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인코리아 임춘섭 대표…30년 토요 에이전트 종지부 찍고 자체 기계 생산 나서

- "늦게 제품 개발에 뛰어든 만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기본 모토"

2019-10-04     박다솔 기자
임춘섭 대표에게 올해는 회사 설립 30주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보다는 새로운 사업의 시작, 새로운 미래로의 변환기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더 특별한 해다. 월드인코리아는 1990년 9월 20일 설립된 오성산업의 전신이다. 오성산업은 일본 토요사의 철근 가공기계 한국 총판 계약을 체결하며 설립됐다. 임 대표는 1996년 입사해 대표가 된 현재까지 회사에 몸을 담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 4월 토요코리아 간판을 떼고 세계를 한국으로 모은다는 뜻의 월드인코리아로 상호를 변경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독자적 개발, 생산에 들어갔다. 29년 동안 터득한 일본 토요사의 기술적 잇점을 응용 개발해 일본 토요 제품을 뛰어넘는 철근 기계를 만들기 위해 전 직원이 하나로 뭉쳤다고 한다. 월드인코리아의 첫 작품은 간단한 보강근전용 절곡기(WK 2B-16-3)로 시험가동을 마친 상태고 곧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이미 몇 명의 고객으로부터 주문도 받았다.

토요를 뛰어넘고 싶다는 그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으로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춘섭 대표를 경기도 일산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계적 가공기 브랜드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최고의 철근가공 기계를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와 철근가공시장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 월드인코리아 임춘섭 대표

- ‘월드인코리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일본의 토요(동양건설공기)의 한국 대리점으로 시작해 올해 상반기까지 BSM, 대한제강, 동국제강 외에도 많은 철근가공장에 900대 가까운 자동화라인을 납품했다. 현재는 일본 토요사의 아시아권 최대라이벌사 대만의 달헝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독일의 프로그레스, 페닥스, 이태리의 오스캄과도 공급계약을 체결해 판매를 시작했다. 또한 한국에 판매된 일본 토요기계를 고객으로부터 재매입해 오버홀을 한 뒤 다시 고객에게 재판매 및 보상판매하고 있다. 해외수출을 하고 있다. 최근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철근가공기계의 국산화다.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구성과 앞선 기술을 갖춘 기계를 직접 개발해 판매할 생각이다. 세계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 30년 가까이 거래한 토요와 거래를 끊은 배경이 궁금하다.

토요와 거래한 지는 올해가 딱 29년이 되는 해였다. 지난해 토요 판매점 회의 때 한국 건설경제가 악화될 것 같으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 했고, 실제로 올해부터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나는 토요에 소나기를 피하는 방법을 몇 가지 제안했는데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토요가 생산하지 않는 기계 종류는 타사의 제품을 판매하게 해달라고 요청해지만 무산됐다. 이것이 가장 큰 이유가 돼 결국 서로가 다른 길을 가게 됐다.

- 오랜 시간 거래를 했는데 신뢰는 그만큼 쌓이지 않았던 것 같다.

어차피 상호 신뢰라는 것은 서로의 이익을 충족할 때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이면 안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거래에 있어 서로의 금기를 지키는 것도 신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업에 있어서 정치는 분리된 영역이었는데 마지막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토요 관계자가 이 금기를 깼다.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을 왜 문제로 만드는지 물어보더라. 나도 참다가 ‘아베에게 물어보라’고 대꾸했다.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는 건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 준비 없이 사업이 중단됐는데, 혼란은 없었나?

토요가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부품 공급을 바로 끊어서 많이 난감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발빠른 대처로 대응가능했다. 이제껏 토요의 자동화 기계가 국내에만 900대가 팔렸는데 98% 정도는 부품 국산화를 이뤘고, 나머지 2%로도 거의 해결돼 고객들의 기계를 사후 관리 하는데엔 전혀 문제가 없다.

이밖에도 고객들의 염려와 응원이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는 데 큰 힘이 됐다. 고객분들께 지금 기계를 사면 항일 기술개발 독립자금을 주시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모두 웃으시며 일본에서 수입만 했는데 이제는 일본으로 수출도 해보라고 응원해주신다. 기계를 만들면 자료를 보내달라는 판매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 직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사장이 일본에 출장을 갔다가 거래를 끊고 왔으니, 청천벽력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를 믿어줬다. 현재 회사 매출은 토요 에이전트를 할 때보다 40%가 급감했는데, 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은행에 가면 분식회계한 거 아니냐고 물을 정도다. 새 기계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보다 오버홀해서 수출하는 게 마진이 많다. 최근에도 대만에 오버홀 기계 2대를 수출했는데, 만족한다는 반응을 얻었다. 필리핀, 몽골, 대만, 싱가폴에도 계속 수출하고 있다.

- 매출에 영향은 없었나?

당연히 있다. 전체적인 경기 침체 영향도 있고 한국에서 토요의 이미지는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에, 거래 종료는 곧 매출의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버홀하며 수출한 자동화 기계의 반응이 좋아 추가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수출국가도 다변화하고 있다.

▲ 오버홀을 마친 가공 기계들이 수출을 기다리고 있다.


- 자체 개발 기계, 차별점은?

우리의 첫 번째 개발품은 간단한 보강근전용 절곡기이며 두 개의 밴딩암의 최대 회전각도는 180도이다. 특허 절차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판매된 타사 제품이 갖지 못한 기능을 갖고 있다. 가성비와 내구성을 가진 기계가 될 것이다. 최대한 완벽한 기계를 선보이고 싶다. 일본 기술자들도 인정하는 우리 직원들의 실력을 믿고 있다. 첫 번째 모델은 수출도 곧 나설 것이다.

- 가공 시장이 굉장히 어렵다. 수요는 있나?

미리 오더를 보내준 고객도 있고, 구매 의사를 타진한 고객도 있다. 내수 시장도 중요하지만 일본 기계를 넘어서는 꿈을 가지고 있기에 앞으로도 개발되는 제품들을 수출에 더 많은 욕심을 내고 싶다.

- 철근 수요 감소과 함께 어려움을 겪는 가공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나?

가공 공장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할 때 인 것 같다. 공장 스마트화가 돼야 할 것이다. 50명이 1만 톤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20명이 5,000톤을 생산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참고로 100% 공장 가공하는 일본은 월 3,000톤이 넘는 공장의 비율이 아주 낮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대형 공장이 아주 많다. 현재 상황에선 몸집을 최대한 줄여야 하지 않을까. 최대한 스마트화하면서,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일산에 위치한 월드인코리아 공장 내부


- 장기적 비전이 궁금하다.

늦게 제품 개발에 뛰어든 만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기본 모토다.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자는 마음으로 도전해 가겠다. 시작은 작고 간단한 기계지만, 점점 자동화 설비로 발전시켜 세계시장에서 월드인코리아 기계를 당당히 세우고 싶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계가 일본 토요에서 한국의 월드인코리아로 대체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힘찬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