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 수입시장 어디로 가나?

- 중국 열연 수출價 브레이크 ‘고장’ - 열연 수입시장 반전..수입 확대 전망

2019-01-02     유범종 기자
중국 열연 수출가격이 10월 이후 급락하고 있다. 예상보다 무뎌진 중국 겨울철 감산과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수출에 대한 압박이 커진 부분 등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까지 반등의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중국 열연 수출가격 급락 요인과 향후 가격 등락 및 수입 변수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중국 열연 수출價 브레이크 고장 났나?

그 동안 중국 열연 수출가격은 동절기 감산이 시작되면 대부분 반등으로 돌아서는 패턴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등에 대한 명확한 요인이 없는 가운데 언제까지 얼마나 더 떨어질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12월 말 기준 중국 열연 2급 밀들의 한국향 수출 오퍼가격은 톤당 495달러(SS400, CFR기준) 전후에 제시되고 있다. 600달러를 상회하던 9월 말과 비교하면 약 100달러 이상 속락한 가격대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저점을 갈아치우며 향후 폭락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 스틸데일리 DB

중국 현지에서는 열연 수출가격 약세에 대해 완화된 겨울철 감산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초 중국 열연 밀들은 10월부터 시작되는 동절기 감산을 앞두고 8~9월 일시에 생산량을 늘리며 재고를 비축했다. 대규모 감산에 따른 생산 차질을 미리 최대한 상쇄하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 겨울철 감산은 기대보다 상당히 완화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와 같은 일률적 제한 감산이 아닌 환경 기준을 토대로 한 기업별 등급제 감산으로 전환된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에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각 지방에 따라 상이한 감산 폭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규제 지역인 허베이성과 당신시를 제외한 타 지역에서는 감산에 따른 생산량 감축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감산에 대비해 미리 쌓아둔 재고가 일시에 방출되면서 철강가격을 가파르게 끌어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대적인 무역전쟁으로 갈 곳을 잃은 중국산 철강재들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인접한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 공격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 밀들의 집중포화 타겟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내년 초까지 제한적 약세 전망

복합적인 요인들을 고려할 때 내년 춘절 연휴 전까지 중국 열연 수출가격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 수준에서 폭락할 가능성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밀들의 수익 구조상 수출가격은 한계점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된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12월 기준 중국 고로 밀들의 열연 생산원가는 톤당 482.6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현재 수출가격이 톤당 495달러임을 고려하면 원가와의 격차가 채 20달러가 나지 않고 있다. 중국 밀들도 최소한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수출가격 인하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스틸데일리 DB

특히 최근 원료가격은 바닥에서 가파른 상승동력을 얻고 있다. 플랫츠(Platts)에 따르면 12월 중순 기준 국제 원료탄 수출가격은 톤당 230달러(FOB, 호주 Peak Downs Region 강점탄 기준)를 기록했다. 8월 이후에만 59달러 대폭 상향 조정된 가격이다.

동기간 중국에 통관된 호주산 철광석(61.5% 분광)도 톤당 65달러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통상적으로 10월 이후 원료가격이 강세를 띠였던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원료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 열연 수출가격은 내년 초까지는 현 수준에서 제한적인 약세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등의 분기점은 내년 춘절 연휴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산 열연 수입 다시 시동 걸었다

최근 중국산 열연 수입통관은 5개월 연속 10만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수출가격 급락 여파로 대형 코일센터 및 냉연, 강관 제조업체 등이 일제히 신규 계약 타진에 나서면서 향후 통관 추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11월 국내에 통관된 중국산 열연은 8만1,123톤에 그쳤다. 지난해 동월 통관량이 20만톤을 상회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올 하반기 중국산 열연 수입은 매월 지속적인 감소 패턴을 보여왔다. 극심한 수요 부진과 함께 높은 수입원가 등이 직접적인 구매 위축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 스틸데일리 DB

현재 국내 열연 물동량은 주력 수요산업의 일감부족 현상 가속화로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연초부터 자동차, 건설, 가전 등 주력 수요산업들은 열연 구매물량을 대폭 줄이고 있으며, 특히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가 소강상태에 빠지면서 소재인 열연 소비량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아울러 11월까지 국내에 통관된 열연 수입가격은 톤당 590~620달러(SS400 절판용, CFR) 내외 수준에 계약한 고가 물량들이 대부분이었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원가만 톤당 70만원 수준에 달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시중에서 거래되는 중국산 열연가격은 하반기 내내 톤당 70만원 초반 수준에 머물렀다. 수입상들의 고정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마진은 ‘제로’ 혹은 ‘역마진’이 불가피한 구조였다. 이에 따라 수입상들은 계약을 늘리기보다는 고정적인 물량 위주의 제한적인 매입만 진행했다.

그러나 10월 중순부터 중국 밀들의 수출가격이 급락하면서 상황은 반전을 맞고 있다. 중국 수출가격이 급락하면서 대형 코일센터 및 냉연, 강관 제조업체 등은 일제히 중국산 열연 계약 타진에 나서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국내 통관 시점까지 평균 약 1.5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12월부터 중국산 열연 통관량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포스코의 대규모 보수 등으로 국산 공급까지 타이트해진 상황에서 중국산은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국내 열연시장은 저가 수입물량들의 공세로 강한 인하압력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