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임원에게 듣는다 - KG동부제철 박성희 전무

- “내년 KG동부제철로 온전한 한해...수출 확대에 총력” - “공급 과잉 시장 속 동역자 정신으로 공생 도모하자”

2019-12-20     최양해 기자
2019년 한해 철강업계는 무역규제와 높아진 원부자재 가격 대비 오르지 못한 제품 가격 영향으로 수익면에서 크게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역시 국내외 철강업체들의 경쟁 심화 및 수익 저하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철강업체 마케팅 및 영업 관련 임원을 만나 올해와 내년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네 번째 시간으로 KG동부제철 마케팅영업본부장 박성희 전무에게 지난 2019년 평가와 2020년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주]

▲ KG동부제철 박성희 전무는 내년 수출 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Q> 올 한해 국내외 철강 산업 주요 이슈와 시장 변수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2019년 KG동부제철의 주요 제품 판매 실적과 이에 대한 평가 한 마디를 부탁드린다.

A>
작년보다 올해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았다. 특히,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 유럽, 중국 등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저하됐다. 전년 대비 미국은 0.5% 포인트, 유럽은 0.7% 포인트, 중국은 0.6% 포인트 낮아진 성장세를 보이며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됐다.

철강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자동차산업도 좋지 못했다. 올해 세계 자동차 신차 판매대수는 작년보다 310만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미국은 1.1% 감소, 중국은 9.7% 감소, 인도는 무려 31.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동차 시장이 둔화하면서 기타 수요산업에서 철강재 공급 과잉 현상도 일어났다.

철강업계를 보면 상반기까지 열연코일 가격이 비교적 강세를 보였다. 냉연 및 도금재는 스프레드가 축소돼 냉연단압밀의 어려움이 컸다. KG동부제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올 한해 작년과 비슷한 매출 규모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수출 부문에서 석도, 컬러강판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개선한 점이 주효했다.

Q> 올 한해 국내 철강경기는 수요산업 부진과 각종 무역규제 등으로 어려웠다. 내년에는 국내외 철강 및 관련 주요 수요산업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일부 기관에서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기저효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전방 산업은 올해보다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규제 또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의 규제가 유지되고 있고, 인도, 태국, 베트남, 호주, 과테말라 등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내년에도 판매 여건이 녹록치 않다.

아울러 국내 수요 산업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판매량이 올해보다 2.3% 줄고, 건설 투자 또한 올해보다 1.9% 정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Q> 올 한해 경영 목표 및 생산 판매 계획은 달성했는지 궁금하다. 또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웠던 마케팅 및 영업전략은 무엇이고, 그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한마디 부탁드린다.

A>
8월까지 누계 실적은 연초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9월 1일 이후 KG동부제철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조금씩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전 부문에서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수익성 개선 등 다양한 활로를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Q> 올해 역시 중국발 철강재 가격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내년 가격 전망에서 중국을 비롯한 변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현 시점에서 내년 가격 전망은 (강)보합 수준으로 보고 있다. 고로사가 열연코일 가격 인상을 하고 있는데, 이를 냉연 및 도금재 가격에도 합리적으로 적용한다면 냉연단압밀들의 수익성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최근 중국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조강생산량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이런 흐름이 제품에까지 반영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춘절 이후 가격의 향방이 조금 더 명확해지리라 생각한다.

Q> 글로벌 무역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수출 시장 확대를 천명했다. 강화되는 규제를 극복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어떤 전략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A>
국내 판재류 업체는 생산량의 약 55%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큰 셈이다. KG동부제철은 이미 공급과잉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을 피하고자 한다. 따라서 해외 수출 시장에 대한 개발 및 확대 노력을 예고한 것이다.

최근에는 선진국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으로의 개척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저가재 중심의 중국산 제품과 경쟁을 피하기 위해 선진국 시장을 중점적으로 두드려왔으나, 무역확장법 232조, 세이프가드 등 큰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KG동부제철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의 개척에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국내 동종 업계와의 충돌 및 소모적 경쟁을 피하기 위함이다.
▲ KG동부제철 박성희 전무는 내년 ´KG동부제철´로 온전한 첫해를 맞이하는 만큼 과감한 투자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Q> 높아진 무역장벽과 경쟁 심화를 피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KG동부제철도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내년에 계획 중인 신제품이나 기술이 있는지도 답변을 부탁드린다.

A>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기존 제품 고급화를 위해 R&D센터를 당진공장으로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문 연구인력을 늘리고, 연구 장비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여 연구소의 활용도를 대폭 향상시키고자 한다.

신제품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올해는 맥코트(MgCOT), 불연컬러강판, 바이오코트(BioCOT)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내년에도 고부가 신제품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한창이다.

Q> 2021년부터 신규 설비를 가동하고, 본격적인 내수/수출 비중 역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는 투자 영역이나 사업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전체 캐파는 신규 설비 가동 이후 증가할 것이고, 매출도 함께 늘어날 것이다. 신규 투자 영역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은 당진공장 신규 컬러 라인 투자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석도, 컬러강판 제품의 해외 시장 판매를 올해보다 10% 이상 확대할 것이다. 이후에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매출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Q> 향후 인천공장 부지 및 설비에 관한 활용 여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신규 설비투자가 이뤄지면서 가동을 멈추는 컬러라인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구상을 그리고 있는지에 대해 답변을 부탁드린다.

A>
회사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당진공장과 인천공장을 단일 공장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신규 설비 투자는 이미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인천공장 컬러라인 활용은 향후 시장 상황에 맞게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Q> 내년부터 KG동부제철이라는 이름으로 온전한 한해를 맞게 된다.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나 포부가 있다면?

A>
동부제철이 열연사업을 펼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냉연사업에 전혀 투자를 하지 못했다. 지난 5년간 채권단 관리 아래 운영되면서도 설비투자 등 미래를 위한 정상적인 투자 기회가 없었다.

내년부터는 KG동부제철이라는 이름으로 온전한 한해를 맞게 되는 만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원가 경쟁력 및 제품 경쟁력 제고의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수 및 수출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제품, 서비스, 가격 등을 제공하여 고객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끝으로 업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현재 한국 철강업계는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우리 철강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국내외 시장에서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 경쟁을 피해야한다.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동역자(同役者)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모든 업체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한국 철강산업을 보호, 발전시킬 수 있는 공생(共生)의 길을 가야한다. 이럴 때 대한민국 철강산업은 더 크고, 더 넓고, 지속 성장하는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