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 스크랩 대량 계약 의미와 파장은?

- 제강사, 대형모선 기대 日 韓 철 스크랩 인하 공세 펼 듯 - 유통업체, 미국산 많지만 관건은 국내 유통량

2019-01-17     손정수 기자
최근 미국 대형모선 철 스크랩의 구매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올해 도착 기준 대형모선은 1월에 현대제철 2카고를 시작으로 2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1카고, 3월 현대제철 3카고, 동국제강, 환영철강, 한국철강 1카고, 4월 현대제철 1카고가 예정돼 있다.

1~4월 도착량이 43만톤에 달한다. 2017년 연간 미국 철 스크랩 수입량 49만톤에 근접한 수준이고, 지난해 수입량 85만7,244톤의 절반 가량을 4월 초까지 수입하는 것이다.

최근 전기로 제강사들의 미국 철 스크랩 수입 급증은 흡사 2008년~2011년 미국 철 스크랩이 연간 270만톤 가량 수입됐던 시기를 연상시키는 대량 계약이다.

사실상 미국 철 스크랩 수입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한국철강과 환영철강이 10년 만에 계약에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미국 철 스크랩 대량 계약을 두고 시장의 각 주체들은 해석이 분분하다.

● 미국 철 스크랩 대량 수입 왜?

제강사들이 미국 철 스크랩 수입에 적극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일본의 철 스크랩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한일 양국의 가격이 전세계 최고가격을 기록 중이다. 반면 미국의 철 스크랩 수출 가격은 터키의 경제 위기 등으로 낮다.

최근 마지막 계약카고는 HMS No.1 기준 302달러(CFR)다. 지난 주 일본 H2 철 스크랩의 달러기준 수입가격은 톤당 294달러(CFR 3만2,000엔 기준)이다. No.1이 8달러 정도 높다. 통상 H2와 No.1간의 가격차이는 25달러 정도다. 일본 철 스크랩이 17달러 정도 고 평가 됐다는 것이 국내 제강사의 시각이다.

결국 미국 철 스크랩 대량 계약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미국산을 수입했다는 것 외에 일본 철 스크랩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력 수입국인 일본 철 스크랩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못이다.

제강사 관계자는 “일본 철 스크랩이 가격이 고공 비행을 한 것은 한국에서 그만큼 많이 샀기 때문이다. 미국 철 스크랩 대량 계약은 일본 철 스크랩 가격 인하가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수급 안정이다. 국내 철 스크랩이 전세계 최고가격을 이어가고 있고, 전세계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만 1월에도 크게 올라 제강사를 곤혹스럽게 했다. 수급 불안이 이유였다.

특히 올해 가장 주목받는 등급은 중량이다. 동국제강도 특별구매를 중량 등급에 집중하고 있고, 세아베스틸도 18일 인하에서 중량을 제외했다. 중량 등급이 그만큼 타이트하다는 반증이다. 미국 대형모선 철 스크랩 수입을 통해 중량 등급의 공급 부족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 제강사의 의도로 보인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미국 대형모선 대량 계약으로 상반기 시장은 가격과 수급 모두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시장이 단일 시장화 됐기 때문에 일본 철 스크랩의 가격 인하를 통해 한국 내수가격도 지금보다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강사들은 이번 미국 철 스크랩 대량계약을 통해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대량 계약을 보는 철 스크랩 업계의 시각은?

국내 철 스크랩 업계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국의 철 스크랩 수입은 555만 톤으로 한달 평균 46만 톤 정도 수입되고 있어, 미국 철 스크랩 4개월 40만 톤은 많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미국 철 스크랩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제강사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과거에도 미국 철 스크랩은 많이 수입됐다. 그렇다고 한국 철 스크랩 가격이 낮게 형성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이 미국 철 스크랩 대량 계약소식에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제강사의 주력은 국내 철 스크랩이기 때문이다. 미국 철 스크랩 계약으로 구매력이 줄어들 여지는 있지만 결국 국내 철 스크랩 수급이 시장의 키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유통업체들은 경기 위축으로 철 스크랩 발생이 원활치 않아 미국 철 스크랩 대량계약에도 수급 불안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일본 철 스크랩 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반응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

일본 철 스크랩 트레이더는 "제강사의 인하 공세가 예상되는데 아직 일본에서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