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車 협력 부품사, 냉연 업계는?

- 작년 이어 올해도 자동차 시장 악조건 전망 - 수출 활로 개척 및 사업 다각화 성과 거둘까

2020-01-03     최양해 기자
국내 자동차산업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완성차업체의 판매량이 줄자 그를 지탱하는 1~3차 협력 부품사도 휘청이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현실로 직접 마주하니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파급력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냉연업계로서는 ‘진퇴양난’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편집자주]

■ 부품사 줄고, 매출액도 급감
한국 자동차 부품사 위기는 수년 전부터 낌새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쪼그라드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평가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자동차 1차 협력 부품사 수는 총 831곳. 2013년(898개)보다 67곳 감소했다. 5년 새 7.5%가 줄어든 셈이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2~3차 협력사로 범위를 넓히면 훨씬 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도 크게 줄었다. 2014년 78조원을 정점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2018년에는 71조원의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불과 4년 만에 7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 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 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특징적인 것은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한 외국자본계 완성차업체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2018년 이들 업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폐업을 결정한 업체는 모두 39곳. 브랜드별로는 한국GM 22곳, 쌍용자동차 10곳, 타타대우상용차 6곳, 대우버스 1곳 등이다.

이와 관련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외자계 완성차업체 물량을 전담하던 부품사들이 주로 폐업을 신청했고, 국내 여러 업체에 부품을 납품해온 협력사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외자계 브랜드 물량을 포기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협력사는 전년 대비 소폭(2곳)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온도차가 다소 존재했다.

철강 유통업계의 시름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한국GM 연계물량을 상당수 취급했다는 냉연 유통업체 관계자는 “2019년 한해 구조조정, 생산량 감소, 노조 파업 등 각종 이슈가 겹쳐 평년 대비 70% 가까이 물량이 줄었다. 수익성은커녕 재고를 감당하기에도 버거웠다”고 말했다.

■ 올 국내 車 생산 작년보다 더 줄어
문제는 올해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0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동차 수요는 1% 이내로 성장해 ‘현상 유지’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를 작년보다 1.5% 줄어든 394만여대로 내다봤다. 한국GM, 르노삼성 등 외자계 완성차업체의 부진이 커지면서 전체 생산‧판매량에 영향을 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짐은 작년에도 이미 나타났다. 한국GM, 쌍용차 등 외자계 완성차업체 물량을 담당하던 모 부품업체가 ‘자진폐업’을 신청하면서 경종을 울렸다. 파산이나 부도가 아닌, 말 그대로 스스로 문을 닫은 것. 수요 침체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앞섰을 것이다.

이는 국내 철강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외자계 협력 부품사에 소재를 공급하는 냉연 유통업체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자동차강판 메이커의 판매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자계 완성차업체 물량이 많은 포스코의 경우 내수 시장 판매 볼륨 감소라는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자동차강판의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내수 측면에선 지속적인 판매량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예정된 추락···‘각개전투’로 대응
국내 자동차산업이 하향 국면으로 접어들자 철강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한창이다. 우선 메이커들은 글로벌 판매 역량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전에도 해외 시장 개발을 활발히 추진했지만, 채찍질을 멈추지 않는 분위기다.

일례로 현대제철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강판 판매 목표를 연간 100만톤으로 올려 잡았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인 80만톤보다 25% 늘어난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을 늘려가겠다는 구상이다.

냉연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해외 시장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왔지만,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판매처를 확보하고 동시에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이 절실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유통업계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연계 물량 비중이 높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 바람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 스틸서비스센터(SSC) 대창스틸이다. 이 회사는 기존 철강사업뿐만 아니라 이중바닥재 생산, 전기자동차 개발, 지식산업센터 분양 등 새로운 활로를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 코일센터 기보스틸은 다른 제품군까지 판매 영역을 확장하는 방향을 택했다. 기존 열연 및 냉연 제품뿐만 아니라 철근, 후판 등을 새로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연계물량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메이커와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전용 생산설비를 놓는다거나, 철강사업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어떤 방향이든 자동차 산업 침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 차례 부진이 예상되는 자동차 시장. 냉연 메이커 및 유통업계가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 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