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형강 바닥 논란 한창...바닥인듯 아닌듯

- 현대제철 가격 인상 드라이브 vs 수요 부진 부담

2019-08-23     손정수 기자
H형강 가격의 바닥 논쟁이 한창이다. 7월과 8월 대폭 하락과 현대제철의 가격 인상이 맞물려 바닥이라는 인식도 있는 반면 수요 부진을 이유로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국산 H형강 거래가격은 7월 85만 원(소형 정기결제 기준)까지 올랐지만 약세로 전환돼 7월 말에는 83만 원까지 하락했다. 8월에는 80만 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80만 원 이하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실질 거래 가격은 그 이하다.

유통업체들은 정기 결제 기준 78만원~79만원 수준이 일반적인 거래가격이라고 전했다. 호가는 82만 원 전후로 실질 거래가격과 차이가 있다.

- 바닥까지 하락했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바닥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2개월간 낙폭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85만 원에서 79만 원으로 약 6만 원 하락했고, 저가품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하락폭은 더 크다. 2개월간 사실상 폭락장을 보였던 것. 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하락에 바닥이라는 인식도 많다”라고 말했다.

최대 생산업체인 현대제철이 적극적인 인상 노력을 시작했다. 현대제철은 9월 공급가격을 83만 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시세보다 4만 원 이상 높게 마감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9월 추석 연휴와 포항 대형 H형강 공장 보수로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일부 지하철 공사 발주와 삼성전자의 신규 발주 등 대형 현장이 개설될 것으로 전망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이 줄고 성수기 진입으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오를 것으로 내다본 것.

- 상승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H형강 가격 폭락의 가장 큰 이유는 수요 부진이 지목됐다. 대표적으로 올해 눈에 띄는 대형 현장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와 반도체 업계가 H형강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0%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눈에 띄는 공사가 없다. 그만큼 소비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500톤 이하 소규모 현장이 꾸준히 이어져 올해 판매 호조세를 이어왔지만 7월 이후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모두 최근 목표 달성에 빨간 불이 켜진 것. 소비 부진이 주된 이유이다.

또한 9월은 추석 연휴로 소비가 더욱 줄어드는 달이다. 지난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양사의 9월 내수 판매는 16만 5,000톤으로 7월의 21만 7,000톤이나 8월의 19만 5,000톤에 비해 3만~5만 톤 가량 감소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일 경우 9월 판매량은 14만 톤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파와 설 연휴로 발이 묶였던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출하량이 줄어드는 것.

소비 부진에 대한 우려로 바닥 탈출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어디로 튈 것인지 아직 미지수다

상승 동력은 제강사의 강한 인상 드라이브다. 제강사들은 원가 부담과 수익성 악화 때문에 시장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제강사들은 강한 인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장 가격 하락 요인 중 하나였던 제강사간 판매 경쟁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장에 충격을 주었던 프로젝트도 사라지거나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장이 바닥을 탈출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유통업체들이 소비 부진으로 판매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특히 8월 매출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9월은 추석 연휴와 자금 수요까지 늘어나 유통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변수는 공급이다. 5월 ~ 7월 판매량이 계획을 밑돌고 있다. 8월에는 미달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3개월간 내수 판매 미달은 2만 톤 정도이고, 제강사가 8월 막판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면 이달 판매 목표 미달은 2만 톤에 육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강사가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선 공급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판매 계획을 줄이고, 판매량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제강사의 가격 인상 의지는 9월 판매 계획을 보면 눈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판매 계획을 줄이지 않는 한 가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제강사의 가격 인상 성패는 제강사의 인상 의지 특히 공급량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와 유통의 불안 심리를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에 달린 문제다. 또 본격적인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강사의 변화된 판매 정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