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에너지”, 결국 후판의 앞 길

- 올 이어 내년에도 수요 증가 ´제한적´ - 중국과 일본산 후판 수입 확대 여부 주목

2019-12-12     유재혁 기자
2019년 국내 후판 시장은 연초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수요 부진은 그나마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조선용 수요 개선 기대감은 낮아졌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산 수입재의 국내 유입이 확대되면서 시장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높아진 원자재 가격에도 불구하고 조선업체들의 부진은 상반기에는 동결, 하반기에는 3만원 인상에 그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0년 수요에 대해서는 조선용은 보합, 그나마 해상풍력을 비롯한 에너지용 수요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에 2019년과 오는 2020년 후판 시장 주요 이슈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 후판 수요 증가했지만 ……

2018년 극심한 수요부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후판시장은 2019년으로 접어들면서 조선용을 중심으로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요란한 수레였다는 지적과 함께 올해 조선업체들의 수주실적도 예상보다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2020년에 대한 수요 회복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2019년 11월까지 국내 후판업체들의 판매량은 863만4,000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업체들의 수주실적이 개선되면서 생산과 판매 모두 증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예상보다 그 개선폭은 낮았다는 평가다.

조선산업의 경우 2017년 이후 회복되기 시작한 수주실적 영향으로 2019년부터는 후판 수요가 상당수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큰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고 수익성도 개선되지 못하면서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 스틸데일리 DB

결국 상반기부터 이어진 철광석과 유연탄 등 철강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상반기 조선업체들과 후판 가격 인상을 위한 협상에 나섰지만 협상시한을 넘긴 진통 끝에 동결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이와 더불어 하반기 협상에서도 후판업체들은 톤당 8만원 이상의 판매단가 상승요인이 있었음에도 실제 인상폭은 3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가격 인상 어려움은 조선업체들의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수입재의 국내 유입 확대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1월까지 통관된 후판 수입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25.6%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산은 36.6%가 급증했고 일본산 역시 12.9%가 급증하는 등 조선업체들의 수입 증가가 후판 가격 인상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 재현됐다는 평가다.

2018년과 2019년 선박 발주량 회복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2020년 후판 소비 확대 역시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비해 수주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후판 수요 자체는 크게 개선될 여지는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일본과 중국 등 수입재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상회하는 조선향 물량 축소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수요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수익 개선의 여지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스틸데일리 DB
국내 후판 수입 통관 추이
▲ 가격 인상 여지 크지 않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 등 수입재 가경의 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대형 수요처의 탄생은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서 결코 유리한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료 가격은 일단 2019년 대비 2020년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수요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력 저하 요인이 하나 더 출현하는 결과로 연결되는 만큼 조선용 후판 가격의 인상을 주도적으로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각종 전망기관에서는 2020년 국제 철광석 가격은 하향 안정화 될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다. 2019년 7~8월 톤당 125달러(호주산, 62%, 중국향 CFR 기준)을 넘어서는 모습이 이어지던 철광석 가격은 11월 들어서면서 80달러 중반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다. 이어 2020년에는 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국제 후판 가격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중국산 수입 가격과 국내 수입대응재 가격이 연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높은 수준의 반등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비조선용 시장에서는 수요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2019년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준 해상 풍력 발전용 수요를 누가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시장 점유율 확대의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스틸데일리 DB
국내 후판 유통시장 가격
▲ 2020년 후판시장 변수는?

가장 큰 변수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조선용 후판 수요의 회복 여부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여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공장 가동률 회복에 한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고급강 비중 확대를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 역시 당진공장 하나만으로 시장에 대응하기에힘이 부치는 것이 현실이다. 가동률 조절과 고급강 판매 비중 확대를 역시 노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해상풍력발전 등과 같은 비조선용 확대 전략과 9% 니켈강 같은 고부가 제품 역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건설이나 토목 등과 같은 수요 회복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신조선용 신강종 및 에너지 산업용 수요 확대는 수요 회복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역시 상존하고 있다.

더불어 저가 수입재 대응 전략 역시 중요한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아세안 등지로부터의 수입 확대는 수입대응재 판매 비중 확대로 연결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수익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후판업체들은 비조선향 후판 수요 개선 여부 그리고 조선업체들의 건조실적 개선 여부와 더불어 수입재 유입 확대 여부 등이 2020년 후판 수요를 판가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