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은 너무 비싸" ··· 건설사 ´수입 철근´ 기웃

- 건설사, 수입 철근 대형 계약 타진 ··· ´불발´

2019-02-15     성지훈 기자
대형 건설사인 A사는 최근 한 철근 수입업체에 2만 톤 이상의 철근 수입 계약을 타진했으나 결국 불발로 돌아갔다. 해당 수입 업체가 건설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익익월 결제 방식으로 인해 현금 유동이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 수입업체 관계자는 “건설사에 대량의 철근이 들어가면 결제가 이뤄지는 두 달 뒤까지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자금이 묶이게 되는데 이것을 견딜 수 있는 수입업체가 국내에 있겠냐”며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제강사들의 가격 방침 변경으로 철근 구매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설사들은 최근 수입 철근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건자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수입 철근 공동구매 외에도 건설사들은 다방면에서 가격이 높아진 국산 철근을 수입 철근으로 대체하기 위한 방편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사들이 고민 중인 ‘수입 철근을 통해 국산 철근 가격에 대응한다’는 대책에 고개를 젓고 있다. A사의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현재의 거래 방식으로는 대형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수입업체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수입 철근의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중국산 철근의 경우 중국 내수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크다. 또한 최근 중국 내수시장의 철근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중국 제강사들이 한국 수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경우 안정적인 수급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국내 제강사들이 기준가 협상에서 이탈할 당시 건자회가 중국 사강과의 스톡세일 방식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결국 건설사들이 국내 제강사들과의 가격 방침 힘겨루기의 무기로 선택한 ‘수입 철근’ 카드는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수입 업체들은 제강사와 건설사의 힘 겨루기를 관망하는 데 부담이 없다. 구매자인 건설사들이 수입 철근의 구매 비중을 높이면 적정한 선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제강사들이 가격을 높여 국산 철근 가격이 인상되면 그와 적절한 격차를 두고 수입 철근 가격을 인상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