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철근시장, 전면전이 시작된다

-기준가 둘러싼 국지전 끝났지만 -판매가격 방침 놓고 전면전 본격 시작될 듯

2019-01-29     성지훈 기자
1월 톺아보기

전쟁전야, 국지전


1월의 철근 시장은 제강사와 건설사간의 전쟁전야였다. 지난 연말 기준가 협상을 이탈한 제강사들은 일물일가 원칙 도입을 표방하며 기 계약분에 대해서도 기준가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건설업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취거부와 출하중단, 법적대응 등의 날선 공방이 오갔다.

제강사와 건자회 양측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달으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양측은 ‘한시적인’ 절충안을 만들었다. 제강사와 건자회는 지난 28일, ‘기 계약 물량에 한해’ 톤당 73만 3,000 원의 기준가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애초에 판매가 74만 원을 기준가로 적용해야 한다는 제강사와 72만 3,000원의 기준가 적용을 주장하던 건자회 모두 한 발씩 물러선 모양새다.

양측의 합의로 일견 사태가 안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지만, 이 합의는 기존 계약물량이 소진될 때까지로 한정된 한시성 합의다. 제강사는 1월부터 새로 계약되는 물량은 방침대로 톤당 74만 원의 판매가격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마찬가지로 건자회 역시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계약 물량을 두고 다툰 ‘국지전’은 끝났지만 ‘철근 가격’을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는 전면전은 아직 남은 셈이다.

전면전을 앞두고 양측은 모두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제강사는 재고관리와 시중 가격 방어를 통해 가격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제강사의 강경한 가격 방어 정책으로 1월 마지막 주 철근 유통가격은 톤당 68만 원 선을 지키고 있다. 제강사들은 각 유통사들에도 원칙마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히고 있다.

동절기에 접어들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제강사 보유 재고 역시 20만 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강사들이 재고 증가세를 둔화시키며 가격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건자회는 24일 열린 총회를 통해 “제강사가 제시하는 판매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건자회는 제강사의 가격 방침에 대응책으로 ‘수입 철근’과 ‘법적 대응’ 카드를 뽑아들었다.

건자회 총회에서는 기준가 협상 이탈을 주도한 현대제철을 공정위에 제소하는 방침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현대제철의 주도로 시장 가격이 일거에 상승했고, 여타 제강사들이 이에 호응하는 것을 가격 담합이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제강사 측의 일방적인 가격 변경은 기존 계약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냐는 법적 해석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적 대응’이 제강사에 대한 반격이라면 ‘수입 철근 공동구매’는 제강사의 방침에 대한 방어로 이해할 수 있다. 수입 철근을 공동으로 구매하며 국내 철근 시장에서 건설사의 구매력을 유지하겠다는 심산이다.

건자회는 4월 초까지 약 5만 톤 가량의 철근을 공동 구매해 수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차로 2만 1,000 톤을 수입하는데 이어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3만 톤 가량을 추가로 발주한다. 건자회는 필요할 시 월 3만 ~ 4만 톤 가량의 수입 수순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건자회는 이번 공동구매가 국내 철근 제강사에 가격방침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라고 밝혔다. 건자회 관계자는 “수입철근 공동구매는 작년부터 검토돼왔던 상황이며 작년 연말부터 공동구매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졌기에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서 건자회의 수입철근 공동구매는 제강사와의 힘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잃지 않으려는 선택이라는 분석에 이견을 두지 않고 있다.




2월 미리보기

전면전


1월 말, 제강사가 2월 판매가격을 발표하면 본격적인 전면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73만 3,000원의 기준가 타결은 ‘한시적’인 휴전이기 때문에 신규 계약이 등장하는 시기부턴 가격을 둘러싼 본격적인 다툼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생산과 수요 자체가 많지 않고 연휴가 있어 영업일도 적은 2월에 제강사와 건설업계의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예측대로 건설업계와 제강사의 갈등이 폭발하면 그 전장의 한복판에 있는 유통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유통업체들은 이미 건설사와 제강사간의 다툼 사이에서 곤혹을 호소하고 있다. 건설사들과 거래하는 유통업체들은 “건설사가 제강사와의 직접 거래에서 만족할만한 가격을 취하지 못하는만큼 유통사들을 통해 그 손실을 벌충하려든다”고 지적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건설사에 요구하는 가격은 사실상 건설사가 결정해주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강사들이 가격 책정 구조를 바꾸겠다며 시도하는 일들이 결과적으로 유통업체들에게 리스크를 떠넘기는 결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단적인 예로 제강사의 가공철근 저가 수주 중단 논의를 들고 있다. 제강사에서 저가 수주 중단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자 건설사들이 점차 유통사에 철근 가공까지 포함된 구매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공철근으로 인해 제강사가 부담해야 했던 손실을 이제 유통업체들이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건자회가 대응책으로 꺼내든 수입 철근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연말부터 이어진 중국산 철근의 저가 오퍼는 수입 철근 시장에 가격 경쟁력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1월 마지막 주 현재 중국발 저가 오퍼는 중단된 상태다. 더구나 최근 중국 내수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2월부턴 오퍼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수입 철근 시장의 유통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 중국산 철근의 국내 유통가격은 톤당 60만 원 ~ 61만 원 가량이다. 아직 통관되지 않은 저가 오퍼 물량에 대한 선 거래와 일부 업체들의 저가 판매로 시장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철근 수입 통관량이 늘고 있고, 저가 오퍼로 계약한 물량들이 아직 더 들어올 것으로 보여 당분간 철근 수입량은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입 철근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자회가 수입 철근을 통해 제강사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