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向 열연 수출 반전 꾀할까?

- 미국 수입관세 조정 및 쿼터 예외 인정 변화 - 포스코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향 수출 회복 기대

2018-12-03     유범종 기자
미국의 강력한 철강 수입규제 기조에 틈이 생기고 있다. 쿼터제를 시행 중인 수입산 철강재 일부에 대해 품목 예외를 인정하는가 하면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산 열연강판 연례재심 1차 예비판정에서 관세율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미국향 수출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최근 미국 철강 수입규제 변화를 짚어보고 국내 열연업계의 대응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미국향 열연 수입규제 완화되나?

지난 5월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하며 한국산 열연에 대해 70% 수준의 쿼터제 시행을 본격화했다. 아울러 포스코산 열연에 높은 관세를 동반 부과하며 사실상 수입을 철저히 봉쇄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최근 품목별로 쿼터 예외를 허용하고, 포스코산 열연에 매겼던 높은 관세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 스틸데일리 DB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국 상무부의 관세 조정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포스코산 열연강판 상계관세(CVD) 연례재심 1차 예비판정에서 종전 부과해왔던 57.04%의 관세율을 1.73%로 무려 55.31%p 낮췄다. 이번 판정은 예비판정으로 실질적으로 낮아진 관세가 적용되려면 최종판정을 거쳐야 하나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 열연에 대한 관세율 조정은 국제무역법원의 결정이 컸다. 지난 9월 12일 국제무역법원(CIT)은 2016년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 열연강판에 부과한 수출 관세율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AFA 조항을 발동해 최대치의 관세를 부과했다. AFA는 기업이 미국의 조사에 불성실하게 응한다고 판단할 경우 상무부가 자율적으로 관세를 산정할 수 있는 조항이다. 관세 부과 전에는 ‘무관세 협정’에 따라 한국산 열연강판에는 관세가 없었다.

이에 대해 국제무역법원은 “AFA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합당한 근거 없이 최고 수준의 관세를 매겨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에 매긴 수출 관세율 재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는 올해 높은 수출관세로 미국향 열연 판매를 사실상 접은 상태다. 지난 5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쿼터 배분에 있어서도 현대제철에 전량을 양도했다. 폭탄 관세를 내면서까지 미국에 수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가 내년 상반기 예정된 최종판정에서도 낮아진 관세를 유지한다면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포스코의 미국향 수출 재개는 유력해 보인다.

이와 함께 품목별 쿼터 예외를 인정한 부분도 긍정적이다.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쿼터제에 대해 미국 산업 상황에 따라 선별적인 면제를 허용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쿼터 품목 예외 허용은 미국 기업이 한국산 철강 제품이 꼭 필요하다고 예외 신청을 하면 미 상무부가 심사 후 승인해 주는 일종의 ´구제(relief)´ 조치다. 미국 기업과 한국 철강회사의 미국 법인도 해당된다. 따라서 기업의 신청과 상무부의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수출 물량 제한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당초 미국은 한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25% 수준의 관세 면제를 위해 쿼터를 받아들인 국가에는 품목 예외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이들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선별적으로 쿼터를 면제해주는 조처를 했다.

올 하반기 사회간접투자(SOC)를 늘릴 계획인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제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련한 예방 조치로 해석된다. 또 중국과의 무역전쟁 확전을 앞두고 철강 등 원자재 수급 안정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열연에 대한 쿼터 면제가 이뤄질 경우 미국 수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 국내 열연 수출업계..발 빠른 대응 나선다

미국의 철강 수입규제 변화 기조에 맞춰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열연 수출업체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내년 상반기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낮아진 관세를 확정 짓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그 동안 불공정한 수출이 없었다는 증빙자료 제출과 소명을 적극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의 열연 수출은 미국의 관세 폭탄 이전 월평균 40만톤을 웃돌다 올해 들어서는 채 30만톤에도 미치지 못하며 고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가 하향 조정된다면 미국향 수출에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스틸데일리 DB

미국향 철강 품목 예외에 관련해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그 동안 US스틸과의 합작사인 UPI를 통해 매년 꾸준한 미국향 열연 수출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포스코의 열연 수출이 막히면서 UPI는 고가의 원자재 매입 등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UPI와 적극 연계해 열연 수출 품목 예외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제철도 미국내 코일센터와 열연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품목 예외 신청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열연 고객사들은 미국내 열연 조달이 물량이나 제품 사양상 어려움 점이 많아 품목 예외에 긍정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의 품목 예외 신청과 관세 재산정 등에 대해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내 철강 수요가들이 자국의 지나친 철강 수입 규제로 철강재 및 원자재 구매 단가가 급등하면서 높아진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며 지나친 수출 개선 기대감보다는 현지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적절한 대응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