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산업 지각변동 예고..후판시장은?

-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유력..´공룡´ 조선사 탄생 - 현대중공업, 막강한 ´buying Power´ 쥔다 - 포스코-현대제철 조선향 물량 쟁탈전 ´2라운드´ 돌입?

2019-02-01     유범종 기자
▲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유력 후보자로 부상했다.

한국 조선산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20년 동안 들고 있던 대우조선을 민간에 넘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는 현대중공업이다. 글로벌 조선 1~2위를 다투던 양사가 통합되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국내 후판시장도 주력 수요산업인 조선의 구도 변화로 큰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공룡 조선사’ 탄생..막강한 buying Power 쥔다

대우조선 매각에 나선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과 인수방안 관련 양해각서 체결에 합의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55.7%를 현대중공업 중간 지주회사(조선합작법인)에 넘기고 2대 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 자료: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완료되면 국내 조선산업은 종전 ‘빅3’ 체제에서 막강한 ‘원탑’ 체제로 전환된다. 특히 대우조선을 흡수한 현대중공업은 막강한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약 270만톤, 대우조선해양은 약 100만톤 수준의 후판 매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의 후판 매입량을 합치면 370만톤에 달한다. 동기간 국내 전체 조선사들의 매입량이 490만톤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80% 비중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 스틸데일리 DB

그 동안 국내 조선사와 후판 생산업체들의 가격협상은 항상 팽팽한 줄다리기의 연속이었다. 양 업계는 시황의 등락에 따라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을 펼쳐왔다. 그러나 향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품고 막강한 구매 물량을 쥐고 흔들기 시작하면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의 협상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의 구매 전략에 따라 후판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현대중공업은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며 원가절감에 대한 압박에 커질대로 커진 상태다. 따라서 향후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될 때까지 주요 자재인 후판에 대한 강한 인하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판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조선향 후판 수요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후판 가격에 대한 강한 압박이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 동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신조선 수주에서 치열한 출혈 경쟁을 펼쳐왔다. 그러나 양사가 통합되면 수주 경쟁 압력은 상당히 완화될 것이고 이는 수익성 개선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물량 부문에서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특화된 기술 공유와 함께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더 많은 신조선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수익이 개선되기 시작하면 자재인 후판가격도 다시금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향 후판 물량 쟁탈전 ‘2라운드’ 돌입?

지난 2010년 이후 현대제철이 고로사업 추진과 함께 후판시장에 신규 진입하면서 국내 후판 공급시장은 한 차례 급변을 겪었다.

당시 현대제철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범현대家인 현대중공업의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며 빠르게 후판시장에 안착했다. 이제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이어 부동의 2위 후판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반면 포스코와 함께 후판 양강 체제를 유지하던 동국제강은 현대제철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설비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했다.

▲ 스틸데일리 DB

이번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통합되면 후판시장은 두 번째 물량 쟁탈전이 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과거에도 그랬듯 범현대家의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의 물량 확대 수혜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역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쳐야만 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과 통합하면 조선향 후판 수요의 절대적인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포스코도 현대중공업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다. 포스코는 조선 관련 Total Solution 전략 확장 등을 통해 최대한 물량을 수성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판단된다.

동국제강은 입장이 좀 다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물량 전쟁에서는 한 발 물러서서 ‘틈새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은 규모의 열위를 극복하기 위해 고부가강종 및 긴급재 대응 중심으로 전략을 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통합은 조선뿐만 아니라 후판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내 후판 3사의 구도와 전략 변화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