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사, 중국산 후판 ‘만지작’..후판업계 우려 확산

- 중국산 가격경쟁력 확보..조선사 물량 확대 추진 - 국산 후판 물량 축소 및 가격 조정 압박 우려

2019-01-15     유범종 기자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산 후판 매입 확대를 적극 검토 중이다. 국내 후판 공급업계에서는 최근 조선사와의 상반기 가격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중국산 물량 확대가 자칫 협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 포스코가 후판공장에서 조선용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바오강(宝钢) 샹탄강철(湘潭钢铁) 등 중국 주요 후판 밀들과의 상반기 협상에서 물량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밀들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으며 충분한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현지 밀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이 국산과 일본산 등을 대체할 수 있는 후판 물량에 대해 중국산 매입을 적극 타진 중이다. 중국 밀들도 수출 확대가 절실한 입장이어서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 중이다. 상반기 중국 밀들의 조선용 후판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중국산 물량 확대 추진은 소재에 대한 구매원가 절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후판 밀들이 수출가격을 고가에 제시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산 비중을 대폭 축소시켰다. 중국산이 국산과 일본산보다 가격경쟁력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 후판 밀들은 내수시장 부진과 예상보다 완화된 동절기 감산, 미국과의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수출가격을 대폭 내린 상황이다. 실제 후판 범용재의 경우 한국향 수출가격은 지난해 10월 대비 100달러 이상 속락했다.

반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후판 공급업체들은 올 상반기 가격 인상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가 원자재 매입 등으로 높아진 원가부담을 해소하고 가격 현실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올 상반기에도 톤당 4~5만원 이상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중국 밀들의 공격적인 행보는 국내 후판 공급업계 입장에서 상반기 물량 축소와 함께 가격협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조선사들이 중국산 물량 확대를 카드로 국내 후판 공급업체들을 압박할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후판업계 관계자는 “중국 밀들이 한국향 수출 물량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후판 공급업체 입장에서 중국 밀들의 물량 확대는 조선사와의 협상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내 후판 공급업체들도 수익성 확보를 위한 ‘배수의 진’을 친 만큼 조선사들의 요구를 온전히 수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상반기 국내 후판 공급업체들과 조선사들의 가격협상은 당분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