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고로 개수 두고 고민 깊어지는 이유

- 글로벌 경기 상황 고려시 증설 및 투자비용 등 부담 커져 - 유지시 자동차 강판 및 특수강 등 글로벌향 물량 확대 전략과 배치 - 첫 개보수로 인해 비용 및 기간 등에 대한 고민 깊어지는 듯

2019-12-09     유재혁 기자
현대제철은 지난 10월 29일 3분기 기업설명회를 통해 오는 2024년부터 당진 제철소내 고로에 대해 순차적으로 3년의 기간을 두고 개보수 진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개수 시기나 고로 사이즈 확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정된 것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오는 2024년 첫 개보수 예상 시기까지 아직 기간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고민의 강도는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왜 현대제철의 고민이 이처럼 깊어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 비용에 대한 고민

현대제철의 1,2 고로는 지난 2010년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다. 실제 개보수 시기는 2027년부터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두개의 고로를 개수할 수 없는 만큼 2024년부터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결정해야 할 고민 가운데 하나는 내용적을 기존 5,250㎥에서 확대해 생산능력을 연간 450만톤 이상으로 확대할 것인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고로 사이즈를 확대할 경우 후속 공정인 제강 및 연주 공정의 투자 역시 불가피해 보이며 이에 따른 프로덕트 믹스 역시 달라져야 하는 만큼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여기에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 2016년과 2017년 고로 개보수 당시 초대형 고로로 내용적을 확대하면서 1기당 투자비가 5,000~5,500억원 정도가 투입된 바 있다.

이는 고로 개보수 경험이 많고 기간 역시 100여일 정도로 짧게 진행할 수 있는 데다가 후공정의 확장 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의 경우 2조원 수준의 투자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첫 개보수인 데다가 후속 공정의 증설 투자가 병행되어야 할 경우 실제 투자비 규모는 기하 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투자비 대비 수익 확보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우려 역시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증설 투자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 시황에 대한 고민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결국 내용적 확대를 결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회사측 역시 고로 개수에 2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며 투자비 대비 증산 효과가 적고 코크스나 소결 공장 볼륨 확대 부담부터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인허가 등 고려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황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가장 큰 부분이다. 글로벌 철강 수요가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철강 생산능력이 여전히 과잉을 유지하고 있고 글로벌 철강사들은 대부분 통합이나 구조조정, 설비 폐쇄 등을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줄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자동차용 소재 공급업체라는 현대제철의 정체성을 감안할 경우 수소 및 전기 자동차 비중 확대로 인한 철강재의 대당 원단위 사용량 축소 부담 역시 고민해야 만 하는 입장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 글로벌 자동차 강판 업체로 도약?

문제는 시황을 고려해 고로의 내용적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기존 사업 방향과 대치되는 부분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현대제철은 연간 550만톤 내외 수준의 자동차용 강판을 현대기아자동차에 공급하고 있으며 연간 100만톤 수준의 글로벌향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로 개보수시 내용적이나 후속 공정의 볼륨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현대기아자동차향을 제외하고 글로벌 향 자동차용 강판의 물량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자동차 소재 전문 철강업체라는 기본적인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기 위해 해외 비즈니스 중심의 자동차용 강판 판매 루트 개척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고로 개보수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용 강판 물량 확보를 위해 현대기아자동차향 물량을 축소를 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데다가 후판이나 다른 제품의 생산 축소 역시 고정비 등을 감안한다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 원소재 소싱 다변화로 대안 찾자

철강시장의 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는 그간의 확장형 경쟁에서 핵심 기술력 확보 및 수익성 경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무역규제는 심화되고 수익성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등 범용 제품의 대량 생산으로 수익성까지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강화되고 있는 각국의 환경 규제 역시 철강업체들이 넘어야 만 하는 산이 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의 시대로 접어들며 무조건 자사 제품의 소재를 직접 생산해 사용하는 것만이 수익성을 보장한다는 법칙이 진리라고 할 수도 없는 시대란 것이다.

실제 현대제철은 강관부문의 경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일부 제품에서 저가 소재를 외부에서 조달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이 고로 개보수를 놓고 중장기적 차원의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만큼 국내외 철강시장을 면밀히 분석해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