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철 스크랩] 하락 전망 우세속 · 불확실성 증폭

- 소비 부진 vs 발생량 감소 누가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 - 제강사 우위속 유통업계 저항이 최대 변수 -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응 방향에 주목해야

2020-04-03     손정수 기자
4월 시장에 대해 제강사도 철 스크랩 유통업체도 약세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중순까지는 약세가 이어지고 하순에는 횡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5월 중순까지 약세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최소한 4월 중순까지 하락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반론이 없어 보인다.

제강사는 2~3회, 유통업체들인 1~2회 하락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등 바이러스에 따른 영향으로 시장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1) 수급

4월 철 스크랩 수요는 3월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7대 제강사의 철근 판매량은 84만 톤으로 집계됐다. 재고가 7만 톤 정도 줄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철근 생산은 77만 톤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4월 철근 판매 계획은 80만 톤으로 집계됐다. 판매 여건이 3월에 비해 크게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이 제강사의 판단이다. 그러나 재고가 부족한 상태여서 생산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큰 폭의 증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H형강 판매 계획도 전월 대비 4,000톤 늘어난 29만 3,000톤에 불과하다.

봉형강은 조금이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판재특수강은 감소가 예상된다. 포스코가 재고 과다와 제품 경기 부진으로 철 스크랩 소비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아직 구매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알 수 없지만 지난 시기 포스코 구매 흐름을 볼 때 대폭 감소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세아베스틸도 제강 생산이 약 2~3만 톤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현대제철도 판재류와 특수강 경기 부진으로 A급 소비 감소가 예상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4월은 철근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판재 특수강의 소비 감소로 체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2016년 이후 4년간 4월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량은 3월 대비 7.2% 증가한 250만 톤 정도였다. 월별로 보면 2~3위를 다투는 다소비 시즌이 열린 것이다. 특히 국내 발생량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줄어드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제강사의 4월 국내 철 스크랩 구매량은 3월 44.6% 증가에 이어 추가로 17% 늘어났다. 지난 4년간 4월 평균 국내 철 스크랩 구매량은 152만 톤에 달했다. 제강사의 제품 판매 계획을 놓고 보면 3월과 4월의 폭발적인 소비 증가 가능성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공급도 원활치 않다. 자동차 공장을 중심으로 감산이 이어지고 있고 부품사들의 공장 가동률이 40% 전후로 매우 낮은 상태로 전해진다. 완성차 생산은 물론이거니와 KD 생산도 부진해 A급 철 스크랩의 발생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중량물이 다량 발생하는 철거 시장도 신통치 않다. 철 스크랩 가격이 하락하자 철거도 순연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발생처들도 판매보다는 재고 보유로 선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3월 상황만 놓고 보면 소비 감소와 공급 감소 중에서 소비 감소 영향이 더 커 보인다. 3월 국내 철 스크랩 수급은 수입까지 포함할 경우 공급과잉 상태를 보였던 것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상황은 4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강사들은 수입 계약량을 줄이거나 기존에 계약됐던 물량의 선적을 늦춰 국내 철 스크랩 중심의 사용 패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 가격

가격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국내 시장의 공급과잉이라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수집 가격 측면이다.

철 스크랩 소비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 지속으로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은 톤당 26만 원 ~ 27만 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수집 비용 등을 고려할 때 1~2회 정도 하락하면 공급사들의 저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통업체들은 이미 중소상들의 수집 가격이 10만 원대 후반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수집 의욕이 저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발생량도 적어 수집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2회 이상 내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유통업체들의 지적 처럼 수집 원가는 가격 지지선 형성의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또 다른 측면은 국제가격과 비교이다.

터키의 철 스크랩 수입 가격이 20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터키의 수입가격이 200달러 전후로 하락했던 2015년 9월과 10월 일본의 내수가격은 1만 5,000엔~1만 6,000엔(일본철원협회 인덱스 기준) 수준이었다. 당시 한국의 철 스크랩 가격은 KSSP의 중량A 기준으로 톤당 20만 원 전후였다.

터키의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을 경우 한국의 중량A 가격은 톤당 4만 원 정도 추가 하락 여지가 있는 것이고, 일본 내수가격도 2,500엔 정도 하락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일본의 철 스크랩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면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쿄스틸 우츠노미야공장의 구매가격은 톤당 1만 9,000엔이다. 과거 비슷한 가격대의 KSSP 중량A 가격은 톤당 20만 원 전후였고, 당시 제강사 중량A 구매가격은 톤당 25만 원 수준이었다. 일본을 기준점으로 놓고 본다면 2만 원 정도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기준점으로 잡았던 한국 시장의 수집 비용이나 일본과 터키의 구매가격은 4월 중에도 흔들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가격 하락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은 국내 철 스크랩 수집 원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제 철 스크랩 시장과 한국내의 공급과잉은 국내 철 스크랩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다. 수집 원가에서 비롯된 국내 유통업체들의 저항이 국제가격 하락 압력에 얼마나 저항하느냐가 하락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1~2만 원, 제강사는 3~4만 원 정도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제가격의 하락 속도와 세계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더 내려간다고 보는 견해도 상당히 많다.

3) 주목해야 할 이슈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방향과 철강사 내부의 상황이 주된 변수로 보인다. 특히 일본 정부는 도시 봉쇄 등의 조치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도쿄의 봉쇄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간토지역의 철 스크랩 수출 항구는 5개가 있지만 이중 오다이바를 제외한 4개소는 도쿄도 관할이 아니다. 도쿄에 통행 금지 등의 조치가 발동되어도 인근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철 스크랩 수출 항구는 재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시 봉쇄가 된다면 다른나라 다른 도시들 처럼 물류차질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일본 철 스크랩 수출이 크게 줄어들게 되면 한국 시장은 공급과잉에서 공급부족으로 전환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제강사 내부의 사정이다. 최근 가격 하락은 계약량을 동반하지 않고 있다. 즉 가격 지표는 크게 하락해 철강 제품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계약량이 적어 재고 가격 하락속도는 더디다. 철 스크랩 가격 하락 속도를 재고 가격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 철 스크랩 계약가격은 톤당 2만 500엔까지 하락했지만 선적되는 가격은 2만 5,000엔 전후로 추정되고 실 재고가격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비중이 높은 국내 철 스크랩에 대한 인하 압력을 더 행사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거래량 빈곤은 제강사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 거래량 빈곤은 공급사들이 그만큼 계약에 소극적이라는 반증이다. 즉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바닥에 도달할 경우 빠르게 하락한 만큼 가파른 상승 가능성도 있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제품 시장도 고민이다. 코로나19로 국내 철강 소비 시장이 크게 위축되어 있다. 특히 수출은 주요 국가들이 항구를 봉쇄하거나 물류를 통제한 경우가 많아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 제품 시장의 부정적 영향이 철 스크랩 소비 부진과 가격 인하 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