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중장기 신규 투자 어디로 가나?①

- 인도 고로 합작투자 적극 검토..해외 교두보 역할 - 투자비용 조달 및 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 숙제

2019-05-10     유범종 기자
현대제철이 ‘글로벌 차강판 전문제철소’라는 기치를 내걸고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에 의뢰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중장기 비전 수립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 본지에서는 수립된 다양한 비전 가운데 신규 투자를 중심으로 현대제철의 향후 행보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목차>
① 한국은 좁다..해외 권역별 투자 추진 ‘정조준’
② 안동일 사장의 숙제..당진 고로 개수 앞당겨지나?

▲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현대제철이 수립한 중장기 비전에서 가장 주목해 볼 부분은 해외 투자다. 현대제철은 모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 해외공장에 대한 안정적인 차강판 공급과 글로벌 판매 물량 확대를 목적으로 적극적인 해외 설비 투자 및 거점 확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해외 투자는 권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거점 확보를 위한 양적투자와 함께 기술력 확보의 질적투자가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적 투자의 선봉장은 고성장 지역인 인도의 고로 건설 추진이다. 이미 현대제철은 고로 투자를 위한 인도 현지 부지 답사와 투자 적격 부분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상태다. 오는 2024년까지 400만톤 규모의 고로 건설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월 말 인도 정부와 주요 현지 철강사들은 한국을 방문해 포스코, 현대제철 등에 합작 투자회사 설립을 적극 요청한 바 있다. 특히 국내 고로사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자동차강판의 현지 생산을 위해 상공정 건설에 대한 투자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이를 바탕으로 인도 현지 철강사와의 조인트벤처 형식의 고로 투자를 구상하고 있다. 역할 부분에서는 인도 정부로부터 고로 부지와 주원료인 철광석을 제공받고 현대제철이 설비와 기술을 맡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현대제철은 인도 첸나이와 아난타푸르에 각각 스틸서비스센터(SSC)를 가동 중이다. 현대제철 인도 고로 건설이 현실화된다면 인도 스틸서비스센터와 연계한 철강 클러스터 구축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동남아시아 및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서의 역할과 글로벌 차강판 외부 판매에도 긍정적인 시너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 자료: 스틸데일리 DB

이 외 북미지역 등에는 하공정인 CGL 신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성장전략 차원에서 주요 권역에 자동차강판 거점을 확보하려는 현대제철의 강한 의지가 투영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양적 투자 외에 질적 투자 역시 고민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유럽 선진 철강사 및 수요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강판 기술력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도출되지 않았으나 이는 현대제철이 글로벌 차강판 전문제철소로 도약을 위한 필수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제철 측은 해외 투자 계획과 관련해 “해외 고객과의 Lock-In 강화와 함께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현지 설비 투자와 품질경쟁력 향상이 필수적이다. 해외 투자 전략은 이러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다만 해외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 중이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현대제철 해외 투자 성패 가늠할 변수는?

현대제철이 추진하는 과감한 해외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보인다.

가장 첫 번째로 거론될 수 있는 부분은 투자비용 조달이다. 특히 인도 고로 건설의 경우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초대형 투자다. 인도 현지 정부의 지원과 합작투자라는 점을 고려해도 대규모 비용 조달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공격적인 설비 증설, 기업 M&A 등으로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현대제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설비 투자에 대한 비용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지 여부는 해외 투자 실행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인도 고로 투자가 현대제철이 기대하는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통상 고로를 건설할 때 최소 고로 2기 이상과 하공정 건설이 같이 이뤄져야만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제철이 인도에 400만톤 규모의 고로 1기만을 건설할 경우 설비 및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따라온다.

향후 현대제철이 인도에서 규모의 설비 경쟁력을 가지려면 추가적인 고로 및 하공정 설비 투자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제철의 해외 투자가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 동안 일본 철강사들의 사례를 보면 해외 투자를 할 때 현지 합작업체 중심의 지분 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현지화를 실현해왔다.

그러나 현대제철의 경우 인도 현지업체와의 합작투자라 하더라도 고로 경영권은 현대제철이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로 건설이 끝이 아니라 건설 이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치열한 역내 경쟁 속에서 안정적인 판매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현대제철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