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2월 H형강 가격 제시에 시장 ´충격´

- 두달새 13만 원 인상 계획에 실수요 유통 모두 충격 - 철골업계 대규모 적자 가능성에 ´울상´ ... 유통업계, 단기 급등에 시장 위축 우려 - 가격 인상 적정성 논란도 점화될 듯 - 현대제철, "수익성 악화로 인상 불가피" · "가격 인상에 총력 계획"

2020-01-22     손정수 기자
▲ 현대제철의 H형강 가격 인상에 시장의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골업체들은 적자 가능성이 비상이 걸렸다. 화력발전소 철골 공사
현대제철의 2월 H형강 가격 인상 발표에 따른 시장의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과 실수요업체들은 단기 시세 급등 가능성에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철골사 등 실수요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지난해 말까지 철골사들의 H형강 기준 철골 수주 가격은 70만 원 이하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의 2월 H형강 가격 인상에 성공하면 10만 원 넘는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한 철골사가 S프로젝트 1만 5,000톤 철골물량을 톤당 60만 원대 후반에 낙찰을 받았다. H형강이 80만 원으로 오르면 이 공사의 경우 20억 원 가까운 손실이 나게 되는 것”이라며 “낙찰업체가 승자의 저주를 받았다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의 걱정도 크다. 1월 6만 원에 이어 2월에 추가로 7만 원이 오를 경우 두 달 사이에 13만 원이라는 유래 없는 가격 상승으로 시장에 받는 충격도 그만큼 클 것이라는 것이 유통업계의 우려다.

- 가격적정성 논란 가능성도

현대제철의 대폭 인상이 적절한 것인가(?)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은 2월 철근 가격을 1월보다 2만 원 올린 63만 원을 계획 중이다. 이에 반해 H형강은 7만 원 올릴 예정이어서 현대제철이 제시한 철근과 H형강의 가격차이가 톤당 17만 원이나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철근과 H형강의 통상적인 가격차이인 1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어서 적정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H형강과 철근 가격이 17만 원 가량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기에 철 스크랩 가격이 지난해보다 한 단계 하락했고, 철 스크랩 가격도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월에 7만 원 인상을 제시한 것도 이해 어려운 가격 제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는 2월 1일 인상안인 최저 마감가격 76만 원은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철근 가격과 비교하고 감산에 따른 원가 상승분, 타이트한 공급상황 등을 고려하면 76만 원 수준까지 상승 여력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차 인상분인 80만 원은 80이라는 숫자적인 부담과 단기 급등이라는 시장의 충격을 고려하면 너무 빠른 인상이라는 것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 현대제철, 수익성 개선 위해선 인상 불가피 ... 시장 충격 예상보다 적을 것

그러나 현대제철측은 다른 입장이다. 감산과 보수 그리고 고가의 수입 철 스크랩과 겨울철 예상보다 많은 수요 등으로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지고 있어 적정 가격까지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4분기 적자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판재류 수익성 악화에 이어 철근 형강까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분기 이익이 손익분기 혹은 적자 전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을 정도로 수익이 악화되어 있다.

현대제철이 연초부터 철근 H형강 등 봉형강 가격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악화된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고, 고육책으로 감산을 강도 높게 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철근 가격대비 H형강 가격이 많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현대제철측의 설명이다. 철근 가격은 12월 52만 원까지 하락했지만 2월에 63만 원으로 올리는 것이어서 톤당 11만 원 가량 오르는 것이고, H형강은 1월과 2월에 걸쳐 13만 원 오르는 것이어서 2만 원 정도 더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H형강 시황 호조를 반영하면 적정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철골 등 실수요업체들의 적자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대제철측은 "특정 시점만 놓고보면 적자가 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가격 폭락기간에 철골사들이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가격 인상에 따른 손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간으로 놓고 보면 철골사들이 적정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단기 급등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가격하락이 지나친 것이고, 철골사 등의 저가 수주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인상은 불가피하다”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현대제철은 2월에도 시장 가격을 하향 유도하는 각종 요인에 대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