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망-후판] 기대와 불안 공존 ‘마지막 고비’

- 조선 중심 후판 소비 확대 기대 확산 - 2019년 가격 상승 여지 ‘제한적’

2019-01-02     유범종 기자
2018년 국내 후판시장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조선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은 여전했으나 저가 중국산 유입이 제한되면서 시장의 강한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2019년에는 조선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수요 회복에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지난해 주춤했던 중국 밀들의 저가 수출 우려가 다시 확산되면서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2019년 후판시장의 주요 이슈들을 짚어보고 공감대를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후판 소비 확대 기대감 확산

2018년 국내 후판 공급시장은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열악환 환경이 지속됐다. 특히 조선을 중심으로 한 소비 침체는 후판업체들의 공장가동률 하락으로 직결되며 평균 공장가동률을 80% 이하로 끌어내렸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후판업체들의 판매량은 916만1,000톤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저 판매량을 기록했던 2017년과 비교할 때 30만톤 소폭 늘어난 수준으로 최근 4년 내 두 번째로 적은 양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 스틸데일리 DB

조선산업의 경우 2016년 수주절벽 여파로 2018년까지 체감할 수 있는 수요 회복은 미미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18년에도 조선사들은 구조조정과 극한의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했다. 중견 조선사들도 극한의 원가절감을 추진하며 후판 재고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폈다.

국내 후판 공급에서 조선용 비중은 절반을 상회한다. 국내 후판업체들은 조선용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비조선용 판매에 적극 나섰으나 이 역시 건설 등 대표적인 공급과잉 시장에서 기존 공급사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 자료: 포스코경영연구원

그러나 2019년부터는 조선 수요 회복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부터 늘어난 수주가 본격적인 건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8년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량은 전년동기대비 37.3% 대폭 증가한 920만GT를 기록했다. 보통 신규 수주 후 1년 이후부터 건조에 후판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2019년 상반기에는 후판 수요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2020년부터 황산화물 규제 강화, EEDI 2단계 등이 도입되면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한 선주들의 노후 선박 발주는 2019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후판 소비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2019년 가격 상승 여지 ‘제한적’

2019년 국내 후판가격이 강한 상승동력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조선 중심의 수요 회복 기대는 커지고 있으나 판매경쟁 격화, 중국 발 수출가격 정체, 원료가격 약세 등이 동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9년 국내 후판가격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원료 및 중국發 가격 변동이 꼽히고 있다. 특히 원료의 경우 후판 생산원가의 6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종 전망기관에 따르면 내년도 국제 철광석 가격은 하향 안정화 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초 톤당 76달러(호주산 61.5%, 중국향 CFR기준)를 웃돌았던 철광석 가격은 연말 65달러 선까지 빠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2019년 50달러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료가격은 기본적으로 공급과잉이 고착화된 가운데 중국 철강 생산 둔화와 호주 광산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증산 기조 등으로 큰 틀에서 가격이 올라갈 요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호주 자연재해 등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 급등락 등은 유의해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 스틸데일리 DB

국제가격의 바로미터인 중국 수출가격과의 연동도 주목해야 한다. 2019년에는 중국 수출가격 변화에 따라 국내 후판가격도 시간차를 두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후판가격은 불과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급논리로 결정되며 큰 등락 없이 안정적인 지표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접국이자 글로벌 최대 생산국인 중국가격과 밀접하게 연동하는 구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 밀들의 후판 수출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톤당 80달러 이상 추락했다. 완화된 동절기 감산과 미-중 무역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도 중국 밀들의 수출가격 반등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 후판가격의 강한 인하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조선용 시장에서의 공급 축 간의 치열한 경쟁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중국산을 중심으로 비조선용 점유율 확대를 위한 판매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 공급 축 간의 동시다발적인 판매경쟁은 자칫 전반적인 시장단가 하락과 마진 축소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내 후판업체들은 판매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지 아니면 한 가지를 택할지 ‘집중과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 2019년 후판시장 주요 변수는?

2019년 국내 후판시장 주요 변수로는 생산업체들의 감산과 비조선용 시장 경쟁 등이 꼽힌다.

현재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은 극심한 수요 부진의 대응책으로 설비 구조조정 대신 공장 가동률 조절을 선택하고 있다. 설비 구조조정에 따른 자사 경쟁력 저하와 인력 조정에 대한 부담 등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2019년에도 유동적인 감산을 통해 물량을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급강 위주의 영업전략을 펴나간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 역시 당진 후판공장만 남은 상황에서 후판사업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설비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동국제강은 당진공장의 가동률을 조절하며 위기를 극복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비조선용 확대 전략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후판업체들은 조선을 중심으로 한 수요 축소로 공장가동률과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그 동안 판매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조선용을 과감하게 줄이고 비조선용을 확대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국내 후판업체들의 동시다발적인 비조선용 판매경쟁은 자칫 전반적인 시장단가 하락과 마진 축소를 유발할 수 있어 최소한의 수익 마지노선을 지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관전포인트다.

수출지역 다각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국내 후판 수출업체들은 중국, 일본, 미국 등에 치우쳤던 후판 수출지역을 중동, 유럽 중남미 등으로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후판업체들의 다양한 전략들이 2019년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