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전망 - 철근] 가을은 짧고 겨울은 춥다

-눈치싸움 속 흘려보낸 가을 성수기 -얼어붙은 수요시장 속 혹독한 겨울나기

2018-11-02     성지훈 기자
■ 10월 톺아보기

밀당이 이어지는 한달이었다. 힘겨루기와 눈치보기, 밀고 당기기가 반복되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1. 건자회 VS 제강사

10월 철근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건자회와의 기준가 협상이었다. 건자회와 제강사의 길었던 힘겨루기 끝에 기준가는 톤당 74만 원으로 결정됐다. 9월에 시작한 협상은 ‘추석 직후 타결’, ‘건자회 총회 후 타결’로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10월을 하루 남긴 30일에야 타결됐다.

제강사와 건자회는 각각 3만 5,000 원과 2만 5,000 원의 인상액을 두고 겨뤘다. 양측이 물러섬 없이 맞서면서 수취거부나 출하중단 같은 파행의 우려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이 와중에 중간에서 유통업체들의 눈치보기가 이어졌다.

시장은 기준가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 그 인상분에 따라 시장가격은 어떻게 변동할 것인지 눈치를 보느라 가격 결정에 혼선을 빚었다. 기준가가 오르면 유통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기준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못할 것이므로 현재 가격이 단기 고점이라는 우려가 상존했다.

긴 협상 끝에 74만 원의 기준가가 결정된 후 제강사들은 선고지했던 마감가를 재조정하고 있다. 조정된 마감가의 영향으로 유통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2. 제강사 VS 유통사

제강사들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제강사의 가격 절박한 끌어올리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제강사의 노력만큼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제강사는 기준가 타결이 이뤄지지 않은 10월 첫 주에 자체 기준가를 발표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기존의 71만 원에서 3만 5,000 원 인상한 74만 5,000 원, 나머지 5개 제강사는 3만 원 인상한 74만 원의 자체 기준가를 제시했다.

제강사의 의도는 기준가 인상에 따른 유통가격의 상승이었다. 제강사는 1) 타이트한 제강사 재고 2) 극성수기의 수요 증가 3) 기준가 인상에 대한 기대 등을 근거로 유통가격의 상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유통가격은 자체 기준가를 따라가지 않았다. 10월 첫 주 톤당 68만 원으로 출발한 유통가격은 한 주에 1만 원가량씩 올라 10월 4째 주 현재 71만 원 가량으로 거래되고 있다.

자체 기준가를 제시하고도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대치까지 가격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제강사는 10월에만 두 차례의 마감가 인상을 결정했다. 18일자로 출하되는 철근은 72만 원, 25일자 부터는 73만 원 ~ 73만 5,000 원에 판매한다. 할인폐지, 원칙마감 기조를 강조하며 유통사들에게 가격 상승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유통사들은 ‘제강사의 엄포’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긴 오를테고 11월 이후엔 현재의 마감가에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10월에 판 철근은 제강사의 발표대로 마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강사의 억지춘향식 가격 끌어올리기가 유통 시장에 별로 먹혀들지 않았다.

3. 재고 VS 판매

여름부터 이어진 타이트한 재고가 10월의 철근시장에서 사고를 쳤다. 두차례 진행된 현대제철의 파업이 재고현황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20만 톤을 밑돌던 제강사 재고현황은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파업이 마무리된 10월 3주차에 16만 톤 가량으로 떨어졌다. 특히 시장의 인기 상품인 13mm 철근의 품귀현상이 극심했다.

10월 성수기답게 건설현장의 수요는 많다. 제강사들은 10월 3주차까지 44만 톤의 철근을 팔았다. 10월 판매 목표의 절반을 이미 넘겨 목표 달성이 무난하다. 품귀현상에 따른 고액 호가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재고가 없어 팔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11월 미리보기

11월 시장의 성패는 10월의 혼란과 밀당의 결과가 어떻게 날지, 그리고 그 결과의 후과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

1. 이 마감價 실화냐?

11월 초의 이슈 역시 기준가 협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건자회와 제강사 양측은 10월 중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양측모두 물러설 의지는 없기 때문이다. 기준가 결정이 늦어지면 시장은 2개월 째 기준가 없는 깜깜이 시장 상황을 견뎌야 한다.

건자회의 주장대로 73만 5,000 원의 기준가가 타결되고 제강사들이 엄포놓은대로 원칙마감을 시행하면 유통사들은 기준가와 마감가가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노 마진(No Margin)의 적자 판매를 우려해야한다.

결국 어떤 이유로든 시중 유통가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감가 인상 등의 노력이 유효 할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 관계자는 “73만 5,000 원의 마감가를 제시하는 것은 유통사들에 74만 5,000 원 이상으로 팔라는 얘기”라면서 “제강사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기준가가 74만 원 선에서 타결될 것이란 전망을 가장 설득력있게 보고 있다. 양측이 제시하는 입장이 절충된 금액이다. 기준가가 74만 원으로 책정된 상황에서 유통할인 1만 원을 적용하면 73만 원 ~ 73만 5,000 원의 가격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Winter is comming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제강사나 유통사의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매출은 회복해도 수익은 악화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먼저 11월 중순 이후 비수기에 접어들면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겨울은 11월부터 한파가 시작돼 공사현장의 가동률이 일찌감치 떨어질 수도 있다.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오른 가을 성수기 호황은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파업 여파로 만들어진 극심한 품귀와 재고부족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수요가 많고 가격이 올라도 팔 철근이 없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유려했던 가을은 짧았고 추운 겨울은 빨리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