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철근 가격방침, 중소제강사 역할 대두

- ‘애매모호한 제강사 영업방침이 혼란 자초 지적도’

2019-10-23     박다솔 기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유통행 철근 가격에 대해 21일부로 톤당 66만 원을 적용한다고 발표하고 이틀이 지났다. 가격방침에 대한 해석과 예측이 엇갈린, 혼란스러운 시장이 연출됐다.

혼란 속에 나온 대형 제강사의 가격정책은 추락하는 철근 시장에 대한 브레이크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중견 제강사들이 현재 나온 가격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가격정책을 발표한 21일, 철근의 유통가격은 심리적 저지선인 톤당 60만 원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그 전주인 15일, 고장력 10mm 재유통 최저가격(즉시현금)은 59만5,000원에 거래됐다.

현대제철로선, 50만 원 대로 떨어진 재유통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고, 부랴부랴 월요일 오전에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동국제강도 비슷한 내용을 시장에 고지했다.


대형 제강사 관계자들은 ‘과도한 가격 하락에 대한 특단의 조치’ ‘패닉 상태인 시장을 되돌려야 하는 제강사의 역할’ 등의 말로 이번 가격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력했다.

이후 철근 시장에서 최저가는 사라졌지만, 쉬이 반등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중소 제강사의 입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 제강사는 ‘톤당 60만 원 이하 거래는 하지 않겠다’는 말로, 대형 제강사의 가격 정책을 에둘러 피했다. ‘시장 상황을 봐서 점진적으로 올리는 게 맞다’는 이유였다.

유통업체는 이를 10월 마감에서 60만 원에 맞춰주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QD(물량할인)에 대한 얘긴 안했지만 맞춰준 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다만 60만 원 아래로는 거래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애매한 가격 정책, 중지해야

‘맞춰주겠다’라는 이 애매한 가격 정책은 최근 두 달 간 철근 가격이 폭락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7대 제강사는 8월 78만 톤의 철근을 팔고, 9월엔 65만 톤을 팔았다. 특히 9월은 가을장마와 연휴까지 겹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원칙 마감은 깨지고, 제강사 모두 유통에 QD를 약속하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재고 소진과 실적 만회 등이 이유였다. 그 결과가 철근 가격이 폭락한 지금의 상황이다. 물론 수요 부족도 이러한 저가 판매 경쟁에 불씨를 당기긴 했지만, 가격은 수요보다 빨리 무너졌다.


철근 시장 관계자는 “시장의 가이드라인을 줘야할 제강사가 가격을 맞춰준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라며 “유통업체 입장에선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려고 많이 팔려고 달려 들다보니, 9월 폭락, 10월 폭락으로 이어졌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강수를 둔 대형 제강사조차, 지금의 가격 정책을 번복해야 할 순간이 올 가능성도 다분히 높다. 중소 제강사가 이들을 얼마나 뒷받침 해주느냐에 따라 상황은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