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갑작스런 인하 발표 남부 스크랩 시장 어디로?

- 큰 폭 인하 가능성 적어 ... 제강사, 유통량 적정 수준 관리에 초점

2019-12-06     손정수 기자
남부제강사들이 철 스크랩 인상 열흘 만에 가격 인하를 선언하면서 향후 시장 전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강사와 유통업체들은 2만 5,000원~3만 원이 오르면 유통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전망대로 두 번째 인상이 있었던 4일부터 물동량이 급증했고, 5일부터 한국철강과 한국특수형강의 입고 통제, 6일 가격 인하 발표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유통의 시간에서 제강사의 시간으로 빠르게 시장의 주도권이 이동한 것.

유통업체들은 당초 단기 고점 진입 후 횡보 혹은 소폭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왔다. 갑작스럽고 빠른 제강사의 가격 인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터키의 수입가격이 280달러를 넘어섰고, 미국의 내수가격 상승, 동아시아 철 스크랩 가격 강세 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 홀로 인하로 전환된 것에 대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 제강사 왜 내렸나?

제강사의 가격 인하는 언제가 문제였지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 제강사의 철 스크랩 가격 인상 시점의 재고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량이 급증하면 빠른 인하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주 초 한국철강의 재고는 5만 톤에 육박했다. 대한제강은 3만 톤대 중반,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선언한 YK스틸도 3만 톤으로 적지 않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가격 인상은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기대와 장기 폭락에 따른 피로감으로 유통량이 급감하면서 막힌 시장을 뚫기 위한 제강사의 고육책이었다.

게다가 12월은 연간 재무제표 관리를 위한 재고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올해는 9월 이후 철근 등 제품 가격 폭락과 시황 악화로 여느 때보다 강도 높은 재고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또한 감산에 따른 철 스크랩 소비 급감도 조기 가격 인하로 방향을 선회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제강사들의 생산은 크리스마스(12월25일) 이후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철 스크랩 소비도 줄어드는 것이다.

- 제강사, 가격보다 유통량에 방점

제강사의 가격 인상은 단기간 막힌 시장을 뚫고 중순 이후 감산에 대비할 수 있는 정도만 유통되면 좋았던 것이어서 조기에 인하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빠른 하락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제가격이 아직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 가격의 빠른 하락은 국제가격과의 격차를 벌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월은 소비 감소와 과다 재고로 유통량이 줄더라도 버텨나갈 수 있지만 재고 조정 후 맞게 되는 1월에도 유통량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1월부터 시장은 몸살을 앓을 수 있다.

제강사들은 가격 인하를 통한 수익성 방어 외에 적정 수준의 유통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을 관리하는 것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철강이 2회 총 2만 5,000원 인상 후 5,000원이라는 ‘소심한’ 인하를 선택한 것도 시장을 대하는 신중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가격 하락 징후가 뚜렷하지 않다면 제강사들은 유통량을 유지하는 선에서의 보수적 가격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는 많으면 2회, 총 1만 5,000원 정도 하락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