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인상, 꿩도 잃고 매도 잃고 명분도 잃고

- 제강사, "시장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 유통, "가격 내린지 얼마나 됐다고!" - 제강사 · 유통, "물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 없다" ... 유통, "4월 손실 만회 기회 상실"

2019-05-09     손정수 기자
부산 창원지역 제강사들의 갑작스런 철 스크랩 가격 인상에 제강사와 유통 모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체로 가격 인상을 반겨왔던 유통업체들 조차 이번 인상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고가 가득한 제강사들도 인상에 나서면서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유통, 지난주까지 손해보고 팔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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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들은 이번 인상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폭락장의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4월 말까지 적자를 보면서 재고 조정을 완료했다. 가격을 올려 줘도 팔 물건이 얼마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고 조정 후 비축까지 1개월~1.5개월 정도 필요하다”며 “4월말까지 재고 조정을 했고 비축 기간이 몇 일되지도 않았다. 판매할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인상에 재고 비축 비용 증가와 거래량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부 시장은 이미 재고 평가 이익 시장이 됐다. 가격이 떨어지고 바닥이라고 판단되면 비축에 들어가 1~2개월 비축을 하면서 가격 상승과 단기 고점을 기다리는 시장이 된 것. 즉 유통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선 저가 매입 고가 매도 패턴이 굳어진 것이다.

그러나 예상 밖의 빠른 인상으로 저가 매수 기회가 사라진 것.

게다가 인상폭도 2만 원에 달하면서 경남지역 제강사들이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서 영남지역 시세 방향이 갑자기 상승으로 바뀌었다.

유통업계는 이번 인상이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시중 재고가 적고, 경남권 주요 제강사들이 대부분 인상에 동참해 사실상 가격 인상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2만원 인상으로 거래량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제강사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제강사들의 14일 인하도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강사들이 14일 인하를 예정했지만 어려울 것이다. 당분간 수급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강사가 많은 보유 재고를 바탕으로 인하를 강행 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미 유통업체들은 바닥을 인지한 상태여서 인하가 현실화되면 본격적인 비축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통업체들은 이번 인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인상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제강사, 가격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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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강사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제강사들은 가격 상승 시점을 빠르면 13일 주의 후반~ 20일 주 정도로 예상했고, 인상 시점을 늦게 예상한 제강사는 5월 말 ~6월 초로 전망했다. 제강사의 보유 재고가 많은데다 국제 시세가 아직 뚜렷한 방향이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5월 한 달은 어느 정도 시중에 재고 비축 기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남부지역의 인상이 2주 이상 당겨지면서 구매 전략 수립에 혼선이 생긴 것.

남부 제강사 중 상당수가 많은 재고를 두고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제강사 관계자는 “납품업체들이 2만원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경쟁사와 동반 인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시중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제강사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인하가 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부지역 가격 인상의 바람 맞을 수 밖에 없게 된 것. 수도권은 동국제강이 9일, 환영철강이 13일 인하가 예정돼 있다. 인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쌓이고 있다.

수도권 제강사들은 영남 제강사의 가격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영남권 제강사가 가격 중심 구매를 함으로서 단기 바닥에 도달해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빠른 인하로 유통업체들의 손실을 누적시켜 거래 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시장의 불안정성이 키웠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강사 관계자는 “일본 동경제철은 재고에 따라 가격을 내리고 올린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달리 공급부족 시장이다. 납품업체들과 거래 관계가 중요하고 안정된 수급이 필수적이다. 유통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남부 제강사들이 시장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도권과 남부 제강사들 모두 이번 인상이 시중 물동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부 제강사 관계자는 “4월에 특별구매를 포함해 5만원 이상 하락했다. 폭락 과정에서 재고 정리를 하지 않은 야드가 있겠나? 있다면 몇 만원 인상에 나올 물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에 재고가 비축될 시간이 필요한데 갑작스러운 인상에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상을 하더라도 시중 재고가 적어 나올 물량이 적을 것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제강사들 조차 이번 인상이 물량도 가격도 지키지 못한 인상이라는 혹평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