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냉연업계-GTS, 합작투자 두고 강경 맞불

- 인니 청산재 영향력 갈수록 커지는 점은 명백한 사실 - 공급과잉 시장에 신설 투자 우려와 생산업계의 거센 반발 - 길산그룹, 고사 직전 생존을 위한 투자 주장

2019-06-04     손연오 기자
인니 청산강철의 열연 생산이 본격화된지 불과 1년여밖에 안 된 지금,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에서 인니산 열연 비중은 중국산에 이어 40%에 육박했다. 인니의 냉연 생산은 2018년 하반기에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음에도 현재 국내 안방시장의 30% 이상을 차고 들어왔다.


이는 국내에서 인니 청산재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중국 상무부가 인니산 스테인리스 열연과 슬라브 제품에 AD 조사를 진행하면서, 향후 국내 시장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국내 업계도 이미 자각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길산그룹과 청산강철의 신규 냉연공장 투자 이슈가 지난주부터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특히 국내 생산 및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스테인리스 업계는 한바탕 뒤집어진 상태다.

포스코와 냉연사들이 지적한 것처럼 이미 공급과잉인 스테인리스 냉연 시장에서 60만톤급의 냉연 신설비 투자는 상당한 우려감을 들게하는 지점이다. 이에 포스코와 냉연업계는 이번 투자계획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부산시와 정부 당국에 투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생산업계는 부산시, 산자부와 면담을 진행했으며, 지난 3일에는 한국철강협회에서 산자부 차관과의 면담도 진행했다. 금일 4일에는 포스코와 냉연사 직원들 및 금속노조가 부산시에 항의방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스테인리스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인니 청산강철의 국내 진출이 생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그동안도 인니산을 포함한 수입재 유입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는데, 이제는 국내에 생산 거점을 통한 본격적인 시장 진출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산의 가격경쟁력이 304 범용시장에서 인니산 제품에 밀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상 국내 스테인리스 판재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냉연업계가 진행했다는 점과 스테인리스 냉연 완제품까지 월 5천톤 이상 수입을 해왔다는 점이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박문을 통해 입장을 밝힌 길산그룹 역시도 합작투자로 냉연공장 건설을 결심한 계기가 생존의 문제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생산업체로부터 경쟁력있는 소재를 받기 어려웠던 점과 해외 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 길산그룹 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 유통 및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영실적은 일부 대형 수입 코일센터들을 제외하고 참담한 상태다. 평균 영업이익률 2%라는 타이틀과 함께 국내산 소재를 사용해왔던 업체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저하되는 문제는 경영실적으로 이미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금번 사건을 두고 공급과잉 상황에서의 우려를 표하면서도 곪을대로 곪아온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의 문제가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국내 스테인리스 생산업체들은 결사항전으로 길산과 청산의 합작투자 저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길산그룹 역시 벼랑 끝에 섰다는 입장으로 결사항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투자 진행 여부는 안갯속이다. 분명한 것은 스테인리스 생산업체들이 한국철강협회를 통해 밝힌 것처럼 시장은 투자 여부를 떠나 이미 공급과잉이라는 점이다. 만약 합작투자가 백지화 된다 하더라도 생산업체들에게는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비전을 시장에 제시하여 시중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