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철근동향] 납득할 수 없는 가격하락

-극심한 공급부족에도 일부 저가 물량에 휘둘리는 유통시장 -건자회 협상 본격시작…부자재 가격 반영방식 논의 중

2018-12-15     성지훈 기자
12월 둘째주의 철근시장은 다소 기형적인 모습을 띄었다. 재고부족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가격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12월 2째주 철근은 톤당 71만 원 ~ 71만 5,000 원으로 거래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12월 13일 기준 6개 제강사가 보유한 철근 재고는 11만 톤 가량이다. 역대 최저 수준의 재고 기근이다. 더구나 YK 스틸은 지난 10일부터 공장 대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10일간은 철근 생산이 중단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고가 부족한 상황 중에도 ‘겨울이면 철근 재고가 금세 회복될 것’이라고 점쳐왔지만 철근 재고량은 당분간 계속 바닥 주변을 맴돌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들의 판매는 순조롭다. 12월 13일까지 32만 톤 이상을 팔았다. 12월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12월 중 간간히 들려왔던 눈 소식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판매는 호조세를 띄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수요 행 철근의 출하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 수요는 줄지 않고 재고는 없다. 하지만 정작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상식적인 수요 공급 곡선에 의하면 가격은 수직에 가깝게 상승해야 정상인 시황이다.


가격이 하락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일부 유통업체에서 출발한 저가 물량이다. 연말의 매출 확보를 위해 일부 유통업체에서 70만 원 ~ 70만 5,000 원 가량의 저가 물량이 시장에 나왔고 이 저가 물량이 시장 전체의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저가 상품이 나돌면서 가격하락을 우려한 유통업체들이 ‘팔자’세로 전환했다. 저가 물품이 나오자 가격 하락을 우려한 업체들이 함께 가격을 떨어뜨리고 그 떨어진 가격이 다시 더 큰 불안과 우려를 만들고 있다.

동절기 수요감소와 기준가 하락 등의 우려도 가격이 고점을 찍고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귀결됐다. 연말에 매출로 잡히지 않은 물량을 쌓아놓고 있으면 부채 비율이 증가한다는 회계상의 이유도 가격하락을 부채질한다.

수입 철근 강세도 국내산 철근 가격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중국산 철근은 69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현재로선 3만 원 정도의 가격격차를 유지하며 국내산 철근 가격과 연동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철근의 수입원가가 낮아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완충구간이 넓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떨어뜨릴 여지가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모든 지표는 가격 상승을 지시하지만 정작 가격이 떨어지는 기현상의 이유는 결국 ‘불안 심리’ 때문이다.

가격 하락 불안이라는 ‘허수’가 가격하락이라는 실체를 만들어내는 ‘실수’를 가장하고 있다. 객관적 지표는 가격 상승을 지시하고 있지만 불안감이라는 주관적 지표가 실제 시장 가격을 끌어내리는 셈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기준가 협상 본격 시작

2019년 1분기 기준가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건자회는 11일 총회를 통해 회원사들간에 부자재 가격 반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공유했다. 총회 다음날인 12일에는 동국제강과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현대제철과는 다음주 중 첫 만남을 예정하고 있다.

제강사들은 “철 스크랩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부자재 가격의 상승폭이 워낙 커 스크랩에 연동한 가격 하락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건자회 측은 “제강업계의 부자재 가격 반영 요구에 공감하는 바가 있지만 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하고 이에대해 회원사들의 공감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측이 모두 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만큼 다음주부터 진행될 본격 협상에선 부자재 가격 반영 방식에 대한 첨예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