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환경문제 더 면밀히 살펴야

- 고로 블리더 개방으로 철강업계 환경 문제 부각 - 유럽 탈탄소 정책 영향, AM 및 신 제강 기술 개발 및 파일럿 설비 실험

2019-09-03     유재혁 기자
지난 6월 국내 고로업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연이은 조업정지 결정 영향으로 숨가쁘게 여름을 맞이했다. 전라남도와 경상북도는 물론 충청남도 역시 각 지역내 고로에 대한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일단 충남도가 조업정지 처분 결정에 이어 현대제철의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환경부의 민관협의체 구성 및 활동으로 한숨 돌리는 모습이었으나 철강업계가 직면한 환경문제와 과제는 이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편집자주]

▲ 고로 운영 개념도(자료 : 포스코)

● 민관협의체, 결론은?


환경단체의 고발로 발생한 고로의 블리더를 통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 논란이 환경부의 민관협의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술개발 등 개선방법이 없다는 철강업계와 일단 대기환경보전법, 즉 실정법을 위반했으나 다른 대안이 없다는 철강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듯한 분위기이며 조업정지보다는 다른 해결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간 민관협의체는 고로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성분과 배출량 그리고 해외 제철소 현황 조사 및 오염물질 저감 방안 및 제도 개선 등을 위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실제 미국 아르셀로미탈의 인디애나 하버제철소를 방문하긴 했으나 해외 제철소의 경우 공개를 꺼려 다른 제철소 방문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한국철강협회는 국내서 12기의 고로가 운영중이며 쇳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분진은 모두 포집, 회수돼 발전 연로로 재활용 또는 폐기처리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기적으로 점검 및 정비를 위해 고온 고압의 바람을 멈추는 휴풍을 진행하는데 이때 외부 공기가 고로 내부로 유입돼 잔여 가스와 반응, 폭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고로 상부에 위치한 안전밸브인 블리더를 개방하고 대기보다 높은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증기를 주입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로 정비시 일시적으로 안전밸브를 개방하는 것은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 절차이며 안전밸브 개방시 배출되는 것은 수증기가 대부분이고, 고로 내 잔류가스 배출에 의한 환경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또한 고로 안전밸브 개방은 전 세계 제철소가 지난 100년 이상 동안 적용해 오고 있는 안전 프로세스라며 대기환경보전법의 관련 조항은 고로 업종의 특성에 맞게 법리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석탄저장설비인 친환경 사일로(Silo) 건설현장

● 환경부담 더 커질 것

블리더 개방에 대한 환경부 민관협의체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에 따라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향후 적지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양사 모두 환경오염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단 조업정지 처분 집행정지로 한숨 돌리고 있는 현대제철은 지난 7월 당진제철소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최대 4배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결로 배가스 처리장치(Sinter Gas Treatment System, 이하 SGTS)를 본격 가동했다.

현재 1, 2 소결로에 더해 3소결로까지 설치를 준비중이며 내년 6월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환경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역시 지역주민들과 대기개선 TF 구성을 비롯해 환경개선 및 배출가스 저감 설비 등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철강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로업체들의 환경 관련 투자 부담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경부 민관협의체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고로업체는 물론 관련 철강업체들의 환경 관련 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소결 배가스 설비 전경

● 고로 없애는 유럽, 脫 탄소 정책 강화

환경 관련 규제가 이미 강화돼 있는 유럽의 경우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脫 탄소 정책’ 영향으로 아르셀로 미탈을 비롯해 유럽내 철강업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신기술 개발이나 수소 환원 등 제법 변화 등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환경 관련 비용 부담이 낮은 수입제품의 유럽내 진출을 제한하는 무역장벽을 구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말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 미탈은 ‘기후변화 행동 보고서’를 통해 나무 폐기물을 철광석 환원재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고로에서 사용하는 강점탄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을 실험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독일 함부르크 공장에서는 DRI 공장에 수소환원법 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벨기에에서는 전로에서 철광석의 직접 환원을 시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고로 가스로부터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데모 플랜트를 가동하는 한편 겐트 및 덩케르크에서 이산화탄소를 저정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유럽에서는 13기의 전기로가 증설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현재 20여기인 고로를 대체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SAB는 수소환원 제철 ‘HYBRIT’의 실현을 위해 수직형 파일럿 플랜트 건설을 시작했으며 스웨덴내 소형 고로 2기를 2025년까지 전기로로 대체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페스트 알피네 역시 수소 직접 환원 파일럿 플랜트를 내년 2분기중 가동을 시작해 실용화키로 한데 이어 독일 철강업체 역시 수소를 사용해 직접 환원용 수직형로나 전기로 수소 생성 전해조를 신설하고 현재 3기의 고로 운영을 단계적으로 멈추고 수형로와 전기로로 이를 대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럽의 경우 파리협정에 따라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하는 목표를 설정해 놓은 상태다. 유럽지역 철강업체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연구 개발비가 증가하면서 이 같은 부담이 적은 저가 수입강재의 유입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부담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 철강업계. “환경 관련 긴장의 끈 놓지 말아야”

철강업계에서는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투자나 비용은 물론 향후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데 결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시점이라는 데 적극 동의하고 있다.

신규 제법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설비나 제법 마련, 또는 환경 설비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환경부 민관협의체가 고로 조업정지와 관련돼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 보다 더 앞서는 오염물질 저감 노력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으로 우수한 경쟁력을 환경관련 부문에서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