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H형강 인상에 대한 유통 반응은?

- 제강사 인상 의지가 관건 ... 80만원 돌파 쉽지 않을 수도 - 제강사, 원가 상승과 수익성 저하에 인상 불가피 ... 이번에는 ´기필코´

2019-05-21     손정수 기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다시 한번 시중 시세 잡기에 나섰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5월말 82만원, 6월 중순 85만원을 최저 마감 가격으로 결정했다. 유통업계는 제강사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다양한 의견을 쏟아 냈다. 유통업체들의 시장 전망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내 H형강 생산업체들이 최저 마감가격을 다시 한번 공표했다. 5월 29일과 30일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이 각각 82만원을 받겠다고 한 것. 국내 도매업체들의 국산 H형강 거래가격은 동국제강 제품이 78~79만원, 현대제철 제품은 79~80만원 수준이다. 결국 톤당 많게는 4만원, 적게는 2만원 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지나치게 하락한 것에 공감

유통업체들은 시중 시세가 지나치게 하락한 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H형강 시장의 체감 경기는 위축되고 있고 바닥 소비도 낮은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하락할 시장으로 보진 않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시세가 시황에 비해 지나치게 하락한 것은 사실”이라며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H형강의 유통 가격은 지난해 11월 88만원까지 올랐지만 1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저가품을 기준으로 하면 반년 사이에 10만원 가량 하락한 것이다. 반면 철근은 지난해 11월 72만5,000원을 고점으로 하락해 최근 69만5,000원을 기록 중이다. 3만원 가량 하락했다. 철근대비 H형강 가격이 톤당 7만원 가량 더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KSSP의 중량A 철 스크랩은 32만 9,000원(2017년11월23일) 수준이었다.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최근에는 32만6,000원으로 지난해 11월 하순과 비슷한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H형강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한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지나치게 하락한 것을 세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시황 대비 지나치게 하락한 이유로 제강사간의 가격 경쟁을 꼽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시중 시세가 어떻게 형성되느냐는 제강사의 의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 제강사 가격 인상 의지가 시세 좌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가격을 세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못 세울 것도 없는 시장이라는 것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유일한 견제 세력인 수입은 환율 급등과 수입원가 상승으로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SS비나산의 경우 판매원가가 국산 시세가 82만원 전후까지 올라 제강사들이 1차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 제강사들의 H형강 출하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고, 이달 목표도 거의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요도 받침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세가 적정 수준까지 오를지에 대해선 여전히 불신이 남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강사가 가격을 세울 의지가 있었다면 80만원이 깨지는 순간에 어떤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시중 시세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가 제강사의 판매 경쟁과 느슨한 마감 가격에 있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5월 초 H형강 시세가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제강사의 4월 마감 가격인 듯 하다. 제강사의 마감 가격이 알려지면서 5월 시세가 하락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시세가 제강사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적은 것으로 보인다. 가격 하락을 촉발했던 토목용 H형강 시장에 대한 제강사의 강한 조치가 아직 없는 상태다. 또한 각 대리점에 대한 유통 시세 통제도 아직 느슨한 모습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시간이 가면 달라질지 모르지만 제강사의 의지가 지난 몇 차례 최저 마감 가격 인상 발표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한 점을 고려 할 때 소폭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제강사가 원하는 82만원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산 H형강이 80만원을 넘지 않을 것 같다. 6월 중순까지 현 수준에서 1~2만원 정도 오르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도 “제강사가 82만원 이상에서 시세가 형성되기를 원한다면 80만원 이하 유통이 우선 근절되어야 한다. 가격 인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저가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강사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 스크랩 가격이 많이 올라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제강사 관계자는 “시세가 너무 낮다. 가격을 높여 유통도 제강사도 적정 이익을 남겨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에도 6월부터 가격이 올랐다.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며 인상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