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수익 또 다른 복병 ´페로바나듐´

-2005년 이후 역대 최고…당분간 상승세 이어질 듯 -고장력 철근 생산원가 톤당 1만8,000 원 ~ 2만 원 상승

2018-11-13     성지훈 기자
철 스크랩 가격이 하락하면서 롤마진이 개선되는 듯 보였지만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최근 페로바나듐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 제강사들의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

페로바나듐은 11월 초 기준으로 118.5 달러까지 치솟았다. 120 달러까지 올랐던 2005년 이후 최고가다. 페로바나듐 가격은 작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다 올 10월부터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의 내수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강사 관계자는 “페로바나듐 가격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로바나듐은 SD 500과 600 강종, 내진철근에 함유된다. 각 제강사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SD 400강종이 제강사가 생산하는 전체 철근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SD 500과 600, 내진철근이 나머지 절반 정도다.

제강사 관계자는 “강종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연초의 페로바나듐 가격에 비했을 때 SD 500과 600의 경우 페로바나듐 함유에 따른 원가상승이 1만 8,000 원 ~ 2만 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제강사의 주장대로면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물량에 추가 원가 상승분 1만 8,000 원이 적용되는 셈이다. 실수요 향의 가공철근 수주가 많거나 고장력 철근 생산이 많은 제강사일수록 수익 감소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11월 9일 현재 수도권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 비용은 톤당 37만 원, 영남권 제강사는 39만 5,000 원이다. 여기에 제강사 주장대로 전극봉 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 2만 5,000 원을 더하고 롤마진 27만 원을 더해 도출되는 SD 400철근의 생산원가는 수도권 제강사가 66만 5,000 원, 영남권 제강사는 69만 원이다.

하지만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고장력 철근들은 여기에서 다시 1만 8,000 원 ~ 2만 원의 생산 원가를 더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제강사들은 68만 5,000 원, 영남권 제강사는 71만 원이다. 페로바나듐이 들어가는 철근과 들어가지 않는 철근의 생산이 단순히 반반이라 하면 평균 67만 5,000 원 ~ 70만 원 가량의 생산원가를 도출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제강사의 생산원가와 수익을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현재 철근 기준가격이 74만 원, 유통가격은 72만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제강사들은 철 스크랩 가격 인하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스크랩 가격이 내려간 건 비교적 최근이고 지금 생산되는 철근은 어차피 비싼 스크랩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대제철 등 스크랩 재고가 많은 대형 제강사의 경우는 철 스크랩 가격 인하의 수혜가 더 적다고 강조한다. 현재 가격으로 구입한 철 스크랩으로 철근이 생산되는 건 12월 이후인데, 그 때까지 현재의 가격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철근 강도 기준 상향으로 페로바나듐 가격 상승세가 향후 몇 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지점이다. 제강사로서는 페로바나듐 사용을 줄여 생산성을 포기하거나 페로바나듐 가격 인상분도 철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8년 4분기 철근 기준가 협상의 뜨거운 감자였던 전극봉 가격과 마찬가지로 부자재 원가 인상분에 대한 대책을 가격 결정 체계에 반영하지 못하면 제강사로서는 입장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강사 관계자는 “전극봉 가격 반영이 결정 체계에 반영된 것도 아닌데 페로바나듐까지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건자회와 기준가 협상에 나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이번 협상에서 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기준가에 반영시키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건설사의 ‘상생의지’ 같은 불분명한 명목을 합의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가격 공식안에 명문화 해 포함하면 향후 부자재 가격이 인하됐을 때 제강사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