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코로나 19 여파, 2분기부터 본격화된다.

- 소재산업 특성상 제조업 생산차질 후 2개월 뒤 주문량 감소 - 사스 등 과거 대형 감염병 발생시 4개월 뒤 가격하락세 시작

2020-04-02     김홍식 부사장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이 연기됐다. 전쟁으로 인한 연기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코로나 19로 세계 경제가 가동을 멈춘 느낌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감염병이 언제 끝날 것인가? 하는 점과 철강재 수급 및 가격에 언제부터,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감염병의 종료 시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거니와 필자가 전문가도 아닌 만큼 여기에서 논하지는 않겠다. 주로 철강재 수급 및 가격을 중심으로 알아보겠다.[편집자 주]

1. 심리적 불안감이 가장 큰 적

감염병의 가장 큰 위협은 내가 아무리 조심을 해도 감염되면 사망할 수 있다는 점과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불안심리’인데, 소비나 투자가 위축된다.

얼어붙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중국 등 세계 많은 나라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총 6조원 가량 긴급자금을 투입할 계획인데, 철강 소비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철강소비가 증가하려면 가계소득보다 기업의 투자나 건설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사회적 격리두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늘릴 기업도 없다. 건설현장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경기가 ‘U자’형태건, ‘V자’ 형태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선물이나 주식 같은 시장은 즉각 반영이 된다. 철강재도 마찬가지다.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잠깐이라도 선물가격은 오른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했을 경우나 최근 중국을 보면 분명해진다.



2. 판매 부진 2분기부터 본격화된다

조사결과 포스코 현대 등 대형업체 1분기 생산 및 판매는 계획대비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일까? 철강은 소재산업이다. 감염병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보면 소비재 > 제조업 > 소재산업 순(順)이다. 활동이 제약을 받고, 구매심리가 위축돼서 자동차나 가전제품 판매가 부진하면 소재 구매를 미룬다.

건설 역시 마찬가지다. 통상 제조나 건설사들은 소재 구매를 2개월 전에 한다. 생산스케줄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2월 중순부터 급격하게 늘었고, 3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4월부터 소재투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남은 것은 코로나19가 얼마나 길게 가느냐다. 현재 추이로 볼 때 더 확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2분기 매출 및 수익성 급감은 불가피해 보인다. 감염병이 종식되고 시장이 정상을 찾는다 해도 마찬가지로 소재(철강) 주문을 늘리는 데까지는 2~3개월이 소요된다. 4분기가 돼야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방법은 수출을 해야 하는데, 유럽 미주는 이제 확산 분위기다. 공장 가동 중단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덜하지만 문제는 가격경쟁에서 밀린다는 점이다. 당분간 전 세계는 치열한 수주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메이커보다는 유통이, 내수보다 수출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매출 감소폭이 클 것으로 본다.

3. 가격 어떻게 될까? 추가하락 가능성 있나?

2분기부터 판매 부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점은 대부분이 공감하는 바다. 문제는 가격이 어느 선까지 후퇴할 것인가? 언제쯤, 어떤 연유로 반등할 것인가? 이다. 전 세계(4월1일 현재 코로나 19 확진자 발행국가는 203개국에 달한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제조 및 건설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전제하에서 당분간 가격의 향방은 ▲역내(한중일) 과잉 심화 정도 ▲세계 무역 비중 ▲수입비중과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전반적으로는 약세국면에 접어들겠지만 품목에 따라 그 정도가 클 것으로 본다. 가령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STS는 셋 다 해당되는데, 중국의 재고는 사상 최고다. 여기에다 칭산과 더롱, 티스코 간 시장쟁탈전까지 가세하고 있다. 가격은 한계원가 미만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열연 국제가격은 동남아 오퍼가격이 잣대가 되고 있는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톤당 400달러대가 깨졌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아나 5~6월 선적 분 오퍼가격은 톤당 480달러(FOB 흑해 기준)이다. 여기에다 최근 인도와 베트남까지 가격경쟁에 가세를 했다. 아직 중국은 본격적으로 참여도 하지 않은 상태다. 종합해 보면 가격은 단기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철근은 1~2월 제강사 감산이 이뤄진데다 환율급등으로 수입이 적은 상황이다. 중국 역시 열연은 이미 적자로 돌아섰지만 철근은 아직까지 흑자인 상황이고, 시중 및 생산자 재고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격이 크게 하락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품목은 철광석과 유연탄 등 고로원료와 스크랩 가격이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철광석, 유연탄 가격은 큰 변화가 없다. 중국과 인도가 코로나 19로 광산 채굴 중단과 물류 중단 여파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으며, 미국과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이 여파로 수요가 약세를 상쇄하고 있다. 반면 스크랩은 채굴이 아닌 수입이라는 특성상 물류 차질과 제강사 가동 여부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H2가 FOB 20,200 엔까지 하락했다.

가격과 관련해서(특히 열연, 후판, 빌릿) 재미있는 현상은 일본의 전략이다. 한마디로 힛트앤드런(Hit and Run) 작전이다. 일본이 선수를 치고 나면 그 다음이 한국, 대만이 따라가고, 그 다음 베트남, 인도가 가세하고, CIS국가까지 합세하는 모습이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중국이다. 아직까지 열연기준 톤당 440달러(FOB)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격경쟁이 확산되고, 최근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과 수출증치세 환급률(10%에서 13%로 인상)을 감안할 경우 가장 공격적으로 오퍼를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