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철근동향] 진작 뜸은 다 들었는데…

-최악의 재고 현황, 풍성한 수요상황에도 가격은 답보

2018-10-20     성지훈 기자
철근 시장의 이슈는 ‘재고’였다. 지난 여름부터 이어진 타이트한 재고 상황에 현대제철의 파업이 기름을 부었다. 특히 10㎜, 13㎜ 철근은 품귀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는 늘고 있다. 가을 성수기답게 건설 현장은 더 많은 철근을 요구하고 있다. 발맞춰 제강사의 판매 현황도 매끄럽다. 기준가 타결이 늦어지고 있지만 어쨌든 오를 것은 확실하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부족하니 가격은 치솟아야 한다. 수요와 공급, 시장 전망까지 모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정작 가격은 생각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10월 셋째 주 철근 유통가격은 70만 원 ~ 71만 원 정도였다. 전 주에 비해 1만 원 가량 상승했다. 중국산 철근은 66만 5,000 원 가량으로 전주에 비해 5,000 원 올랐다. 가격이 오르고 있긴 하지만 현재의 수요와 공급부족 상황을 고려하면 소폭이다.

현재 대한제강을 제외한 6개 제강사의 재고는 16만 톤 남짓으로 추산된다. 지난 7월 말 이후 가장 적은 재고다. 6개 제강사의 판매는 44만 톤에 달한다. 이달 목표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재고가 적고 수요는 많다는 것이 수치로 입증된다.

기준가가 74만 5,000 원이고 현재의 공급 부족과 시장 호황을 감안했을 때 유통가는 산술적으로 72만 5,000 원 ~ 73만 원 이상으로 형성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현재 가격인 70만 5,000 원을 단기 고점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더 이상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늦어지는 기준가 협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 11일 건자회의 회원사 총회 이후 건자회와 제강사는 아직 공식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양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기준가 인상이 얼마로 결정될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체들은 가격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래에 혼선을 빚고 있다. 제강사들이 원칙마감을 천명하며 마감가 인상을 공표했지만 유통사들은 이에 대해서도 불신하고 있다. “제강사의 가격 올리기용 엄포에 불과하다”는 것이 유통업체 전반의 입장이다.

다음 마감에서 제강사들이 정말 원칙대로 마감을 진행하면 유통사들은 고스란히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유통사들의 불안심리가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고 마침내는 자기 발목도 붙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격 상승의 뜸은 진작에 다 들었다. 다만 아무도 뚜껑을 열어 밥을 뜨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