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유통행 가공 턴키 수주 중단 파장은?

- 유통의 가공 턴키 시스템 급변 ... 대형화 유도 및 부가가치 향상 기대 - 철근 가공 가격 하락 및 경쟁 강도 강화 ... 건설사, 조달 비용 증가 가능성 커

2019-06-05     손정수 기자
현대제철의 유통행 가공 턴키 철근 수주 중단이 철근 시장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1. 현대제철 폭탄 선언의 배경은?

현대제철이 유통이 수주한 철근 가공 턴키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세 방어를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유통업체들은 제강사와 긴밀한 논의를 통해 건설사들의 가공 턴키를 수주해 왔다. 그러나 올해 월별 고시가격 정착을 위해 제강사들은 최저가 입찰 참여 중단을 선언하고 유통업체들과 가공 턴키 수주에 대한 일체의 협의도 중단했다. 유통업체들이 올해 수주한 가공 턴키 물량은 ‘유통의 자유 의지’에 따라 수주한 것이라는 것이 제강사의 주장이다.

문제는 약자인 유통업체들의 가공 턴키 수주가격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톤당 4만원 할인은 일반화 됐고 더 밀려 5만원 수준까지 하락한 것. 더 하락할 경우 유통의 할인 요청이 빗발쳐 전체 철근 시장이 엉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대제철이 강수를 꺼낸 배경이다.

유통이 저가 수주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도 물론 있다. 건설사들의 최저가 입찰과 예상 가격을 벗어난 물량에 대한 재입찰이 이어지면서 할인이 커진 것. 여기에 건설사와 제강사간의 가격 분쟁으로 유통의 가공 물량이 준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킨 요인이다.

2. 유통행가공 턴키 수주 중단 여파는?

현대제철의 이번 결정의 성패는 동국제강이 쥐게 됐다. 동국제강이 유통행 가공 수주를 이어갈 경우 일감이 동국제강으로 쏠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국, 수주가 급감한 현대제철은 이번 결정을 번복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동국제강도 월별 고시가격 정착을 강력히 원하고 있어, 현대제철의 이번 결정이 동국제강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유통에 미칠 영향은?

1) 단기 : 유통의 재무적 손실 확대

단기적으로는 제강사와 협의 없이 유통이 수주한 저가 가공 물량의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가격 분쟁이 종료되면 할인을 해 줄 것이라는 유통의 기대가 실망으로 전환되게 됐고 유통의 부실은 더 커지게 됐다.

가공 턴키의 저가 수주는 온전히 유통이 책임져야 할 몫이 된 것이다.

2) 유통의 대형화 촉진

가장 큰 변화는 유통의 가공 철근 운영 시스템 변경과 그 영향이다.

기존에는 유통업체가 제강사에 철근 가공을 발주하면 제강사가 가공 철근 납품 및 현장 관리까지 책임지게 되는 구조이다. 즉 제강사에 발주하면 유통은 사실상 현장이 종료될 때까지 실무적인 일 처리가 거의 없었다.

그런 만큼 유통업체들은 수주에 집중할 수 있었고, 경쟁의 강도는 비례해서 더 강했다. 가공 턴키 수주는 유통의 영업 능력이 관건이지 관리 능력은 불필요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철근 가공을 턴키로 수주하는 유통업체들은 1) 철근 구매 및 재고 관리 2) 철근 가공 공장 계약 및 관리 3) 건설 현장 관리까지 모든 것을 담당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만큼 비용이 상승 할 수 밖에 없게 됐고 가공 공장 부실과 같은 위험 부담에도 직접 노출되게 됐다.

결국 관리 능력과 재무 능력을 겸비한 유통을 중심으로 턴키로 발주되는 철근 가공 시장이 재편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통과 가공을 겸비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더욱 유리한 고지에 서게 돼 부가가치 향상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업에만 주력해 왔던 유통업체들은 철근 가공 턴키 시장에서 퇴출 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철근 가공은 유통의 몫이지 제강사의 몫이 아니다. 유통업체가 서비스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강사가 지원해야 한다. 현대제철의 이번 조치는 가공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 가공업체 날벼락

철근 가공업체들의 사업 환경 악화는 불가피해 졌다. 지금은 현대제철이 철근 가공 공장에 하도급을 주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대기업인 현대제철은 하도급 법에 의거해 가공비 협상을 해 왔던 것. 사실상 가공비 인하는 어려운 구조였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기업 규모가 작아 이러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철근 가공비 하락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제강사보다 유통이 발주하는 가공비는 적게는 톤당 약 3,000원 많게는 톤당 7,000원 정도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철근 가공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철근 수요 감소를 예상한다면 철근 가공비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가공 공장이 지금은 현대제철과 같은 제강사 영업을 통해 일감을 확보했지만 향후에는 이에 더해 유통에도 영업을 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가공 공장의 시장 내 지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철근 가공공장의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 건설사의 선택은?

이번 조치로 곤란해 진 것은 가공 공장만이 아니다. 건설사도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건설사들은 제강사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게 됐다.

종전에는 유통이 수주해도 관리는 제강사가 했기 때문에 건설사는 안심하고 유통에 발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주한 유통업체가 가공 철근의 전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면 건설사의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제강사와 직거래가 가능한 건설사들은 제강사로 발주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유통을 턴키 발주의 파트너로 선택한 건설사들은 대체로 중견 건설사들이다. 이들 업체 중 제강사에 지급 보증을 넣고 새로 계약을 체결할 업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또한 제강사로 봐선 자칫 유통의 밥그릇을 뺏었다는 오명을 쓸 수도 있어 중견 건설사와의 거래 확대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건설사들이 가공 철근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통행 발주가 줄기는 하겠지만 대폭 감소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결국 건설사의 철근 조달 비용의 상승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며, 이는 철근 유통의 부가가치 향상 및 규모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 제강사는?

이번 조치로 제강사는 유통의 저가 가공 수주로부터 자유로워 졌다. 또 유통은 물론 건설사와의 관계에서도 보다 강화된 입지를 갖게 됐다. 그만큼 철근 가격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간 약 100만톤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량 물량이 스폿 시장으로 전환된 것은 제강사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제강사들은 그 동안 건설 현장이 끝날 때 까지 수주한 물량을 안정되게 납품 할 수 있다는 달콤함에 취해 있었고, 단맛이 가격 하락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 제강사들은 이번 조치로 단맛의 일부를 빼게 됐지만 불안감은 커지게 됐다.

또 다른 효과는 제강사의 월별 고시가격 시스템의 정착 의지와 가격 정책에 대한 추진 동력을 다시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제철측은 “이번 조치가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면 철근 가공의 턴키 수주를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라며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