3월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가격 정상화를 위해 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철 스크랩 소비는 당초 예상을 밑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국산 철 스크랩은 잇단 가격 하락으로 납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시중 재고가 적어 입고 통제와 같은 가시적인 조치는 없지만 적정 소요량 이상 납품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의 국산 철 스크랩 사용 비중은 최근 7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64% 정도였던 지난해보다 약 6% 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이다.

수입 철 스크랩 납품의 완충 역할을 해 왔던 부두도 이미 포화 상태여서 수입량을 줄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듯 하다.

당분간 현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일본 등 수입 철 스크랩 소비량이 예상보다 줄어 납기 지연 요청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대제철 내부에선 H2의 경우 사업계획대로 구매를 했지만 한두 달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고 수입업계는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일본 철 스크랩 계약 잔량은 40만 톤대 중반 수준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보다 20만 톤 가량 줄인 것이다. 평소 같으면 적정 수준이다. 그러나 철 스크랩 소비량 감소와 국내 철 스크랩 사용 비중 증가로 적정 수준인 계약 잔량 조차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해의 납품 대란이 나올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