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수입대응

- 인니산 STS 한국향 물량유입 5개월 사이 3배 확대 - 시장방어를 위한 몇가지 전제조건 확보해야

2018-12-04     손연오 기자
▲ 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위축은 있었지만 수입재는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하반기 들어 중국산 수입재 비중은 상대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환율의 불확실성도 한 몫 했지만 그보다는 이전만큼의 강력한 가격메리트가 없었던 영향이 더 컸다.

그러나 중국산의 공백을 인니산이 슬그머니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5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스테인리스 열연이 6,500톤 입고 됐다. 이후 인니 청산의 한국향 물량은 상대적인 증가세를 보여왔으며, 지난 10월 인니산 스테인리스 열연과 냉연은 1만 8천여톤이 유입됐다. 5개월 사이 3배 정도의 물량이 확대된 것.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청산강철의 판매 확대 정책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니 청산의 내년 물량이 증가하는 점과 함께 각 국의 보호 무역주의 영향으로 사실상 향할 수 있는 지역에 제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니 청산 입장에서는 한국은 비록 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해도 나름 놓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내년도 한국향으로 인니 청산의 물량은 월 2~3만톤 수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스테인리스 월 평균 수입량은 열연과 냉연 합해서 약 6~7만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인니 청산의 물량에 열연과 냉연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청산의 내년 판매 목표는 국내 스테인리스 판재류 수입에서 절반에 준하는 물량이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중국산의 향방이다. 그동안 중국산의 가격대응력은 좋지 못했지만, 지난 10월부로 중국산 수출가격 경쟁력이 발생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 중국 정부의 수출 장려 정책에 따른 결과다.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중국산은 인니산과 함께 한국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유일의 스테인리스 판재 제강밀인 포스코 입장에서는 아주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미 포스코는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 생태계 보호 및 시장방어를 위해 산업별 탄력적 가격 운영, 통상 이슈 대응, 저원가 수입대응재 개발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면서 보다 강도높은 수입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원가 면에서는 이미 청산과의 경쟁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인도네시아에서 니켈원광부터 이어지는 RKEF의 생산방식에서 포스코 뿐만 아니라 기존의 스테인리스 제강밀들이 청산보다 원가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지만 수입 방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국내 시장 보호를 위해 전략적이고 지속적으로 수입대응에 나선다면 국내 밀 입장에서는 승산이 없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물량 확대전으로 붙기 시작하면 이전과 같은 위력을 보여주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인니 청산의 시장 진입 반경과 속도는 이전보다 넓어졌고 빨라지고 있으며, 품질적인 면에서도 많은 시행착오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정상 궤도 진입에 안착하고 있는 추세다. 가격경쟁력 면에서는 더는 언급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인니 청산의 물량 확대를 포스코가 방어하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시장 세분화 전략에 나서면서 수입대응 지속성을 오랜 기간 보장해야만 그나마 승산을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상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내수 시장 방어막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와 함께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에서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한편, 신규 스테인리스 수요 창출이 절실해졌다. 먹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환경에서 내수 물량 전쟁에 따른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냉연업계의 제조를 포기한 수입 상품 판매까지.

국내 시장의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인 구조가 선제적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의 경쟁력도 미래도 더는 없이 가격 난타전에 따른 폐해만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