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와 유통사…같은 시장, 다른 계절

-시장호황에도 수익성 차이 극명해…"바닥경기는 진짜 바닥"

2018-10-08     성지훈 기자
10월 성수기로 들어서면서 철근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저마다 경기의 체감온도는 다르다.

제강사들은 쾌적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제강사들의 판매목표는 90만 톤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과 판매도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규모 유통업체들의 가을은 우울하다. 유통업체들은 “수요가 전혀 없다”며 ‘불황’을 토로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불황’을 토로하는 곳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2, 3차 유통업체들이다. 이미 계약된 물량을 공급받는 대규모 건설사보다 지역의 소규모 건설사들을 주된 판매처로 삼는 업체들은 건설업 불황의 타격을 가장 정면에서 맞이할 수밖에 없다.

제강사와 대형 유통업체들은 미리 계약을 해놓은 물량을 배출하고 있어 현재의 악화된 건설경기에 직접 타격을 입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소규모 건물과 상가 등을 주로 짓는 소규모 건설업체들의 공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들에게 철근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들도 덩달아 불황을 맞이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9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에서 중견건설업체와 중소건설업체의 CBSI는 각각 74.2P와 76.1P를 기록했지만 올해 9월엔 67.5P와 60.0P에 불과했다. 1년만에 10 ~ 15P가 하락했다.

경기지역의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10월은 성수기라고 하지만 정작 물건을 팔 데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당장 내년이면 지역의 유통, 가공업체들 중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바닥수요가 전혀 없어 기준가가 오른다고 해도 실제 거래 가격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근 수입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시장의 바닥경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올해 8월까지 철근 수입은 37만 톤 가량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8%가 줄었다. 수입 철근 대부분이 유통사를 통해 시중에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감소의 많은 부분을 수입철근을 유통하던 업체들이 흡수한 셈이 된다.

제강사들의 저가 가공 납품 역시 유통 가공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최근 제강사들이 직접 가공 철근을 저가에 판매하면서 유통업체들의 ‘밥그릇’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제강사들이 턴키 방식 등으로 직접 판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2, 3차 유통업체들이 납품할 수요처는 줄어들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것은 제강사들이 저가 수주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제강사들이 유통업계와의 상생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