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 부산시 GTS 투자 승인 연기..다음 행보는?

- 부산시 GTS 합작투자 승인 연기..신중히 검토후 결정할 것 - 공급과잉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최대 과제 - 전후방 산업의 공존과 상생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도 수면 위 부상

2019-06-13     손연오 기자
부산시가 GTS 합작법인 투자 승인을 연기했다. 보다 정확하게는 부산시와 길산그룹, 청산강철 간의 MOU 일정이 연기됐으며, 사안을 보다 신중히 검토한 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를 비롯한 냉연업계 그리고 창원시와 포항시에서도 연일 합작투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의 부담감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부산시의 합작 투자 유치 철회라는 공식 입장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향후 합작투자와 관련한 공방이 어떤 양상으로 흐를지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스테인리스 생산업체들은 부산시가 합작투자 유치를 백지화 할 때까지 대내외적인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일 13일 오후 1시부터 부산시 앞에서 금속노조의 기자회견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급과잉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최대 과제

또한 생산업체들은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길산그룹과 청산강철의 합작투자가 공급과잉을 배가시켜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의 기반을 흔들게 될 것이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우회수출 문제를 야기하여 통상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주장으로 강력히 맞서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유럽과 일본에서는 자국 철강 전문지 등 언론을 통해 한국 업체들이 인니산과 중국산 열연 소재로 냉연을 만들어 우회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경고를 지속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분쟁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중국산 우회수출 문제가 통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포스코 해외법인을 비롯하여 국내 냉연업계가 인니산과 중국산 열연 소재로 냉연을 만들고 수출도 하고 있어 이 주장이 투자 반대 이슈로 지속 부각되면 논리 약화와 모순으로 역공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일부 국내 제조업체들이 중국과 대만 및 인니산 냉연을 수입하여 단순 표면 가공 후 수출하거나, 미열처리 상태의 냉간압연재(풀하드) 소재를 구매하여 열처리후 한국산으로 수출하는 문제도 짚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GTS 투자 시 수출 확대 계획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현실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수출환경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내수 물량 확대로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합작투자에 대한 반대 여론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어야 하는 것은 공급과잉 문제이며, 취약한 시장 구조 개선이라는데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GTS 투자 논란 이전에도 이미 수입재의 범람과 공급과잉 그리고 기형적인 스테인리스 시장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존재해왔다.

GTS 합작투자 논란을 계기로 스테인리스 업계의 구조조정과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제시되지 않는 한, 금번 이슈는 다른 형태의 문제로 반복될 것이라는데에 업계의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설득하고 반대 여론을 이끌어 내 합작투자를 막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시장의 구조적인 개선과 국내 독과점인 스테인리스 열연 가격 정책 등의 실질적인 변화와 정부 기관의 관리 감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늘어가고 있다.

전후방 산업의 공존과 상생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도 수면 위 부상

길산그룹의 반격도 현재진행형 중이다. 길산그룹은 스테인리스 중소기업들의 수익성과 경쟁력 문제 더 나아가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사용하는 하방 수요산업 중소 제조사들의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연관 수요산업의 부진과 시장의 비정상적인 구조 등으로 스테인리스 유통과 실수요 업체들이 모두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내 생산업계가 자체 원가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수입이 급증하고 국내산 제품과 수입재 가격이 40만원 이상 벌어지는 등 기이한 가격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길산그룹은 국내 냉연 생산업계의 고가격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면서 이번 투자로 스테인리스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스테인리스 유통업계의 경영실적은 참담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업계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몇년 간 부도를 맞거나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실수요 업체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스테인리스 업계의 체질이 전반적으로 약화 혹은 악화됐다는 점과 내수가격이 고가라는 지적에는 대다수의 업체들이 공감하고 있다.

물론 스테인리스 생산업계의 실적은 유통업계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이들 업체들의 수익성 역시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스테인리스 전후방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형성과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 및 이익 쉐어가 이뤄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청산 리스크도 고려 대상..무조건적인 대립은 지양해야..

청산강철의 제품 생산 대응 범위가 한정적이고, 원가경쟁력 자체를 청산의 상공정에만 의지하는 데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인니와 중국에서의 천재지변 혹은 사고 발생 시 수급과 가격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범용강종에 있어서 국내 생산업계의 최소 생산 규모의 설정과 시장분할은 필수적이다. 스테인리스 업계는 지난 2016년 중국발 공급차질 리스크를 경험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 스테인리스 생산업체들의 공조와 시장세분화가 필수적인 가운데 청산강철과의 전략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상태다. 적극적인 통상 이슈를 통해 인니산과 중국산 스테인리스 열연과 냉연에 AD를 걸 수 있는 환경이 아닐 경우, 청산강철과의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시장의 안정과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스테인리스 업계는 이번 합작투자 공방의 양상과 부산시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날선 대립과 파국으로 치닫기 보다는 하루 빨리 이해 관계 주체들이 균형점과 타협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