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강 스크랩 조달 생태계 휘청

- 불확실성에 하부상 및 야드 관리 못해 ... 매출액 감소 등 체력 방전 중 - 납품업계, "불확실성 제거가 우선"

2019-04-22     손정수 기자
한국철강 변전실 화재와 전기로 가동 중단으로 한국철강의 철 스크랩 조달 생태계가 휘청이고 있다.

한국철강은 지난 11일 화재 이후 전기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철 스크랩 구매는 중단됐다. 한국철강의 주력 전기로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한국철강 납품업체들의 매출도 함께 멈췄다.

일부는 가격 하락과 함께 손실 최소화를 위해 인근 제강사로 납품량을 늘렸지만 주요 제강사의 재고가 포화상태를 보이면서 경쟁사 납품도 쉽지 않은 상태다. 경쟁사 구좌를 통해 대납을 하더라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강 납품사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한국철강의 가동 시점을 기약할 수 없어 전략을 세우기도 어렵다. 그러나 한국철강측은 뾰족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 2개월 이상 구매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 외에는 답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납품업체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납품업체들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하부상 관리나 야드 관리는 생각지도 못할 형편이다. 또 매출 급감으로 은행 신용 등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사실상 한국철강 납품업체들의 체력이 방전되고 있는 것이다.

남부지역에서 가장 탄탄한 조달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철강의 철 스크랩 구매 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 한국철강 대책 내 놨지만…

한국철강은 대안으로 단조강용 철 스크랩 구매를 최대한 늘리는 한편 빌릿 구매 계약을 맺은 한국특수형강에 임시 구좌권을 내 준다는 대안을 내 놨다. 한국철강 입장에서는 납품업체들에게 최대한 납품의 명맥을 유지하고, 납품업체에 가해지는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철강 납품업체들은 한국철강의 노력은 이해하면서도 대안을 대안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한국특수형강에 임시 구좌권을 받더라도 납품량이 한 달에 2만톤 남짓에 불과하다. 그 조차도 한국특수형강의 결제조건과 구매가격을 고려하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반응이다. 또 단조강용도 구매가 제한적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한국특수형강의 대금 결제가 한국철강에 비해 1주일 이상 늦고, 가격 경쟁력도 적어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철강의 구매 중단이 시작되면서 납품업체별 행보는 다양하다.

일부 납품업체는 구매를 중단하고 인근 제강사로 적극 판매해 이미 야드를 비우기도 했다. 반면 납품 중단으로 재고가 급증해 야드가 포화상태를 보이는 곳도 있다.

- 한국철강, 불확실성 제거해 줘야

각자의 전략은 다르지면 한국철강에 요구하는 목소리는 하나다.

납품업체들이 우려하는 것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운영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철강 납품업체들의 고민은 야드 재고 운영 전략과 중하부상 관리 전략, 그리고 금융권과의 관계 등 복합적이다. 이 모두가 매출과 관련이 있어 한국철강의 전기로 가동이 언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한국철강은 화재 후속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철강측의 책임있는 답변이 아직 없다. 불확실성이 커 향후 사업 방침을 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철강은 화재 사고 이후 빌릿 구매에 나서는 등 철근 생산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건설사에 대해서는 우선 공급 중이고, 유통은 현대제철 등에서 구매해 판매의 신뢰를 지켜가고 있다. 그러나 철 스크랩에 대해선 아직 속수 무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남부지역 철 스크랩업체 관계자는 “한국철강 납품업체들이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중하부상 관리는 물론 매출액 감소에 따른 금융권 거래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철강이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철강측은 “정상화를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 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