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좌제도 균열 조짐 · 복수 구좌허용 목소리 커져

- 제강사 입고 통제 장기화 ... 구좌업계, 판매량 유지 위해선 복수 구좌 허용 필요 - 제강사 구매 패턴도 변화 중 ... 복수 거래에 유연한 모습도 보여

2019-10-23     손정수 기자
▲ 제강사의 철 스크랩 입고 통제가 장기화되면서 잉여량 판매가 구좌업체들의 주요 현안이 되고 있다. 제강공정
철 스크랩 입고 통제가 장기화 되면서 구좌업체들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철 스크랩 납품구조는 구좌업체가 복수의 제강사에 대한 납품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철 스크랩 공급부족으로 제강사가 복수 거래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S사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좌업체들이 한 개의 제강사와 거래하고 있다. 다만 공급 잉여기간에는 일시적으로 다른 구좌업체를 통해 대납하기도 하지만 그 조차도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유통구조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9월 이후 제강사의 입고 통제와 감산이 강화되면서 각 구좌업체들의 매출량이 크게 줄어든 것. 주요 납품업체들의 매출량은 평소대비 약 20~25%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구좌업체들은 매출량 감소로 중하부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쌓이는 재고 평가 손실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9월 이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매출량이 대형 구좌업체일수록 손실이 크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철근 경기 부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수 거래로는 상반기 매출량 및 매출액을 회복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구좌업계 내부에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잉여량에 대한 판로 확보를 모색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 구좌업체 대표는 “구좌업체들의 판매 능력 대비 20~30% 정도 수요가 부족하다. 경기 부진이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어 매출량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 매출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른 제강사에 대한 판매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이 장기화 된다면 경쟁 구좌업체를 통해 납품하는 것 보다 구좌권을 얻어 안정된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구좌업체들이 별도 법인을 내는 방식을 통해 새로 구좌를 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전했다.

구좌 제도의 해체적 모습은 제강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제강사는 최근 복수 구좌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강사의 구매 패턴이 약정량 중심으로 전환되고 약정량에 이행이 인센티브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약정량 이외의 물량에 대해선 제약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

한 제강사 구매 팀장은 “우리가 관심이 있는 것은 매월 매주 매일 약정한 물량이 안정적으로 입고되느냐 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각 사업주체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상 복수구좌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제강사들은 향후 경기 부진과 감산이 일상화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량 감소로 기존 납품업체를 모두 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제강사와 유통 모두 공감하고 있다. 제강사의 구매량 감소로 납품업체 구조조정은 물론이거니와 복수구좌 허용 등 유통 구조의 점진적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