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 사업에 기회가 오고 있다” - 국만호 에스피네이처 대표

- 신뢰와 상생으로 연간 70만 톤 판매 … “잉여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2020-02-28     손정수 기자
국내 최대 철 스크랩 업체인 에스피네이처의 국만호 대표를 만나 철 스크랩 산업의 미래와 에스피네이처의 계획에 대해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 철 스크랩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는 국만호 대표
Q> 제강사에서는 오랫동안 제강 전문가로, 그리고 에스피네이처에서는 환경 자원분야에서 일을 해 온 것으로 아는데…

A> 국만호 대표 :
대학 졸업 이후 쇳물과 관련된 일만 해 왔다. 금속과를 졸업하고 1984년 강원산업에 입사해 롤(Roll), 생산기술, 주강, 주철 분야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전산분야에도 있어 봤다. 쇳물은 물론이거니와 전기로 제강사업 전반까지 볼 수 있었던 행운도 누렸다. 2009년부터 에스피네이처에서 자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부터 철 스크랩도 함께 맡고 있다.

Q> 지난해 철 스크랩 사업은 어땠나?

A> 지난해 에스피네이처의 매출액은 약 7,000억원 정도이다. 이중 자원환경부문이 약 4,000억원 정도이다. 철 스크랩 분야의 매출은 약 2,500억원 정도로 자원환경분야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목표했던 70만 톤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해 철 스크랩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에스피네이처 임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해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도 70만톤 이상 판매를 계획 중이다.

Q> 70만 톤은 적은 양이 아니다. 경쟁자들이 넘볼 수 없는 1위인데

A> 연간 70만 톤을 판매하기 위해선 하루에 매일 1년 열 두 달 하루도 빼지 않고 100대를 현대제철에 납품해야 한다. 실제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납품 여건이 나쁜 날을 생각하면 하루 납품 댓 수가 더 많다. 별다른 사고 없이 이렇게 많은 양을 사들이고 판매한 것은 현대제철과 납품사, 그리고 임직원 모두의 도움 때문이었다. 감사한 마음 뿐 이다.

우리가 어려운 시황에도 공격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당사직원과 당사의 패밀리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우리 납품사의 상당수는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이익을 내야 사업이 영위되는 영세한 업체들이 많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기 부침이 컸고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많은 거래처들이 어려웠다.

우리가 이익을 최소한으로 가져가면서 경기 부침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면, 납품사들은 우리가 원하는 품질에 맞춰 납품을 해 주는 것으로 호응했다. 앞으로도 납품사들과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파트너로 남고 싶다.

현대제철이 꾸준히 사준 것도 도움이 됐다. 많은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재고 비축과 방출을 통해 이익을 내고 있다. 즉 지금은 시세차익을 통해 최대 이익을 내는 시대다.

그러나 연간 70만 톤을 핸들링 해야 하는 우리 이익의 원천은 시세차익이 아니라 고객사인 현대제철에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하면서 기본적인 이익만의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제철과 코드가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 에스피네이처의 슈레더 공장


Q> 에스피네이처 스크랩 사업의 경쟁력을 진단한다면?

A> 앞에서 잠시 말씀 드렸지만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매일 다량의 철 스크랩을 사들이고 팔고 있다. 70만 톤을 거래하기 위해선 단지 말과 인맥만으로 되지 않는다. 품질 관리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

품질 관리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내부 전문가 육성과 탄탄한 조직이 필요하다. 우리는 일회성 기업이 아니다. 납품사도 우리 내부 조직도 이에 맞춰 갖추고 있다.

Q> 철 스크랩 사업에 대한 경험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사업부를 담당해 보니 어떤가?

A> 물량 목표는 달성 했지만 사실상 2018년 대비 현상 유지를 한 것이다. 다른 동종사들의 경영성과가 악화된 것 같아 잘했다고 자평하는 것이지 만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동종사들이 철 스크랩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1%도 되지 않는 사업을 왜 하느냐라는 비판과 의문이 항상 따라 다지고 있다.

우리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스크랩 사업을 보고 있다. 투하된 자본과 자본의 회수라는 측면에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사업이 자금 투하에서 회수까지 약 8주 정도 소요된다. 스크랩은 약 2주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사업에 비해 자금 회전이 약 4배 가량 빠르다. 자본의 회전측면에서 본다면 스크랩 사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노폐 스크랩의 발생량은 늘어나고, 제강사의 소비량은 줄게 돼 있다. 조만간 한국은 철 스크랩 잉여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잉여는 위기와 기회를 함께 몰고 올 것이다. 잉여시대에는 수출이 불가피하다. 철 스크랩의 사업성이 달라지고, 사업의 폭도 더 넓어질 것이다. 특히 포트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시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준비가 돼 있다.

Q> 많은 사람들이 세이난쇼지와 에스피네이처를 비교하곤 하는데…

A> 일본의 세이난쇼지와 에스피네이처가 비슷하듯 하면서 좀 다르다. 세이난쇼지는 철 스크랩 수집에서 시작해 슈레딩으로 확장했고,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소각사업과 가스화로 사업으로 진화 발전했고, 나온 폐기물을 매립까지 하고 있다. 또 가연성 폐기물에서 나온 플라스틱 재활용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과 일본의 법이 달라서 세이난쇼지와 우리의 사업 영역은 좀 다르다. 특히 한국은 민원과 강력한 환경 법규로 사업 확장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시적인 문제 일 것이다. 2018년 중국에서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경북의 한 마을에 폐기물 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국에는 매립장이 부족해 가연성 폐기물과 폐합성수지를 처리하기 어렵다.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으므로 결국 법이 바뀔 수 밖에 없다. 아직 가스화로 사업은 시기 상조이지만 국책사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슈레더 기업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ASR도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시멘트의 연료로 사용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염소성분이 높다는 이유로 재활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안 되는 것이다. ASR에 대한 처리 규제를 일본 수준으로 완화한다면 시멘트 업체들은 유연탄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좋고, 우리는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좋다. 자동차 폐차도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환경정책도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재사용을 하는 쪽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지난해 삼표그룹 내부의 환경 자원 기업들이 합병해 에스피네이처라는 거대 기업이 탄생했다. 1년간 운영해 보니 어떤가?

A> 삼표그룹은 환경, 시멘트, 레미콘, 골재, 철도, 운송(물류), IT, 프리콘크리트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철 스크랩이 다량으로 발생하는 사업은 없지만 규모의 경제 확보와 사업부문간 시너지, 경영효율성 향상 등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A> 철 스크랩 업계가 어렵다.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한국철강자원협회를 중심으로 재도약의 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개별 기업의 발전 뿐 아니라 산업의 발전도 도모해야 한다. 숲이 커지지 않고 나무만 클 수 있겠나!

업계 공동의 발전을 위한 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