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산그룹, 청산강철과 STS 합작투자 진행

- 지분율 50:50 합작투자..지난 3월 청산과 MOU 체결 - 부산시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 올해 하반기 착공 -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 구조조정 신호탄

2019-05-29     손연오 기자
한-중 합작 스테인리스 제조업체 GTS가 부산시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서 올해 하반기 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GTS는 국내 1위 스테인리스 파이프 제조사인 길산과 전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제강사인 청산이 50:50의 지분을 투자하여 만들게 될 회사다.

지난 3월 중순 중국 현지에서 길산그룹과 청산강철이 투자 관련 MOU를 체결했으며, 3월 말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 4월 말 청산 CEO 면담과 청산 공장 현장실사를 완료했으며, 부산시와 길산그룹 및 청산강철 간의 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 GTS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은 2020년 하반기 중으로 준공될 계획이며, 생산규모는 연산 50만톤급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길산그룹의 정길영 회장을 만나 청산강철과의 합작 투자를 결심한 계기와 향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길산그룹 정길영 회장
Q> ´청산강철과의 합작투자´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국내 시장에 큰 충격과 엄청난 파급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투자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국내 스테인리스 내수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 특히 길산파이프의 경우 생산성 극대화를 통해 자체 원가를 많이 떨어뜨렸지만,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수출 물량을 늘리는데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국내 생산업체들의 소재만을 사용해서는 대만 등 해외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서기 어렵다. 또한 수입소재를 병행하여 운용해도 환율 리스크와 재고 관리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안정적인 원자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청산강철의 원자재 가격경쟁력은 이미 국내외 많은 업체들이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먼저 길산그룹의 모태가 길산파이프인만큼 파이프 생산에 최적화된 코일을 직접 만들어서 경쟁력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가깝게는 근거리에 위치한 대만의 스테인리스 파이프 생산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청산에서 직접 소재를 받아 합작 운영을 통해 직접 소재용 냉연을 만들어 생산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또한 청산강철의 한국향 수출 물량을 길산이 흡수하는 방식을 통해 수입 대체 효과를 극대화하고 유통시장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며, 국내 생산업체들의 기존 냉연 시장에 있어서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고민하여 청산강철과의 합작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Q> 포스코를 비롯하여 광폭 냉연사가 3개나 있으며, 이미 공급 과잉 시장이라는 비판 여론도 거세다. 국내 스테인리스 명목소비가 연간 100만톤인데 길산이 투자하는 냉연공장의 생산규모만 50만톤이다. 공급 과잉으로 비판되는 부분에서의 해결방안은 있는지 듣고 싶다.

A>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수에서 공급 과잉 출혈 경쟁에 동조할 계획이 전혀 없다. GTS 합작투자를 고민할 때부터 국내 시장에서의 과잉 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수 30%, 수출 70%의 계획을 세우고 출발했다. 길산은 내수 스테인리스 시장의 정체를 이미 온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전 세계 스테인리스 강관 시장에서 30%의 점유율 확대 목표를 수립했다.

내수에서의 30% 판매 계획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우리 그룹사의 자체 물량만 해도 연간 10만톤 수준이다. 연산 50만톤으로 놓고 봤을 때 내수용으로 계획한 물량이 약 15만톤이다. 길산 그룹의 자체 물량 이외에 나머지 5만톤의 경우 기존의 청산 수입재의 대체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길산그룹향 자가 수요 확대에 집중하고 국내 시장 수입 대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연산 50만톤 체제가 풀로 가동되려면 2022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완공 이후부터 연산 50만톤을 바로 돌릴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5년 계획으로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향후 3~5년 사이 스테인리스 수요도 소폭 성장할 것이고, 수입대체 효과를 통해 스테인리스 유통시장의 구조조정이 보다 빠르게 진행됨과 동시에, 냉연업계의 구조도 개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위에서 언급한대로 수입 대체 효력이 발생하려면, 청산강철이 한국에 다른 루트로 판매하지 않아야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다. 이에 대한 안전 장치는 마련되어 있는지?

A>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의 연간 수입물량은 약 35~37만톤 수준이다. 수입을 제외한 내수 스테인리스 냉연 수요가 약 75~76만톤인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시장에서 수입 비중은 32~33%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냉연 수입재에서 인니와 중국의 청산강철 물량이 약 24만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티스코 등의 중국 밀들의 물량이 약 12만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청산강철과의 합작투자를 통해서 일단 기존의 청산강철산 냉연 수입재가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청산강철과의 MOU 체결에서 이미 합의가 된 내용이기도 하다.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5:5 지분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청산강철이 특히 냉연 소재를 국내로 더는 판매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부분이다.

열연의 경우 압연사와 배관사들의 소재용으로 수입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완전한 수입 대체는 불가능하겠지만, 기존 청산강철의 냉연 수입의 경우 전량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냉연 수입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 수입대체 효과와 함께 수출에 대한 계획도 언급했는데, 최근 보호 무역주의 여파로 수출 환경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A> 앞서 언급했듯이 양산 기준 70% 수준의 수출 목표를 잡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수출물량의 경우 파이프 제품 30%, 가공 제품 20%, 원자재 50% 정도로 계획을 잡았다.

EU와 일본의 고품질 고가 시장으로의 수출도 계획하고 있으며, 인도와 중국의 경우 청산강철의 판매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과 대만 업체들의 주요 수출 중점 지역을 타깃으로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쿼터 문제로 수출을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며, 통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경우는 수출을 고려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와 함께 중소 재압연사와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하여 수출하는 중소 실수요 제조업체들의 지원을 통해 동반 수출 확대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높은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을 통해 수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Q> 그동안 길산 그룹의 거점은 충청도였다. 금번 투자에서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부산은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이고, 외국인 투자 유치가 활발한 지역이다. 원자재 조달과 제품 수출을 고려했을 때 부산은 최고의 잇점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GTS 법인이 설립될 곳은 부산시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이다.

또한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 자동차 조선 식품 기계 부품 1만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위치하고 있다. 현재 이들 중소 실수요 기업들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수익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들 업체들에게 경쟁력 있는 소재 공급을 통해 하방 클러스터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Q> GTS 법인 설립 이후 청산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A> 청산강철의 냉연 하공정 투자를 보면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GTS 법인의 경우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길산이 영업과 판매권을 갖는다. 청산의 경우 상공정에서 경쟁력 있는 소재를 공급하며, 5피트 연연속 압연 신규 설비 도입과 압연 기술 전수를 전담하게 된다.

GTS에 들어올 설비는 현재 인도에서도 설치되어 시험 가동 중에 있는 것과 같은 설비다. 설비 보완을 통해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 7~8월 경 공장 준공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스테인리스 압연 설비의 경우 중국과 달리 그동안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으며 노후화된 설비가 대부분이다.

길산과 청산의 합작투자로 품질과 가격, 그리고 납기 경쟁력을 빠른 시일 내에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부산경남 지역에서 스테인리스 제조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길산그룹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객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내외 고객사들의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소재를 공급하며 동반 성장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전사적으로 나설 것이다. 길산그룹의 투자가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업체 간 대립과 균열보다는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과 시장의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