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망 - 철근] 시장의 ‘새 판’이 될까

- 건설경기 침체 이어질 듯. 5년내 최악 - 제강사들의 밀린 숙제 해결 의지. ‘새 판’ 짤 수 있을까

2019-01-02     성지훈 기자
2017년과 2018년의 철근 시장은 단군이래 최대의 호황이었다. 그러나 2019년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특히 건설 경기의 냉각으로 철근 시장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생산 원가가 상승하면서 제강사들의 수익성이 급전직하했다. 가공철근과 저가판매가 만들어낸 시장교란도 업계의 큰 리스크다. 중국의 내수가격 폭락으로 1년동안 잠잠했던 중국산 철근이 2019년엔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철근 시장의 위축을 부추긴다. 유사이래 ‘요즘 경기’가 좋았던 적은 없지만 2019년의 철근시장은 정말 위기를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요즘 경기는 정말로 안좋다

건설경기의 침체가 가속될 전망이다. 철근시장은 그와 동반해 침체에 들어설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제강사들은 875만 톤 가량의 철근을 생산했다. 11월과 12월 생산량을 더하면 1,000만 톤을 조금 웃도는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의 1130만 톤의 생산에서 100만 톤 가량이 줄어든 양이다.

제강사들은 호황의 시기가 끝나고 침체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제강업계 관계자들은 2019년의 생산량은 2018년보다 10%가량 또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00만 톤 생산의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건설경기 지표는 악화일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9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6.2% 감소하여 5년 내 최저치인 135.5조원을 기록하고, 건설투자는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135.5조 원 수주는 2014년 107.5조 원 이후 5년 내 최저치다. 생활형 SOC 관련 발주 및 공공 주택 발주 등의 영향으로 공공 수주는 9.2%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간 수주의 하락 폭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할 전망이다.

바닥수요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대규모 건설은 물론 중소건설사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바닥시장의 건설 지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수입철근의 부활이 관건

2019년 상반기의 철근 시장은 중국산 수입 철근의 부활 여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근 중국 내수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중국 발 저가 오퍼가 쏟아지고 있다. 12월 현재 철근 시장에 등장한 중국산 철근은 510 달러, 수입원가는 60만 원 가량이다.

2018년 11월까지 철근 수입은 49만 톤 가량으로 전년 동기의 103만 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11월 이후 사강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국 업체들이 저가 오퍼를 제시하면서 계약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중국산 철근의 수입이 예년의 100만 톤대를 회복하면 국내산 철근 생산량의 10% 남짓을 차지하게 된다.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이다.

현재 중국산 철근의 수입원가는 60만 원 가량으로 시중 유통가격과 10만 원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유통가격과의 격차는 곧바로 가격경쟁력과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당분간 중국의 내수 시장 가격이 하향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철근 가격역시 저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할 요소는 2018년 1년동안 수입 철근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수입업체들의 체력이 고갈됐다는 점이다. “2018년 1년동안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입의 침체가 이어져 오퍼가가 내려간다고 원하는만큼 수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숙제는 어쩌나

2019년 경기침체는 제강업계가 모처럼 손을 걷어붙인 밀린 숙제에도 악형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강업계는 ‘가공철근 저가수주 중단’이라는 밀린 숙제를 시작했다. 매출 확대를 위해 시도된 가공철근의 저가수주는 제강사들의 수익성을 악화 시키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특히 실수요 판매 비중이 높은 제강사들에선 그 손실폭이 더 확연했다. 2018년 하반기에는 한 제강사가 10만 원 이상의 할인폭으로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면서 수익면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제강사들은 수익을 저해할만큼의 저가수주를 중단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 유통업체들의 프로젝트를 승인하지 않는 수준의 실행단계에 머물면서 가공 저가수주 중단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결론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가공철근 저가수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매듭짓느냐에 따라 제강사 전체의 손익이 큰 폭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가장 큰 우려는 제강사들이 언제까지 ‘저가수주의 유혹’을 견뎌낼 수 있는지다. 재고가 극도로 부족해 시장에서 공급자가 우위에 선 지금의 상황에선 제강사의 의지가 곧 시장의 의지가 될 수 있지만 재고가 남아돌기 시작하면 제강사의 의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질 수 있다. 더구나 내년 건설경기의 침체로 구매자들의 바잉 파워가 커진다면 제강사들의 의지는 더욱 보잘 것 없어진다.

철근 시장에서 ‘과열경쟁’은 업계 관행이라고 부를만큼 익숙해져 있다. 어느 한 업체라도 저가 판매, 가공수주의 유혹에 무너진다면 다른 제강사들도 줄줄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유혹은 대형 건설사들이 시도할 대형 턴키 구매다. 지난 9월 롯데건설의 10만 톤 발주는 다수 현장의 구매를 묶어 한 번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물량의 덩치를 키운 사례다. 덩치가 커지자 자연스레 구매력이 증가하며 가격이 하락했다. 제강사로서도 한 해 매출의 상당부분을 입찰 한 번에 채울 수 있는 구미가 당기는 거래였다.

턴키 거래로 구매처가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을 목격한 건설사들은 앞으로도 같은 거래방식을 활용할 공산이 높다. 제강사 관계자들은 실제로 “10만 톤 규모에는 이르지 못해도 여러 현장의 구매를 묶어 물량을 키우는 형태의 거래는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 일단 현재 상황에서 제강사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제강사들은 재고부족 상황이 2019년 연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 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제강사의 의지가 일선이 아닌 고위층에서 나왔다는 정황도 이 강공 드라이브에 힘을 싣는다. 당분간 다소의 매출 저하를 비롯한 어려움이 있어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의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만일 제강사들이 시장 전체의 파이가 좁아지는2019년까지 가공 저가수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업계 전체의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