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수입상 빗나간 예측 ‘눈덩이 적자’

- 11월 통관 17만5000톤..연중 최대 경신 - 중국 수출가격 급락 파장 대규모 적자 우려

2018-12-07     유범종 기자
국내 후판 수입상들이 빗나간 예측으로 큰 낭패를 보고 있다. 최근 2~3개월 계약을 대폭 늘렸으나 국내 시중가격이 급락하면서 통관 물량들은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연말 후판 수입상들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11월 국내에 통관된 수입산 후판은 총 17만5,450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월 8만8,000톤 남짓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2배에 육박하는 양이다. 특히 올 상반기 월평균 3~4만톤 수준을 보였던 중국산 통관은 8만7,750톤을 기록하며 전반적인 수입 증가를 주도했다.

▲ 스틸데일리 DB

국내 후판 수입상들이 신규 계약을 확대한 가장 큰 배경은 타이트한 국내 공급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은 올 하반기 조선 수요 확대로 유통향 공급 물량을 최대한 줄이고 조선향 출하에 집중해왔다.

이에 따라 유통향 국산 후판 출하는 상당히 제한적이었으며, 후판 유통업체들은 수입량을 늘려 고정적인 수요를 충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가 9월에도 톤당 2만원의 유통향 후판 공급가격을 올렸고, 10월부터 중국 동절기 감산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연말까지 후판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한껏 올랐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11월부터 예상치 못한 중국발(發) 가격 급락으로 시장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졌다. 중국 밀들은 현재 한국향 수출가격을 톤당 500달러(CFR기준) 수준에 제시하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100달러 가량 뚝 떨어진 상태다.

중국 내수가격 약세 및 위안화 평가 절하, 동절기 감산 폭 축소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수출에 대한 절박함이 커지면서 향후 중국 수출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수출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중국산 유통가격도 톤당 67~68만원 내외까지 동반 추락했다. 최근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일부 수입상들의 투매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국내에 통관되고 있는 중국산 후판 평균단가는 톤당 600~610달러(SS400, CFR) 전후 수준에 달한다. 원화로 환산한 순수 수입가격만 톤당 67~68만원으로 고정비용 등 기타 부대비용까지 더하면 수입상들의 후판 원가는 70만원을 웃돈다. 사실상 역마진이 불가피한 구조다.

후판 수입상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중국발 급락으로 국내 가격이 흔들리면서 현재 통관되고 있는 물량들은 다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자금이 있는 업체들은 재고로 묶어 둘 수 있지만 영세한 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판매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