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가격, ´사라진 2만 원´은 어디에 ?

-오를 준비는 마쳤다…그런데 가격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

2018-10-19     성지훈 기자
철근은 70만 원 ~ 71만 원 사이로 거래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파업여파와 재고부족으로 철근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가격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재고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유통의 주류를 이루는 13㎜ 철근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18일 현재 6개 제강사의 재고량은 16만 톤 남짓이다. 품귀인 13㎜ 철근은 71만 원 이상의 호가까지 나왔지만 가격이 형성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제강사 기준가는 74만 5,000 원이다. 여기에 유통 할인 1만 원을 빼고, 물량 할인 등 기타 할인을 셈하더라도 72만 5,000 ~ 73만 원 정도의 가격이 형성돼야 하지만 정작 실제 유통가격대는 그보다 2만 원 가량 낮은 곳에 있다. 그리고 그 ‘사라진 2만 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철근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은 지난 9월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제강사의 타이트한 재고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기준가도 오를 것이 확실시 됐다. 수요마저 성수기에 접어들며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모든 지표가 가격 상승을 지시하고 있지만 정작 가격 상승은 더디다.

이 상황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분석의 끝은 결국 유통사들의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불확실성은 기준가 협상 결과다. 기준가 협상은 2만 5,000 원과 3만 5,000 원의 대치상황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제강사의 패배’를 점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그동안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제강사가 협상에서 이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기준가 협상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거라는 불안 심리다.

기준가가 건자회의 요구대로 2만 5천 원 인상된 73만 5,000 원으로 확정되면 통상의 할인을 포함한 유통가격은 71만 원 가량이 된다. 현재 가격이 이미 고점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더구나 11월에 접어들어 비수기로 접어들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가격이 현재보다 떨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 상황만을 두고 가격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제강사들은 고가 마감을 천명하며 가격 방어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11일 출고분은 71만 원, 18일 출고분 부터는 72만 원의 마감가격을 고지했다. 동국제강 역시 15일 출고분은 71만 원, 17일부터는 72만 원의 마감가격을 발표했다.

그러나 유통사들은 제강사의 이같은 입장에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강사들의 마감가 인상기조 발표에 큰 신경을 쓰는 유통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제강사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 정도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제강사들의 마감가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유통사들이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72만 원 이상의 가격이 이미 형성됐어야 한다. 현재의 유통가격에서 제강사가 원칙 마감을 진행하면 유통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면키 어렵다.

시장이 상식과 순리대로 흘러간다면 가격은 이미 72만 원 대 후반까지 올랐어야 한다. 모든 지표와 상황이 가격 상승을 지시한다. 그러나 ‘불확실’과 ‘불안’을 핑계로 가격은 70만 원대에 묶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