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수익성 개선 의지 시험대"

- 제강사, 건설사 철근 가공 수주 가격 · 부자재 상승분 원가 반영이 관건 - 4분기 반영 실패시 물건너 갈 듯

2018-09-11     손정수 기자
전기로 제강사의 수익성 개선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철근 소비는 2017년 단군이례 최대 수요 호황을 보였다. 2018년도 소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최대 호황에 필적하는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강사가 받아 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철근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지 여전히 미지수다.

과거 제강업계의 수익성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은 수입이었다. 건자회 등 건설업체들은 제강사의 가격에 불만이 있을 때 마다 구매중단과 중국산 수입을 추진해 제강사를 압박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와 저가 철강재 수출 금지로 사실상 수입은 국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가격적으로는 과거 국내 철근 가격이 중국산과 연동했다면 지금은 국산에 중국산과 일본산이 연동하는 모양새다. 국제가격이 국내 철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오로지 국내 환경, 특히 산업간 경쟁에 의해 수익성이 결정되고 있다. 그런 만큼 철근 업계의 수익성 개선 의지가 주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근업계의 수익성 개선의 의지를 엿볼 수있는 요소로 1) 가공철근 계약 단가 2) 부자재 가격 상승분 반영 의지를 꼽았다. 결론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워 보인다.

- 저가 가공철근 미래의 수익성에 부담

가공철근에 대한 제강사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일부는 저가 수주 엄단을 외치면서 사실상 가공 철근 수주 시장에서 도태됐다. 가격 경쟁력 약화로 입찰에 참여를 하지만 수주는 못하고 있는 것. 또 일부는 가공일감 확보를 위해 적자 수주까지 불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철근 가공 수주 가격은 최저가격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가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3,000톤 정도 가공의 수주가격은 기준가격 71만원에서 톤당 6~7만원 정도 할인된 수준이라는 것. 대량물량이거나 특수관계 물량의 제강사 수주가격은 이보다 더 낮다. 일부에서는 10만원 이상 할인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최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렇게 계약되는 물량은 많지 않을 뿐 더러 모든 제강사기 이렇게 수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철근은 정보가 빠르게 유통된다. 그만큼 가격 하락 소식도 빠르게 전파돼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수요 출하가격 대비 7만원 할인을 할 경우 제강사의 출고가격은 톤당 64만원 수준에 머물게 된다. 물론 초고장력 철근 할증료와 가공 공장 가동률을 고려하면 제강사가 부담하는 체감 할인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 놓고 보면 60만원대 중반에 수주가 되고 있는 셈이다.

중량A 철 스크랩 구매가격은 톤당 40만원이다. 즉 롤마진이 24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최고 경쟁력을 가진 제강사의 철근 생산원가에서 철 스크랩 가격을 뺀 롤마진은 톤당 26만원 정도다. SD 500 할증료 3만원을 고려할 경우 최근 일반적인 수주가격은 겨우 손익을 맞출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물론 SD 400을 기준으로 하면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추가로 2~3만원 할인을 할 경우 적자 수주는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대량 발주된 물량의 경우 적자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강사 관계자는 “출하 시점에 따져 봐야겠지만 최근 수주된 몇 개의 대량 입찰의 경우 평소 할인을 크게 상회해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 제강사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한 경쟁을 넘어선 출혈 경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 부족을 우려해 미리 가격을 낮추고 있는 일부 제강업계의 철근 수주 모습을 보면 수익성 개선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 부자재 가격 상승 어떻게 반영할 건가?

제강사 손익의 최대 화두는 전극봉 내화물 가격 상승분 반영 여부다. 현대제철은 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철근 원가 상승이 2만5,000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매출액의 3.5%에 해당하는 상승이 이루어 졌다는 주장이다. 제강사의 영업이익률이 5% 남짓이어서 부자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단군이례 최대 호황기에 참담한 실적을 거둘 수도 있다.

제강사들은 부자재 가격 상승분 반영을 위해 아직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상반기까지 원가 상승분을 자체 흡수 한 것.

상반기 중반 시중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건자회와의 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부자재 가격을 꺼내 들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제강사들은 4분기 마저 반영을 못한다면 부자재 가격 상승분은 영원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제강사들은 올해 11월 이후 철근 소비가 급감 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가공 철근 수주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다. 위기감의 확대는 전극봉 등 부자재 가격 상승분을 시장가격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사실상 타이트한 수급의 마지막 시점인 9월 협상에서 반영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제강사들이 부자재 가격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원가가 톤당 2만5,000원 올라 부담이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부자재 가격 상승분에 대한 적극적인 반영 의지는 아직 읽히지 않는다.

협상의 상대방은 원자재든 부자재든 원가 연동 반영을 싫어한다. 가격이 오르는 것을 좋아할 일이 없다. 결국 원가 압박을 느끼는 생산업체들이 어떠한 의지를 갖고 풀어가느냐에 따라 반영이 되거나 실패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과거 철강사들은 아연서차지 등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고객관계가 상당히 악화된 바 있다. 고객의 저항에 굴복하느냐 극복하느냐는 절박감의 강도, 즉 반영을 원하는 주체의 의지의 문제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9월 4분기 철근 기준 가격 협상을 앞두고 있다. 향후 수익성 향방이 9월 가격 협상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의지가 9월에 드러날 것이다. 건자회와의 협상파트너인 동국제강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